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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23. 2023

5. 키부츠 센터, 그리고 버스 터미널

이스라엘 견문록

1) 키부츠 센터 방문

오전 8시 30분, 키부츠센터가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여권과 서류들을 꺼내서 나를 맞이한 사람에게 건넸다. 정확히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긴장한 탓에 설명하는 내용들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키부츠가 지금 자리가 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어디로 갈런가 선택을 하라고 해서 고민하느라 머뭇거렸더니 남쪽 끝 요트바타(Yotvata)라는 곳을 추천해 주셨다. 이 지명은 성경 민수기 33장에 '욧바다'라고 나온다. 센터에서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면서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좀 있어서 하라는 대로 쓰고, 등록비를 지불했다. (2023년 현재 US 40달러)


키부츠 요트바타까지는 버스로 4시간 반에서 5시간 걸린단다. 내가 2시간 정도 기다린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미국인 친구 2명이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남미 계통의 까무잡잡하고 작지만 뚱뚱하지만 다부져 보였고, 다른 친구는 반대로 큰 키에 호리호리하고 피부도 하얀 이다. 콜은 키부츠에 도착하고서 1주일도 안 되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2) 안전요원(Security Guard)과 금속탐지기

텔아비브 센트럴 버스 터미널(CBT)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점심을 사 먹고 셋이서 터미널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산더미 같은 짐에 치여서 이동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큰 이민가방 하나에 바퀴 달린 캐리어(슈트케이스) 1개에 백팩을 메었다. 조나단은 가관도 아니다. 큰 캐리어 3개에 옆으로 매는 가방과 백팩을 가지고 왔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였다. 아마도 콜이 미국에서부터 들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내 짐 역시 가방 수를 줄이기 위해 이민가방 하나에 욱여넣는 바람에 터질 듯했기에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 조나단의 가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단 버스에 소총을 든 군인들이 여럿이 있었다. 인상도 참 험악했다. 나와 눈길이 마주친 한 군인이 웃었다. 나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웃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총을 멘 채로 다가오더니, 짐을 열라고 한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Excuse me? 

했더니, 

-Open it! Open!     

순간, 열받아서 한 딱까리 할까 하다가 총 때문에 감히 대들지는 못하겠고,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I don't understand.     

양손을 들어서 못 알아듣겠다고 어깨까지 올리면서 제스처를 취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와 그 군인에게 쏠렸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도대체 니가 뭔데 내 가방을 열라’ 싶기도 하고 해서 버팅겼더니 동료들이 그 군인을 말리는 눈치더라. 큰일 날 뻔했다.      


헐, 그런데 터미널에 도착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입구에 총을 든 안전요원

(security guard)이 모든 사람들의 짐을 검색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또 무슨?     

그러나 모두가 자연스럽게 가방을 열어서 보여주고 안전요원은 금속탐지기로 신체와 가방을 꼼꼼히 점검하고 나서야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아, 대략 난감! 이민가방을 여는 순간, 안의 짐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듯 쏟아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전요원은 옷가지 하나하나, 책들도 첫 장부터 주욱 훑어가며 마지막 장까지 검사를 한다. 기분 나쁜데 그런 티를 못 내겠더라. 


나중에 보니 웬만한 모든 건물 입구에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쇼핑을 하러 슈퍼에 가든, 운동을 하러 짐에 가든,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든, 곳곳에 요원들이 권총을 차고 금속탐지기로 몸과 가방을 수색한다. 미리 알고 있었으면 기분 안 상했을 텐데... 내 뒤에 조나단과 콜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며 가방을 열면서 짐을 정리한다.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도, 아랍 사람들, 여행객들도 역시 가방을 다 펼쳐 놓고 기다린다. 


짐 검사가 끝나자 가방을 다시 싸는데 또 한 번 애를 먹었다. 결국 힘을 너무 주면서 잠그려다가 지퍼 손잡이가 부러졌다. 이런 젠장! 다행히도 가방은 닫힌 채로였다. 손톱도 부러졌다. 에효! 험난하다. 무슨 일이 또 벌어질까 기대가 된다.


3) 사막에서의 맥도널드, 그리고 키부츠 요트바타



드디어 요트바타행 버스를 탔다. 출발도 하기 전에 진이 다 빠졌다. 다행히 버스 안은 시원했다. 바깥 구경을 할 마음의 여유도 없이 그냥 잠에 빠져든다. 4시간 반을 가야 한다. 얼마나 잤을까?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려서 눈을 떴더니 사방이 돌과 흙으로 된 환경 속에 나무 몇 그루와 주유소가 있는 건물이 보인다. 거기가 휴게소란다. 


헉, 이 사막 한가운데에 맥도널드가 있다. 히야~ 이 낯선 땅에서 맥도널드가 되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꼭 우리나라 음식을 만난 듯한 그리움이랄까. 훗! 집 떠난 지 이틀도 안 지났는데도 말이다.

힘도 쓰고, 지치고, 땀도 많이 흘려서 배가 고팠다. 맛있는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고.....

사실, 주문하기까지 꽤 망설였다. 무슨 메뉴를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차 떠날까 봐 다시 두근거리는 심장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주문대로 갔다. 간단한 메뉴로 얼른 주문했다. 다행히 내 말을 알아들었나 보다. 어쨌든, 주문한 대로 메뉴가 나와서 먹었으니.

아, 이거 빨리 극복해야 하는데...


다시 한참을 황량한 사막 속에 아스팔트를 내달렸다. 드디어 5시간 만에 키부츠 요트바타에 도착했다. 

키부츠 입구에 큰 철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인터폰을 눌러 인사를 했더니 몇 분 후에 사람 좋게 생긴 이스라엘 40대 중반 여성이 나오신다. 키부츠 발런티어 담당자 A다.

키부츠 요트바타 입구

휴~ 드디어 키부츠에 도착했다! 하루가 길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요트바타야~ 내가 왔다!

키부츠 요트바타-사방은 그림과 같이 사막이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뛰어난 관개기술을 이용하여 키부츠 울타리 안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다. 아침마다 엄청 시끄러운 새소리에 깨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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