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성전, 오아시스 모먼트
오아시스 모먼트
(oasis moment)
20세기 초, 버지니아 울프는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여자들도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만의 공간이 있고 적당한 돈이 있다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자 칼 융은 아침마다 '볼린겐 타워(Bollingen Tower)'로 알려진 그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대학 교수이자 학자였던 그는 저녁에는 바쁜 삶과 학교의 많은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아침이 되면 한적한 오두막으로 향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수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오두막은 직장 생활의 요구에서 벗어나 고독과 영감,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오아시스 모먼트(oasis moment)’라 부르기로 하자. 정신없이 주어진 일만 하다 보면 종종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기 쉽다. 우리에게는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틈이 필요하다. 외부의 방해로부터 벗어난 '나만의 공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말한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떤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성전에서 자유롭게 꿈꾸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오아시스 모먼트의 핵심은 외부의 환경을 차단하고 오롯이 나만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나만의 삶의 목적에 따라 삶을 정렬해 가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오아시스 모먼트다.
복잡한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나의 마음을 듣는 시간을 갖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길을 찾아 떠났다 해도 이따금씩 두려움과 좌절감, 조급함이 찾아오곤 한다. 이때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살펴보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당신이 길을 벗어났을 때, 언제든 오아시스 모먼트를 통해 당신만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신만의 나침반을 다시 확인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시정지의 목적은 사막을 헤매는 우리가 잠시 오아시스에서 멈추고, 목을 축이고, 새롭게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오아시스 모먼트는 다시금 떠날 준비를 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삶이 힘들어질 때,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오아시스 모먼트를 갖기로 했다. 조금씩 세상의 시선과 의견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의 마음이 하는 말들을 듣기 시작했다. 서서히 나만의 중심을 잡아갈 수 있게 되었고,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흐름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비로소 나만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일상을 채우게 된 것이다. 나만의 기준이 명확하니 타인의 의견은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 더 이상 전부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의견으로부터도 조금씩 거리 두기를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다 보니 점점 ‘나’로 존재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나는 모두에게 친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불편한 상황, 어색한 상황이 싫어 대부분 타인에게 맞추었고, 싫다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예민하다고 느껴졌기에 결코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내가 끌리지 않는 일에, 마음이 불편한 일에 굳이 맞춰줘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도 마음이 편치 않고, 즐겁지 않은데 나는 누굴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성향으로 나를 속이는 날이 많았고, 그런 날들이 쌓여갈수록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나를 속이면서까지 친절을 베풀고, 상대방을 맞춰주는 것은 결코 관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았다.
또한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태도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내가 불편해하는 상황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등 나만의 취향들을 만들어갔다. 나와의 대화를 늘려가며 어떤 것은 왜 좋고, 어떤 것은 왜 좋지 않은지 나만의 기준들을 만들어 나갔다. 물론 매 순간 내가 원하는 대로만 행동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상황에 맞춰 사회적인 자아가 필요할 때가 반드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 시간 필요하다. 나만의 맞춤 선택지들을 늘려가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사회적, 타인의 기대 속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한 나만의 방법들을 찾아나가 보자.
나를 최우선으로 두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돌봐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 반복적인 ‘오아시스 모먼트'를 통해 나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고, 마음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있던 분노와 두려움, 걱정스러운 감정들을 만나주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갔다. 과거의 나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들 또한 변하며 비로소 나를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흔들릴 때는 온다. 예상한 일들이,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큰 모래바람이 불어닥칠 때가 있고, 작은 모래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심지어 속수무책으로 당해 억울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들에, 주변 사람들에 좌지우지되어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중심이 서 있지 않으니 바람이 부는 대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흔들렸고 혼란스러운 삶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잠시 흔들릴 수는 있더라도 이내 나만의 중심을 잡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곳에 닿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잠시 멈추어 고요하게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 또한 오아시스 모먼트를 통해 세상의 기준이 아닌 당신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당신에게 동기부여와 열정을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인지, 당신은 진정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신을 가로막는 제한적 신념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시금 할 수 있다는, 하고 싶다는 성장마인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미래를 보다 기대하며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단 하나는, 우리가 단련할 수 있는 단 하나는 내면의 단단한 나침반을 갈고닦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내 삶을 변화시킬 용기와 희망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오아시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찾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을 위한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만의 회복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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