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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ee Shyn Dec 24. 2015

잔소리꾼도 필요해요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지난 가을 2개월간 저는 사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참여했습니다. 주중 뿐 아니라 주말까지 매일 식사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영양사 선생님의 커멘트를 받았고, "조절을 좀 하셔야 겠군요!"라는 이야기도 8주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요. 영양사 선생님은 매 주 하루 2끼 단식을 지켰는지도 체크해 주셨고, 트레이너 선생님은 매주 2번 타바타 운동을 도와주셨는데,  출석체크와 격주 체지방측정도 꼼꼼히 진행해 주셨습니다.


매주 정말 땀 뚝뚝나게 트레이너 선생님 앞에서 운동했던 체바프 프로그램. 트레이너 선생님 운동할때도 안나갈때 잔소리 강도가 장난 아니셨지요. 결과적으론 저에게 너무 유익했지만...

두 분의 선생님은 직접적으로 잔소리를 하시진 않으셨지요. 허나 잔소리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지키지 못했을 때 두 선생님을 보게 될 민망함과 그 과정중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었어요. 어쨌든 시작했으므로, 얼굴과 이름을 팍팍 익혀둔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민망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8주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과정을 끝까지 마쳤던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

살을 빼는 것 이상의 의미


식욕이나 귀차니즘과 같은 본능?앞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느냐의 가치있는 훈련의 과정으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다이어트트는 단지 몇일 몇주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목적을 정하고 습관을 들이고 이루는 과정을 배우는 과정이 되기도 하고요. 스스로를 조절하고 목적한 것을 향해 조금은 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실천해 간다는 의미에서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긍정적인 훈련의 과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혼자만 다짐하면

정말 실천하기 힘든 다이어트


결혼 후 10년 동안 다이어트의 결심과 무너짐의 반복은 100번이 넘었던 것 같아요.


기억해 보면 그래도 중간중간 성공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기간은 짧은 기간이라도 어딘가를 다니고 얼굴을 팍팍 익힌 선생님이 계시고, 그 선생님이 잔소리를 해 주시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출산 후 1년간은 그래도 결혼전의 몸무게를 잠시 유지했었는데요, 그 기간에는 회사 앞의 요가원을 열심히 다녔었답니다. 요가 선생님께서는 운동을 빼먹을라 치면 가차없이 문자에 전화를 주셨었어요. 역시나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민망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갔고, 운동가서 둔해진 움직임을 본 선생님의 가벼운 핀잔에 식사도 생각하며 조절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가 요가원에서 먼 곳에 사옥을 지어 이사를 가며 다시 요요로 돌입 OTL.


그 이후에도 운동을 할 환경이나 기회는 참 많았었어요. 새로 이사간 집 지하에는 24시간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답니다. 허나 제가 그 아파트에 살던 4년간 피트니스를 이용한 횟수는 고작 네번! 스스로 여러번 다시 운동해야지 다짐다짐 했지만 누군가 강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민망함도 없고 스스로 핑계꺼리를 만들며 내일 내일 미루다 보니 5-6년이 후딱 가버리고, 그러다 보니 저의 몸상태는 안좋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살이 쪄서 옷이 맞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 후덕해 보이는 모습에 슬퍼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몸이 무겁고 자주 아프게 된 것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밤마다 다리가 저려 잠을 잘수 없었고, 아침엔 저혈압에 일어나기 힘들었고, 잦은 두통에 성격도 날카로워졌었답니다.


실패를 거듭하

다시 8년만에 시작한 다이어트


결혼 후 세번째 이사를 하고, 아이가 학교를 가면서 다시 시작한 다이어트.


그 시작은 집앞 운동센터 등록이었어요. 딸아이 학교 같은반 학부모 모임에서 친해진 엄마들 몇몇이 그 운동센터에 다닌다 하여 가게 된 것이 시작이었고, 덜컥 6개월을 등록하게 되었답니다. 매일 나간 횟수를 운동 후 인증 받으면 나간 횟수를 카운트 하고 매월 12회 이상 출석시에는 포인트도 주더랍니다. 누적 100회 운동때마다 인증 티셔츠도 주고요, 무엇보다 매월 정해진 기간 체지방측정의 압박+ 체지방과 사이즈 트렌드를 체크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운동을 1주 이상 나오지 않으면 문자로 알림알림!~ 얼굴 도장을 팍 찍어둔 탓에 나가지 않으면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과 선생님께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기도 하고.

 

운동 하면서 중간에 앞서 이야기 한 사내 체인징바디 8주 프로그램을 병행하게 되었고요.

그 결과 운동센터 선생님과 친구들, 프로그램의 영양사 선생님에 트레이너님과 역시 프로그램 같이 하는 친구까지..."5중 6중?! 관리 시스템" 속에 저는 운동과 식이조절을 게을리 할 수 없었습니다.


100회 운동하니 기념 티셔츠도 주네요. 저의 최대의 잔소리꾼이 되주고 있는 피트니스 센터.


그 기간 무려 체지방만 4킬로그람 가까이 감량했고, 팔다리 배 등의 사이즈는 무려 15cm나 감량을 하게 되었더랍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처음 시작 3개월 동안 운동이라는 지속가능한 습관- 지금까지도 아주 자연스럽게 매주 3-4일 운동을 하게 되었지요- 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늘 무거웠고 아팠던 몸상태도 회복되고 체력도 좋아진 것은 더 감사한 선물이었지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한다면

포기하려 할때 성가시게 하는

누군가가 필요해요


12월은 참 다이어트에 있어 잔인한 달?!입니다. 각종 연말모임에 맛난 음식과 음주~ 게다가 추워서 움직이기도 싫을 때가 많아요. 운동을 시작한지 이제 곧 8개월차인데 이대로 무너지나 싶습니다. 그럴 때 엊그제부터 울리는 운동센터에서의 문자 띠링~ "이번주 체지방 측정기간입니다", "이번달 운동은 XX회를 하셨네요 화이팅"


당장 내일 저는 체지방 측정을 받아야 합니다. 한동안 무너져서 요요~가 오는 듯한 몸매를 다시 다잡고 이번주 초부터 먹는 것 좀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다시 나가 12월 운동횟수 15회를 다시 챙기고 있어요. 내일 체지방 측정에서 선생님의 잔소리?!를 조금이라도 덜 듣기 위해서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한다면 이렇게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듯? 성가시게 하는 어떤 기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외국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이유도 그러할거에요. 선생님의 가르침도 도움은 되겠으나 그보다 더  숙제와 레벨테스트를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중에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기도.


남편과 운동하고 나누는 메신저, 귀여운 아이콘도 보내면서 저를 격려해주는데 힘이 되어요.


되도록이면 여러 곳에 나를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다이어트 프로그램 끝난 후 남편이 그 역할을 담당해 주고 있어요. 가끔 많이 먹을 때는 눈치도 주고, 아침에 메신저로 운동했는지도 체크해 주곤 합니다. (제가 살찐 것은 정말 괜찮은데 날카로운것은 정말 너무 힘들다면서... 열심히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운동센터에 다니는, 그리고 예전에 다이어트 프로그램 함께 했던 친구들도 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안 나온다 치면 메신저로 포기하는거냐며 묻기도 하고 얼렁 정신차리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아요. 주변에 참 잔소리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도 운동이나 다이어트 포기 못할 것 같습니다.


가끔 무너질 때도 있어요.

그러나 고마운 잔소리꾼들이

나를 격려하기도 합니다.


가끔 컨디션이 안좋거나 정말 무너져~ 버릴 것 같을 땐 그냥 솔직히 이야기해요.


"요즘 겨울이라 생존을 위한 지방 축적 본능때문에 입맛이 땡기네. 좀 먹었다고...

세상에서 추운게 제일 싫어서 안 걷고 차좀 몰고 다녔다고.."


오히려 그렇게 이야기 하고 나면 다시 그 시점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성스레 쌓은 탑이 비록 부서질 지언정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인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이어트 8개월차에 요요를 맞은 저는 이렇게 무너지지 않고 살짝 부서져도 다시 건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새해되면 가장 많이 하는 다이어트 결심~ 시작한다면 초반세팅!에 좀 더 신경써서, 나를 걱정하는 잔소리꾼들을 많이 주변에 모시고~! 시작해 보세요. 좀 더 지속가능한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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