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8
나는 감정을 버렸다.
살기 위해서였다.
기뻐하지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감정도, 이제는 내게 사치였다.
그렇게 ‘차가운 자유’가 찾아왔다.
놀랍도록 조용하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평온이었다.
나는 점점 무뎌졌다.
삶에 대한 기대도, 사람에 대한 믿음도,
스스로에 대한 감각마저도 사라져갔다.
그런 상태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아니, 버텨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나는 홀로 생존하는 법을 배웠다.
웃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그저 숨만 쉬고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점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고,
감정을 감추는 가면은 어느새 나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그것조차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그저 버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말이다.
의미 없는 하루가 쌓여가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감각.
무기력하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그 감정.
‘차가운 자유’는 편안하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하다.
그곳은 마치 심연과 같다.
처음에는 조용하다.
그런데 조금씩, 천천히 당신을 집어삼킨다.
어느 날,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무너져버리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제야 깨닫는다.
심연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그 심연은 달콤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그 끝에는 죽음이 있다.
살고자 버린 감정들이
결국 삶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당신도,
그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는 고민했다.
이 차가운 자유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을지.
정답은 명확하다.
따뜻해질 준비를 하는 것.
감정을 다시 되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희망을 다시 품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올 따뜻함을
받아들일 준비는 하자.
나는 오늘도 차가운 마음으로
눈부신 노을을 바라본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아무리 모든 걸 버렸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가슴 어딘가가 미세하게 일렁인다.
현실은 냉혹하다.
하지만 자연은 때로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우리다.
모든 걸 포기한 자만이
다시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다.
완전히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그러니 이제는 받아들일 시간이다.
조금씩 다가오는 온기를.
언젠가 다시 느끼게 될 따뜻한 감정을.
그것이 나를 살리고,
당신을 붙잡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여.
심연 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아주 작은 빛을 마주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 빛은 말할 것이다.
당신은 살아 있다.
그리고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