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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Jan 06. 2023

출발(出發) : 게임으로 배운 세상의 진리

나의 유년기에서 고등학생까지의 이야기

 1992년 인천에서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나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사람. 요즘 어느 회사 자기소개서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이 식상한 문장이 나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 커다란 우주 어딘가에서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로 태어난 것은 특별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유치원생 때부터였다. 그 시절의 나는 천진난만하고 이기적이었으며 책임감도 없었다. 한 마디로 그 나이또래면 어디에든 있을법한 어린애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재밌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차를 타고 가고 있으면 창 밖 사이로 보이는 전봇대들을 바라보며 그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상도하고 TV만화를 보며 손으로 불과 얼음을 만드는 초능력을 가지는 상상도 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상이 그 자체로 즐거운 오락거리였고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부터는 세상은 나에게 그 본모습을 조금씩 드러내었다. 부모님은 내게 매주 숙제가 있는 학습지 공부를 시키셨고 학교에서도 수행평가와 방학숙제를 통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강요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켜냈을 때 얻는 칭찬과 보상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는 성취감을 배울 수 있었지만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진 못했다.


 그 당시의 나는 여전히 새로운 놀잇거리가 좋았다. 노트에 졸라맨들이 싸우는 만화를 그려 내 만화를 기다려주는 친구에게 보여주는 재미, 동네 친구들과 축구하고 잠자리채로 벌레도 잡으며 노는 재미,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게임을 하는 재미.

 이런 다양한 재미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내일을 기다려지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근무지 이전으로 그동안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게 되었고 이런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나의 세계에 큰 변화를 끼쳤다.

 그동안 친했던 친구들과 거리적으로 멀어지면서 연락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고 새로 전학 온 초등학교는 졸업을 앞둔 직전이었기 때문에 저마다의 무리를 이룬 지 오래되어 새로운 전학생의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쓸쓸한 방학이 시작되었고 나의 성격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입학한 중학교 1학년 생활은 내게 아픈 손가락 같은 시절이었다. 초등학생 때까지 사교성 있게 활기차게 지내왔던 내 모습은 사라졌고, 의기소침한 성격 때문에 친구를 만들기 어려웠다.

 몇몇 애들은 나를 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지독히도 외로웠던 시절 나를 구해준 건 그전까지 소중히 간직한 나의 삶의 원동력이었다.


 학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집에서 컴퓨터 게임으로 새로운 재미를 찾았고 '서든어택'이나 '스타크래프트' 등 그 나이또래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게임을 잘하게 되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우연히 게임을 좋아하는 무리를 만나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학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격변했던 주변 환경의 변화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 결과 이를 이겨내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살면서 본 인상 깊은 네이버웹툰 중에 『죽음에 관하여』라는 만화가 있다.

거기에 '하나를 알고, 그걸로 모든 것을 관통하는 거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나는 이 대사가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진리라고 부를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상만물은 사실 한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근본에 가까운 핵심을 알면 이로부터 파생되는 대부분의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고등학생 때 다름 아닌 '게임'을 통해 느낀 적이 있다.


 나는 게임을 할 때 한 가지 습관이 있다. 그것은 한 우물만 파는 것인데 게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캐릭터 중에서도 오로지 한 가지 캐릭터만 질릴 때까지 플레이한다.

 처음 100판을 하기 전까진 그 캐릭터에 대한 조작법을 익혔었다. 하나하나 어색한 조작법에 미숙한 컨트롤로 패배의 쓴맛을 많이 보았지만 포기하기 않고 그 캐릭터를 꾸준히 했다.

 다음으로 500판을 했을 때에는 캐릭터의 조작법을 마스터하여 손발처럼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었다. 내 생각대로 캐릭터가 움직이니 그 자체로 재밌게 즐길 수 있었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와 대전할 때 상대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2000판을 할 때 즈음에는 내 캐릭터에 이해도를 바탕으로 적과의 여러 가지 대처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대처방법을 알아 웬만한 상황에서 나를 당해낼 유저가 없어졌었다.

 5000판을 했을 때, 어느새 게임 내에서 흔히 '장인'이라 불리는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이때즈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어쩌다 처음 보는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에도 그 캐릭터의 기술만 보면 이를 설계한 제작자의 의도가 느껴졌었고 그 의도에 나의 호흡을 맞추면 마치 수백 판은 플레이한듯한 실력을 보일 수 있었다.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게 되는 습관은 고등학교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부분이 눈에 잘 들어왔고 실제 시험문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였다.

 덕분에 시간을 필요한 부분을 공부하는데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고 그만큼 복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공부방식에 변화가 생긴 후 나의 성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등학교를 입학할 당시에는 전교 360명 중 330등 수준이었지만, 성적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었고 수도권에 내가 목표로 하는 공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부모님들은 게임만 좋아하는 아들이라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면도 있었지만, 당시의 나에게 게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깨달음을 준 삶의 원동력이었다.




 장황하게 썼지만 말하고 싶은 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의 원동력은 나를 성장시켜 주는 근본적인 힘이 되어준다는 것과 이를 위해 자기 자신과의 꾸준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무엇을 잘하는지 따위를 생각하는 습관말이다.


 여러분 인생의 첫 출발점에서 삶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가? 혹시 모르겠다면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보자.


 삶의 원동력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있어서 그땐 너무나 익숙해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기억했다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의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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