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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Feb 26. 2023

나에게 깡총이가 찾아왔다

초보 아빠의 다짐

 작년 10월, 나와 와이프에게 깡총이(태명)가 찾아왔다. 그날은 유독 와이프에게서 카톡이 없는 날이었다.

각자 직장에 다니는 입장이었지만 길어야 1시간 안으로는 카톡을 보내던 우리였는데 2~3시간이 지나서 드문드문 오는 와이프의 카톡에 어딘가 심상치 않은 예감이 왔다.


 퇴근 후,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바로 앞에는 종이쪽지를 들고 있는 분홍색 토끼인형이 있었고 종이쪽지에는 두 줄을 나타낸 임신테스터기가 붙어 있었다. 종이쪽지에는 '아빠 안녕. 반가워요! 10달 이따 만나요. 나 아직 이름 없어서 지어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P.S 엄마한테 잘해라!'라는 멘트가 써져 있었다.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겉보기엔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와이프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것도 내 자식이. 약간의 겁이 났었던 것도 같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최대한 빨리 임신을 하려고 했었다. 나이가 들어 임신하면 체력적으로 육아가 힘들 거라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빨리 우리의 아이를 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나 와이프나 연애 때부터 결혼관이 같았다. 둘 다 가족을 이루면 자식을 낳아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 계획된 임신이었으나 이렇게 바로 생겨버릴 줄은 몰랐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임신을 준비했으나 잘 되지 않아 인공수정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임신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부부에게 행운이 따랐나 보다.


 임신 후 14주 차까지는 임신 초기로 태아가 형성되는 단계이다. 이때에는 태아가 발달하는 데 가장 민감한 시기로 외부 유해인자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 초보 부부는 급하게 『내 생애 첫 임신 출산 육아책』이라는 약 480페이지나 되는 백과사전 책을 사서 읽었다. 임신 초기에 임산부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나 주의사항 등에 대해 보았다. 철분제, 엽산 등 초기 임산부 챙겨 먹어야 할 약들을 몽땅 사서 먹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다행히 입덧이 없었다. 처음엔 입덧이 없는 와이프가 걱정되어 산부인과 담당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입덧은 임산부 10명 중에 6명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딱히 입덧이 없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와이프는 잠을 편하게 자질 못했다. 방광이 압박되어 잦은 화장실 신호로 자다 깨고를 반복했고 편하게 잠을 못 자는 것과 더불어 호르몬 영향으로 인해 이전보다 조금 예민해졌다.


 예민해진 와이프를 마주하면서 나 역시 적응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와이프가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와이프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는 몸상태, 아이가 생긴 것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처음으로 하는 임신에 불안함과 초조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와이프였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임신 초기에 우울증에 오는 것은 임산부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와이프와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출근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은 몸상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깡총이를 낳은 후 서로 어떤 엄마, 아빠가 될 것인지 등 와이프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내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깡총이는 무럭무럭 자라주어 건강에 이상 없이 임신 초기를 끝냈고 글을 쓰는 지금 22주 차를 지나가고 있다. 와이프의 몸상태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이제는 잠도 편하게 잔다.


 아직까지도 나는 내가 아빠로서 준비가 되었을지 스스로에게 되묻곤 한다. 본격적인 육아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시점에서 주변 육아선배들의 힘든 경험담을 들어보면 불안감이 엄습해오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깡총이의 아빠이다. 준비가 돼있든 안 돼있든 내가 아빠라는 것은 변함없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도 임신과 육아의 첫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식을 키운다. 나를 키워준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부터 능숙하게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없다. 모두가 처음에는 어색한 발걸음을 내딛지만 결국 그 걸음들이 모여 훌륭한 부모라는 종착지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숙하지만 꾸준히 조급해하지 말고 아빠로서의 길을 걷고자 한다.

응원해 줄 거지 깡총아?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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