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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f yosef Sep 02. 2023

10. 꿈은 이루어진다!

이스라엘 견문록

1) 사해(소금 호수)를 향하여!

올리브산 '피스 하우스'에서 예루살렘 버스터미널까지 도보 이동 경로(구글 맵)

고마우신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The Peace House를 뒤로 하고 우리는 예루살렘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겟세마네 동산도 지나고, 마리아 무덤, 헤롯 게이트를 지나면서 여기저기 구경했다. 1시간 반 가량을 걸어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서 매표소에서 사해 가는 티켓을 사고 싶다고 하니까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서 많이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사해가 뭐 동네 호수도 아니고, 해변도 여러 개가 있겠다 싶어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면서 제일 가깝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달라고 했더니 칼리아 해변(Kalia Beach)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 준다. 사해를 15년 기다렸는데 정보 하나 안 찾아보고 갔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흣~


예루살렘 버스터미널에서 사해 칼리아 해변까지 버스 이동로

지도를 보니 칼리아 해변은 사해의 제일 북쪽이다. 기대에 부풀어서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정류장에서 해변까지는 걸어서 5분이 채 안 걸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도 경로로 보니 15분으로 나온다.


-'축지법으로 갔나?'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사람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하하하!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며 몸이며 다리며 할 것 없이 죄다 시커멓다. 가까이서 보니 진흙이다.

바닥이 진흙인 칼리아해변(네이버 프란)

-'머드 팩 하는 곳이 있나?'


암만 둘러보아도 진흙이 있을 만한 곳이 없다. 어디서 났을까 생각하며 해변에 가방을 내려놓고 물가로 다가갔다.

-'아하!'


사람들이 사해 바닥에서 흙을 퍼서 얼굴과 몸, 팔에 바르는 것이었다! 사해에서 띄워 노는 것도 즐거운데 머드팩까지 하게 줄이야! 다만 홍해에서처럼 마구 뛰어들면 거의 죽음을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들 아시다시피 사해가 왜 사해겠느냐.


나무위키

우리 몸의 농도가 식염수와 같은 0.9%, 바닷물의 평균 염분 함유량이 3.5%인데 비해 사해의 염분 함량은 31.5%이다. 그래서 수영 못하는 사람도 쉽게 뜰 수 있다. 바닷물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 오래 들어가 있으면 쪼그라들 위험이 있다. 15분 이상은 머물면 안 된다고 누군가 말해준 것 같다.

한 방울이라도 눈에 튀었다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절대로 첨벙첨벙거리면서 피해를 주거나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입술에 묻은 모래를 닦아내려고 손을 갖다 댔더니 짠맛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더라.


나도 딱 위의 저 자세로 저 만한 책자(수첩)를 들고 들어가서 15분 정도 있었다. 아,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한눈팔다가는 요르단 국경을 넘어갈 수 있다. 나도 수첩 보다가 바람에 떠밀려서 넘어갈 뻔했다.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치는 바람에 부랴부랴 해변으로 헤엄친 아찔한 기억이 난다.


물 가로 나오니 어떤 영국인 중년 아저씨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서 나를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너무 웃겨서 찍었다고.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면 보내주겠다고 하여 얼른 적어주었는데, 아직도 사진이 도착하지 않았다. 매우 아쉬운 일이다.


어쨌든, 15년 전 중학생 시절에 마음먹은 일을 나는 실천하고야 말았다.  사실 그동안 성공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고, 지금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느낀다.


-'나도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다!'



30년 전에 꿈을 꾸었고, 15년 후꿈을 실천했으며, 그리고 15년이 흐른 지금,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며 글풀어내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어느 브런치 작가님이 말한 것처럼, 내 속에 15년 전의 이야기의 우물이 가득 차고 넘쳐서 글로 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과 감동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을 타고 여전히 전해진다.


2) 엔게디 키부츠에서의 추억

사해에서의 짜릿한 추억을 가슴에 담고 키부츠 요트바타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1시간 조금 넘게 사해를 바라보며 90번 도로를 달렸다. 휴게소에 버스가 들어가더니 몇 시까지 돌아오라는 방송을 들으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시계를 보니 1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이렇게 많이 쉬나 생각하면서도, 식사를 하라고 많이 줬구나 혼자 판단했다.


주변을 구경하는데 정류장 주변에 아름다운 풀장이 있었다. 키부츠 엔게디가 운영하는 풀장이라고 한다. 입장료가 있었나 본데, 나도 키부츠 발런티어라고 하니 그냥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엔게디 풀장에서는 사해가 내려다 보였다. 여기는 칼리아와는 다르게 바닥에 암염으로 자갈돌만 한 것들이 깔려있다. 해변가에는 스파도 있고 호스텔도 있다.


풀장에서 한껏 수영을 하고, 풀장 가에 나무 아래에서는 기타 치며 노래하는 친구들이 보이길래 오카리나를 들고 다가갔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코드 진행을 보면서 같이 따라 부른다.


시간이 되어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버스를 타러 갔더니,

버스가 1시간 전에 떠났다!


3) 금요일과 서머타임의 환상적인 조화!

당황해하며 분주히 알아봤다. 무엇이 잘못됐나? 시계를 암만 봐도 틀리지 않았다.

상황은 이랬다.


이스라엘의 서머타임이 하필이면 이날 시작이었던 것이다. 3월 마지막 일요일 바로 직전 금요일 새벽 2시가 3시로 바뀐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미 새벽 2시부터 시각이 바뀌었다는 뜻인데, 왜 아무도 오후까지 주변에서 서머타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예루살렘 버스터미널에서도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탔는데 말이다. 어쨌든, 버스는 1시간 전에 떠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금요일이다. 이 말인즉슨, 더 이상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의 안식일은 금요일 해 질 때부터 토요일 해 질 때까지이며 안식일에는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


대!략!난!감!


여행이란 모름지기 '대략 난감'이라는 양념이 곁들여져야 여행이 여행이 되는 것 아닐까?

길도 아는 길만 가면 밋밋하고, 우연히 들어선 길에 맛있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듯 말이다.


오늘은 금요일!

내일까지 휴일이니 '하루 안에만 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렇긴 하지만...


                     



대문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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