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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Aug 29. 2023

8.  예루살렘 가는 길!

이스라엘 견문록

1) 요트바타 휴게소, 주유소

세탁소에서 일 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키부츠에서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발런티어 몇몇이 그곳에서도 일을 했다. 저녁에 돌아오는 그들의 손에는 먹을 것들이 항상 들려 있어서 한 번 따라갔다가는 일이 끝난 오후에는 거의 매일 가게 되었다.

요트바타 카페테리아(구글 맵)

카페테리아는 휴게소 같은 곳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건물 주위에 대추야나 나무들이 

'여긴 열대지방이야!' 

라고 말해준다.


yotvatapark.co.il

오른쪽 그림이 요트바타 로고다. 사막에 대추야자나무가 있고 그 사이에 태양이 떠오른다. 


요트바타 주요 수입원이 우유와 관련된 낙농제품이다. 그래서 실컷 우유를 마실 수 있다. 돈 내고도 먹지만 돈 안 내고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초코우유도 맛있고, 초코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먹고 싶은 사~~람은 이리로 오시오!










카페테리아는 이집트 국경과 멀지 않아서 주로 이집트에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이나 이집트로 가는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이 들러서 쉬는 곳이다. 주유소와 식료품점이 있고, 아이스크림, 음료수와 간단한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다. 


어느 날엔가는 카페테리아 접근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 일로 키부츠 내에 한바탕 큰 소동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 없는 짐가방이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럴 경우, 이스라엘에선 비상상태인 것이다. 폭탄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누군가 짐을 놓고 어딜 다녀온 모양이었다. 내가 있기 전에 폭탄이 터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오기 전 해에는 텔아비브 시내버스정류장, 공중전화박스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있었고, 센트럴버스터미널(CBT)에서도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2) 인연은 소중하다

한 번은 카페테리아에 놀러 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집트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뜻밖에도 모두 한국 사람들이었다. 타국에서 동포를 만난 기분은 정말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다.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너무 반가웠다. 그분들도 이런 황량한 곳에서 홀로 있는 한국인을 만나서 반가우면서도 신기해하셨다. 한 달 정도 한국인과 마주친 적이 없이 살다 보니 -물론 여학생 P가 있었지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도를 존중하여-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대화를 하다 보니 세 분 정도는 예루살렘 쪽에서 공부하시는 목사님들이고 나머지 분들은 성지순례를 하시는 분들이었다. 유학을 온 목사님들이나 교회 사역하시는 목사님들이 방학 때에는 성지 순례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로 하신다. 이집트에서 막 넘어오시는 길로 예루살렘으로 가신다고 하셨다. 세 분 중에 한 분의 연락처를 받았다. 예루살렘 갈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바로 달려간다! ㅎㅎ

정말 갈 줄은 몰랐을 거다.


3) 예루살렘으로 고고!

키부츠에서는 발런티어에게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준다. 물론 funny money라고 해서 용돈도 준다. 필요할 때는 실제 돈으로 교환이 가능하며, 보통은 키부츠 내 식료품 점에서 사용한다. 

휴가를 어디로 갈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잡았다. 예루살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이 아닌가! 다행히도 며칠 전에 받아 둔 연락처도 있고 말이다. 

내가 휴가로 예루살렘을 간다고 하니까 드디어 P양이 내게 접근한다. 같이 가자고! 솔직히 혼자 가고 싶었지만 여학생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하니 같이 가게 되었다. 예루살렘에 계시는 목사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아니 이 사람이 정말로 연락을 했네?' 하는 듯했지만, 이역만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로서는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까지는 없어서,


-돌아오는 수요일에 예루살렘 올라가요, 목사님!


-네, 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로 오시면 연락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목사님!


D-day. 

P양과 키부츠 정문을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마음 한 켠에서는 히치하이킹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자인 내가 지나가는 차를 여러 번 멈추려고 시도했지만 그냥 '쌩~' 지나가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P양의 도움을 받고자,


-네가 한 번 해보면 좋겠다. 


떨떠름한 표정이지만 이내 내게 부탁한 처지이므로 수긍하고 미인계를 쓰기 시작했다.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통할 거라 생각했다.


아, 그런데 키부츠에서 화물트럭이 나오는 게 아닌가? P양은 부리나케 달려가 예루살렘까지 가는데 좀 태워달라고 방방 뛰면서 몸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예루샬라임! 예루살랴임~~~~!!!


정말 다행히도 예루살렘을 지나간다고 해서 우리는 그렇게 첫 예루살렘행으로 화물트럭을 얻어 타게 됐다. 


운전석도 넓고, 조수석도 2인석이었으며, 의자 뒤에는 누워서 잘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넓었다. 안타깝게도 트럭기사 A는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히브리어와 러시아어는 하지만 영어는 전혀 못했다. 4시간 정도를 대화 없이 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훈련이었다. 


히브리어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숫자 공부, 그리고 비상 무기인 오카리나를 통해 어찌어찌 시간을 채워나갔다. P양은 일찌감치 뒷좌석에 누웠다. 나중에 나와 교대하기로 하고. 운전하는 사람 옆에 조수석에 앉은 나로서는 절대 졸 수가 없었다. 미안하니까. 장거리 운전할 때는 특히 더 졸 수가 없지 않은가. 


2시간쯤 달리니 도저히 졸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상상해 보라, 말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시간을 같이 가는 장면을. A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자도 괜찮다고 손을 얼굴에 대면서 제스처를 취해준다. 고맙긴 했지만 잘 수가 없었다. 괜찮다고 하니 가운데에서 음료수를 꺼내주면서 마시라 한다. 깜짝 놀랐다. 냉장고가 있었던 것이다. 음료수가 얼마나 시원했던지 한 모금 마시니 잠이 확 깼다.


그래도 곧 다시 졸렸다.ㅠㅠ. 


낙타 조심(Pixabay)

A는 가는 길 옆에 서 있는 표지판을 보면서,

-기멜[Gimel]! 알레프, 베트, 기멜


기멜은 히브리어 알파벳 중에 세 번 째다. 그리고 지나가는 낙타 표지판을 손짓하면서,

-가말[Gamal]!


아하! 'G'로 시작되는 알파벳 '가말'이 낙타라는 거잖아!


나도 따라서,

-가말

해본다.


그동안의 히브리어 알파벳 공부로 현장 학습을 시켜주는 것이었다. A도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후 5시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A는 고맙게도 우리가 내려야 할 곳 근처까지 태워다 주고는 제 갈 길로 갔다.



남북으로 이어져 있는 90번 도로는 꽤 할 말이 있는 도로다. 다음이나 그다음 편에 90번 도로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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