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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Mar 18. 2023

16편 : 서울역에서 8시간 동안 느낀 세상은 뭘까?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역에서 머문 느낌을 적어보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나... 이른 오전이라 아침을 먹고자 서울역을 두리번거렸다. 국밥집 소위 밥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아주 지루한 상황, 어쩔 수 없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간단하게 메뉴를 모르고 키오스크에 가서 띡띡 누르고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서울역은 복잡했다. 한국 최대의 도시 서울이니 역도 당연히 사람들로 북적북적...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가족들, 한국으로 관광을 온 외국인들, 출장이나 방문을 위해 양복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중년 세대, 그 늦가을인데도 자신의 멋을 뽐내고자 휘황찬란한 옷차림으로 시선을 끄는 여성들 등등... 수많은 군중들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띵동 소리와 함께, 햄버거가 나오고, 우걱우걱 먹는다. 오른쪽에는 휴대폰 콘센트가 있어 잠시나마 휴대폰도 전류를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 와중 나는 그 휴대폰 속 새로운 정보를 검색하며 하루의 지식을 쌓는다..


햄버거를 먹고, 다시 가게를 나오는 나, 스토리웨이는 음료수와 과자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 표를 사고자 줄을 서는 사람들 등등 사람 모습뿐 아니라 각자의 삶을 누리고자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장실에서도 각자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긴 대기행렬에 기다림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람 사는 것은 서울이나 어디나 다 같다는 점을 느꼈다.


서울역에서 빠져나와 지하철로 향한다. 1호선과 4호선이 함께 있는 지하공간... 이제는 신용카드로 게이트 터치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되지만, 외국인들은 키오스크에 의지해 자신의 목적지를 가고자 서성인다. 또한, 주변 가게에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 간단한 요기를 하는 사람 등 서울역과 마찬가지로 지하에서도 각자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나만의 볼일을 마친 뒤, 오후가 되어 다시 서울역으로 들어온다. 늦은 점심을 먹고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식당으로 향한다. 역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가족, 연인뿐 아니라 혼자 있는 사람 등등 자신의 배고픔을 충족하고자 다양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다.


중식, 양식, 한식, 간편식 등 다양하게 있는 음식들.. 나는 오늘 돈가스를 주문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식이 나를 유혹했다. 사실, 나는 비빔밥 같은 밥 종류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고기가 당긴 것 같았다. 돈가스를 시키고 물 한잔 마시니 입이 시원해서 나의 입 안 속 더러움이 깨끗함으로 바뀌어졌다.


이윽고, 돈가스가 나오고 갈색 소스와 큼지막한 돈가스를 나는 휘황찬란하게 썰기 시작한다. 쓱쓱 싹싹... 한 점 먹고, 한 점 먹고 바삭한 맛 속에 나의 배는 고깃 덩어리로 가득해진다.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접시는 빈 그릇이 되고, 그 순간 나의 점심도 마친다.


점심을 마치고, 입안이 텁텁하다. 그러면 스토리웨이로 가서 콜라 한 캔을 구입해 입 속으로 액체를 들이 붇는다. 그 짜릿함과 청량감... 이윽고 트림이 나오는 걸 막고자 속으로 참으면 그 톡 쏘는 기분... 하.. 다들 공감할 것이다. 몇 번의 트림을 참고, 나는 이제 집으로 가기 위한 열차를 기다리고자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 공간에는 사람뿐 아니라 비둘기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닌 비둘기.. 훠이 훠이 물러가라... 그 물리침 속에 나는 휴대폰 콘센트를 꽂으며 다시 휴대폰의 영양분을 보충시키며 또 다른 정보를 나의 데이터베이스로 이동시킨다..


1시간 후, 나는 다시 일어나서 서울역 밖을 나온다. 지금이야 현대식 건축물로 휘황찬란한 21세기의 양식이지만, 과거 서울역은 영화나 80~90년대 드라마에서 본 고전적 양식이다. 그 역의 양식이 바로 보존되어 박물관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나도 그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 건물 바로 앞에는 바로 큰 동상이 있는데... 바로 강우규 독립운동가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강우규 독립운동가가 사이토 총독을 서울역에서 처단하려고 했으나 실패를 했었다. 그래서 그는 순국을 했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동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동상의 웅장함을 바라보며 잠시 숙연한 마음을 가진 체, 서울역 주변을 나와 걷기 시작한다. 서울역 정면에는 버스 정류장, 택시 승강장, 경찰서, 과거 대우 건물, 명동으로 가는 큰길 등등 다 아는 지리로 구성되어 있다. 매번 서울을 오면서 역에 내리면 항상 보는 것이지만, 유년 시절의 광경과 어른이 되어 보는 그 광경은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이제는 대수롭지 않은 순수함이 사라진 뭐라 할까.. 감흥이 없어졌다고 해야 하나 싶다.


그 주변에는 과거 고가 도로가 있었는데, 이제는 철거를 하고 육교처럼 조성을 해서 많은 시민들과 구경꾼들이 한 번씩 걷는 명소로 바뀌었다. 필자도 그곳을 걸어보며 멀리서 보는 휘황찬란한 서울의 풍경을 보고, 기찻길이 마치 국수 소면처럼 빽빽하게 놓인 광경, 그리고 가족들이 돌아다니는 즐거운 모습 등 한 공간에서도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 된 것 같았다. 


그 주변을 지나가고, 다시 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으나 근처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눈에 들어온다. 대형마트 안에 식품 코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수많은 과자와 음료수, 가공식품이 나를 유혹하는데 하... 뭐라 할까? 내가 만수르였다면 그걸 몽땅 매입해서 두고두고 먹었을 것이다.. 그만큼 행복한 곳... 초코파이, 웨하스, 초콜릿 등등 하.. 맛있겠다. 그리고 코너 중간에 있는 음료수들이 나의 미각을 자극했다. 돈가스 먹고 콜라 한 캔을 마셨음에도.. 여전히 나의 입은 군침이 돌았다. 그 유혹을 벗어나 나는 백화점으로 향한다.


백화점... 참 좋은 곳이다. 하지만 내겐 비싼 아이템들이 가득한 공간... 그래서 표현할 방법이 딱히 없다. 말 그대로 아, 이런 것을 파는구나... 저런 아이템이 유행하는구나 정도로만 느끼며 고급스러운 아이템 속 나의 마음은 빈곤함으로 변해간다.. 아... 돈은 역시.. 다 갖는 것이 아니니..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둘러보고 나면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으레 오후는 열차 좌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입석으로 가는데 나는 사전에 예약을 해서 좌석에 앉았다. 부산에서는 서울로 가는 것이 인생의 시작이라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것은 이제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새 출발 하고자 마음을 정리하는 뭐라 할까 같은 코스임에도 느낌이 정말 다르다고나 할까 싶다.


열차 안내 방송이 나오고, 열차는 서서히 움직이며 레일을 따라 서울역을 지나간다. 이제 서울역은 점점 멀어지고, 용산과 영등포로 향해간다. 서울역은 이제 내 시선에서 사라졌지만, 다시 서울을 온다면 또 서울역은 나의 시각에서 항상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웰컴 투 서울 스테이션이자 웰컴 투 서울 시티... 내겐 관광지가 아닌 서울.. 하지만 그 잠시 동안 머무는 서울역 주변도 관광할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언제든 서울역은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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