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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27. 2023

7. 홍해 바닥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이스라엘 견문록

키부츠의 하루 일과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요트바타 키부츠의 하루는,

- 일과 시작: 새벽 5시 또는 6시

- 아침식사: 8시~9시

- 점심식사: 12시~13시

- 일과 끝: 13시 또는 14시이다.

이후의 시간은 발런티어들에게는 자유시간이다.

왜냐하면 오후에는 햇살이 뜨거워서 외부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막 기후라고나 할까. 여기는 사막이니까. 건조하고 뜨겁다. 4월~5월에는 맨발로 바닥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래서 2시 이후에 대부분 실내에서 쉬거나 잠을 잔다. 햇살이 누그러지는 오후에 사람들이 다시 나와서 활동을 한다.


내가 했던 일들 1 - 세탁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키부츠 주민들이 900명이 넘고 발런티어들도 40여 명이 되는데 그 모든 세탁물을 여기 이 세탁소에서 처리한다. 물론 모든 옷을 다 맡기는 것은 아니다. 번호표가 떨어져서 분실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소중한 옷들은 자기 집에서 세탁한다.


세탁소 보스 R은 전투적인 이스라엘 여성이다. 영어도 곧잘 하는데 주로 히브리어를 구사한다. 아들 하나, 6~7세 딸 하나를 둔 엄마인데, 하루 종일 담배와 커피를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무슨 아픔을 겪었는지는 모르나 좀 어두워 보였다. 어느 날엔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을 선물로 준비해서 집으로 갔는데, 음식도 여러 가지 준비를 했더라. 남편은 없었다. 아예 없는 건지 그날만 집에 없었는지는 모른다. 그런 걸 물어볼 수도 없거니와 내 영어가 그 깊은 대화까지 가지를 못했다.


암튼 그녀와 두 달 동안 함께 일했다. 산더미 같은 세탁물을 색깔과 재질에 따라 분류를 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면과, 합성수지 등으로, 또 수건만 따로 색깔별로, 뜨거운 물에 넣으면 안 되는 등,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다음으로는 세탁기 조작인데, 버튼이 전부 히브리어로 되어 있어서 대략 난감이다.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도 않았던 것 같고, 설명을 해줘도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못 알아듣는 나를 보면서 쓴웃음 짓는 표정은 참...

어느 날엔 미소를 띠고 상냥하게 대하는 날도 있긴 했다. 그날은 옷에 묻은 얼룩 종류에 따라서 제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었는데,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확신했다. 어쨌든, 그녀와 일하는 동안은 맘 편할 날이 없었다.


결국, 세탁기와 건조기 매뉴얼을 영어로 만들었다. 내용 확인 차 보스에게 보여줬더니 엄청 놀라더라.

'영어 못하는 니가 어떻게 이런 걸 만들지?'


'내가 말을 못 하는 거지, 쓰고 읽는 건 아마 당신보다 잘할 거다!'


한국의 영어 교육의 문제지만, 그래도 단어와 문법 정도는 잘 배웠다 생각한다. 들어있는 것을 내뱉는 연습만 하면 되니까, 뭐 그리 나쁜 교육만은 아니다 생각한다.


한 달쯤 지나, 보스에게 일이 너무 많아서 혼자 하기에는 벅차다고 말했다. 보스가 발런티어 담당자 A에게 요청을 해서 발런티어 한 명을 더 받았다. 에콰도르인(人) 안드레스가 왔다. 여기에서 굳이 이름을 쓴 이유는 에콰도르의 남자 이름으로 10명 중 1명은 안드레스가 아닐까 해서 그렇게 개인신상이 털릴 일은 없을 것 같아서다. 체격이 좋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잘생긴 청년이었다. 한 명이 더 있으니 부담감이 많이 덜어졌다. 보스도 안드레스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다행이다.


세탁기 안에서 총알이 나왔어요!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 있었다. 세탁이 다 된 기계를 열고 세탁물을 꺼내는데 땡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동전인가 싶어 옷들을 털어봤더니 5.56mm 보통탄이 2발이나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의 경험으로,


'이건 심각한 일이다!'

얼른 보스를 급하게 찾아서 총알이 나왔다고 심각하게 말했더니,


-아, 그거 너 가져!


상당히 쿨하게 말하고는 자기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닌가.

보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 후에는 한 차례 더 총알이 나왔는데 그냥 갖고 있다가 버렸다.


이스라엘 시내를 다니다 보면 군인들이 큰 짐과 함께 무장을 한 채로 많이들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도보로 여럿이 다니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키부츠 내에도 군인들이 오기도 한다.


한 번은 소총을 멘 군인들이 줄을 지어 갔다. 맨 마지막에 있던 군인이 나를 지나쳐 가는데 총알을 마구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내가 주워다 주었다. 고맙다고 말하며 받아 들고는 그냥 간다. 참 재미있는 나라다 싶다.


소풍 정도는 홍해로 가야 제맛 아닌가요?

내가 일하는 세탁소의 바로 옆에서 일하는 팀이 있었다. 드라이어에서 빼낸 세탁물을 카트에 담아 옆으로 밀어두면 그걸 받아 폴딩하고 분류하는 일을 하는 '런드리'팀이다. 보스는 50대 후반의 이스라엘 'Y'이고 프랑스 아줌마 'J', 에콰도르 여학생 S, 그리고 한국인 대학생 'P'가 있다. 그러니 한국인을 피해서 숨어 다니던 P가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었던 거다.


한 달 정도 지나 안드레스도 들어온 기념으로 런드리팀과 함께 에일랏(Eliat)으로 소풍을 갔다. 음식은 공동식당에서 챙겨 가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게 없다. 수영복만 챙기면 되는 거지.


에일랏에 접한 바다는 홍해의 북쪽 끄트머리로  아카바(Aqaba) 만의 제일 북쪽이다.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휴양지 중에 하나로 수온이 26도 이상 최고 따뜻한 곳은 30도라고 한다.


에일랏 해변(Pixabay)


아래의 그림과 같은 곳에 자리를 깔고 둘러앉아서 음료수 마시면서 쉼을 가졌다. 나는 홍해바다를 마주한 감격에 -이것은 지중해 바다를 본 느낌과는 또 다른- 신발을 벗고 바로 고향에서 하던 버릇대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바다로 뛰어드는 나에게 누군가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가 귀에 들렸겠는가. 눈앞에 홍해가 있는데...

우리가 자리를 펴고 놀았던 곳과 같은 사진(브라보 플래너)

팔을 몇 번 휘젓다가 바닥에 발을 대는 순간,


-아~~~ 악! 이게 뭐냐!


발을 댈 때마다 따가운 것이 발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밖으로 나와서 우리 자리에 앉아서 발바닥을 보니 몇 번 바닥에 대지 않았던 내 발바닥에 가시가 수십 개가 박혀 있었다. 가시를 보아하니 성게 가시 같다. 검은 점들이 발바닥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앉은자리에서 수십 개를 뺐다. 너무 작아서 잡히지 않는데 느껴지는 것들도 많았다. 런드리팀 보스 Y가 나중에 돌아가서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면 좋아질 거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둘러보니 사람들이 샌들이나 아쿠아 신발 등을 신고 해수욕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큰 것들은 제거하고 나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고, 돌아가면서 장기 자랑도 하고 ^^..  수영도 좀 하면서 홍해에서의 첫 추억을 만들었다.


에일랏에 가서 수영을 하실 분은 꼭 바닥을 확인하셔라!


조심하자, 히치 하이킹!

후에도 요트바타에 있으면서 주 2~3회는 에일랏으로 놀러 갔다. 키부츠에서 거리가 40km 정도로 버스로 50분 정도 걸린다. 해변으로 갈 때는 주로 히치하이킹을 했고,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탔다.

히치하이킹을 할 때 사용한 도구가 바로 집에서부터 챙겨 온 '오카리나'다. 나의 인상으로 위협을 주지 않기 위해 차를 타면 바로 오카리나를 꺼내서 한 곡을 부른다. 그렇게 하고 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대화도 자연스럽게 오카리나를 중심으로 음악 이야기를 나눈다. 어떨 때는 음반을 낸 뮤지션도 만났다. 헤어지기 전에 자기 CD를 선물로 내게 준 적도 있다.


그러나, 함부로 히치하이킹을 하지 말자!

어떤 일본인 여학생이 히치하이킹했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내가 키부츠에 도착하기 전에 있었다고 한다. 절대로 여자 혼자서는 히치하이킹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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