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0
부서진 파도처럼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가 파도에 밀려들어갈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푸른 바다의 지평선이 일렁이는 그때
가만히 죽어있던 고개를 들어보았다
아물지 않은 지난날의 아픈 기억들은
추억이 되기에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꼬여버린 실타래는 바다 깊숙한 곳에 숨었다
파도의 부서짐은 언제나 그랬듯이 부서지게 되어있었고
삶의 찰랑거림은 아름다우나 결국 하얀 거품이 되네
인생은 잔잔한 호수가 결코 아니며
인생은 바닥으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바스러지고 무너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푸른 바다 끝 지평선이 일렁거릴 때
무거운 고개를 다시 한번 들어보아라
결코 의미 없는 부서짐과 무너짐이 아니었으니
그대여 함께 부서지고 무너져보자
그대여 함께 일렁임에 발을 담가보자
그대여 함께 추억이 될 기억을 만들어보자
그러니 그대여 파도 같은 삶을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