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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25. 2023

6. 낮엔 에어컨, 밤엔 히터!!!

이스라엘 견문록

1) 요트바타야 내가 왔다!

드디어 키부츠 요트바타에 도착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키부츠 정문은 긴 철문과 옆에 작은 미닫이 문으로 되어 있었고, 작은 문 위쪽 모서리에 벨이 있었다. 그 벨을 누르고 이름을 말하니 잠시 후에 검은 머리에 털실로 짠 특이한 바가지형 모자를 한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키부츠 발런티어 담당자 A다. 검고 긴 생머리에 앞머리는 가지런히 일자로 잘랐고, 알록달록 색의 털실로 짠 바가지 모양의 모자를 이마까지 눌러썼다.     


-Welcome to the Kibbutz Yotvata!     


비음 섞인 상냥한 말투로 우리를 맞아준 그녀는 먼저 키부츠의 메인 빌딩 안에 있는 키부츠 발런티어 사무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거기에는 허리에 권총을 차고 왼쪽 귀에 작은 링 귀걸이를 한 40대 중반의 남성 'K'가 있었다. ‘K'는 키부츠 내 안전요원 총책임자란다. 여권과 서류들을 확인하고 나서 키부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받았다.      


우리(벌써부터 우리라 하네^^) 키부츠의 이스라엘 주민은 900명이 넘는다. 규모로 따지면 수백 개의 키부츠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그에 따라 발런티어 수용 인원도 제법 많아서 40여 명이 넘게 살고 있다. 주로 에콰도르에서 왔고, 인도, 브라질, 콜롬비아, 독일,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스웨덴, 핀란드 등의 발런티어들이다. 한국인은 나 말고 여학생이 한 명 더 있다고 했다. 누군지 궁금했는데 처음 며칠 동안은 얼굴을 못 봤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영어 공부하려고 일부러 한국 사람을 피했다 한다.    

  

2) 키부츠- 작은 공산주의

키부츠는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고, 일종의 작은 규모의 공산주의 체제다. 혹 누군가 이 공동체에 들어오고자 한다면 가지고 있는 재산을 헌납해야 들어올 수 있다. 모든 경제활동은 공동으로 이루어지며, 키부츠 사업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분배한다. 키부츠 내에는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교육기관(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이 있고, 문화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었다. 물론 큰 병원은 외부로 나가서 진료를 받는다.     

키부츠의 중심에는 공동 식당과 회의나 음악회 등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금요일 밤이면 파티와 공연이 이루어진다. 이때 와인은 무료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많이 마셨다. 훗!   


키부츠는 울타리로 사방을 쳐서 경계를 만들어 놓았고 울타리 밖은 황량한 사막이었다. 키부츠의 주요 시설을 돌아보고 나서, 발런티어들이 머무는 숙소 근처에 작은 사무실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방 배정을 받고, 발런티어 번호와 필요한 옷들을 제공받았다. 나는 960번 정도였던 것 같다. 이 번호는 세탁물에 붙여서 주인 표식을 해두는 용도다. 


내가 첫 두 달 동안 일하게 된 세탁소에는 대형 세탁기 3대와 드라이어가 따로 있어서 이곳으로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의 빨래가 모이고, 세탁과 드라이가 끝난 세탁물을 포개어 각각의 배분 장소로 옮기면, 거기서 자기 옷을 찾는 방식이다. 

 

3) 여름과 겨울이 하루 사이에!

방으로 들어왔다.

내 방이 있는 건물은 조립식으로 지어졌고 가운데 입구와 욕실을 두고, 좌우로 두 개의 방이 나뉘어 있다. 2인 1실로 내 룸메이트는 에콰도르에서 온 18살 ‘Y’다. 에콰도르는 국가가 전폭적으로 키부츠 발런티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래서 40여 명 중에 15명이 에콰도르였던 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수백 명의 학생들을 이스라엘 전역에 분포한 키부츠로 보낸다고 한다. 영어를 배우기에는 키부츠 만한 데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에콰도르에서 온 20살 된 영어를 거의 못하던 친구가 두 달이 지나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독일에서 온 친구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6달 동안 에콰도르인과만 지냈다고 한다.      


어색한 인사로, 

-Hello!

-Hi!

-I'm Yosef. Nice to meet you!

-I'm Y. Nice to meet you.    


하고 대화는 일단락 지었다. -_-;;


일단, 피곤하다.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니, 저녁을 먹으러 가잔다.


그런데, 한 방에 에어컨과 히터가 같이 있어서 궁금해서 물어봤다. 


-얘네들이 같이 있네? 

-곧 알게 돼.


그날 밤이 되어서야 이유를 알았다. 에어컨을 끄자마자, 히터를 틀고 자야 했다. 솜이불같이 두꺼운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다음 새벽에 두터운 잠바나 파카를 입고 출근을 했다가, 아침 7시나 8시쯤 되면 잠바를 벗고 반팔로 생활을 한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잠바나 파카를 입는다.


어두워지면 겨울이 되고, 해가 뜨면 여름이 되는 날씨다.


4) 키부츠 다이닝 홀에서의 첫 식사

350~400여 명이 한 번에 식사할 수 있는 규모로 한쪽에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고 뷔페식으로 음식을 담아서 먹는 구조다. 식당 가운데 창가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빵과, 우유, 치즈, 과일, 닭고기, 각종 잼과 소스 등이 있었다. 

특히 4개월 동안 제일 많이 먹은 것이 치킨과 빵, 오렌지를 직접 갈아 만든 주스, 그리고 우유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부분 닭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 같다. 그리고 '피타'라는 빵에 콩 소스 '후무스'는 필수로 먹어봐야 하는 요리다.




후무스

후무스는 우리나라의 김치다. 삶은 병아리콩, 레몬즙, 올리브유, 소금, 마늘 등을 섞어서 만든 소스로 주로 빵을 찍어 먹는다. 후무스 하면 레바논과의 원조 경쟁 이야기가 떠오른다.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고 주장하면서 레바논이 무려 10,450kg짜리 후무스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된 내용이다. (나무위키)




닭고기로 만든 슈니첼




이스라엘에 와서 처음 먹은 음식인데,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 독일어권 유럽 국가에서 즐겨 먹는 요리다. 주로 돼지고기, 닭고기, 송아지 고기 등을 사용한다. '슈니첼'이라는 단어 뜻이 '얇은 고기'란 뜻으로, 빵가루를 입힌 넓은 고기 튀김을 아우르는 단어로도 쓰인다. (나무위키)


피타 / 피타 빵 / 피타 브레드

피타 또는 아랍빵은 살짝 팽창한 납짝빵이다. 아랍 세계와 중동, 그리스 등지에서 먹는다. 그리스어로 '피타'가 빵이다. (위키백과)


갓 구워 나온 피타는 아무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물론 식은 피타도 쫄깃쫄깃한 것이 맛있다.



사진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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