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말이 진리라 믿으며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사실 인간은 정보의 동물이라 진실에 관계없이 보이는 것에 현혹되기 쉽게 되어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논리로 고집을 피우다 사실을 듣고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 뒤늦게 사과를 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대한 정보가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안다는 것 마냥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옛날이야기 중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것이 있다.
과거 인도의 어떤 왕이 진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대신에게 코끼리 한 마리를 몰고 오도록 했다.
그리고 눈이 먼 장님 여섯 명을 불러 코끼리를 만져보게 하고 각자 코끼리에 대해 말해 보도록 했다.
먼저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장님이 말했다.
"코끼리는 두꺼운 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그러자 코끼리의 귀를 만진 장님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곡식을 까불 때 쓰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이번엔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이 큰소리를 말했다.
"둘 다 틀렸습니다, 폐하. 제가 보기에 코끼리는 커다란 절구공이같이 생긴 동물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코끼리 등을 만진 이는 평상 같다고 우기고, 배를 만진 이는 장독같이 생겼다고 주장하며, 꼬리를 만진 이는 다시 코끼리가 굵은 밧줄처럼 생겼다고 외치는 등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며 다투었다.
왕은 장님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신하들에게 얘기했다.
"보아라.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저 여섯 장님은 각자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코끼리로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구나. 진리를 아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니라."
이 이야기는 불교 경전인 『열반경(涅槃經)』으로부터 유래된 말로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사자성어로 사용된다.
이는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바른 눈과 깊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고집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다. 남의 말에 쉽게 따르는 것도 좋지 않지만, 편향된 시선으로 자기주장만 계속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편협하고 자극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국내 언론사나 각종 SNS 미디어가 많이 생겼다. 보이는 정보에 현혹되면 우리 역시 눈 뜬 장님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나 자신이 주체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보이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물 위에 떠있는 오리는 편안해 보이지만 물밑으로는 분주한 발길질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빙산은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이 전체의 10%뿐이며 나머지 90%는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편안해 보이는 오리보다 물 밑의 발길질을, 빙산의 일산보다 가라앉은 본체를 생각하는 자세를 길러야 한다. 스스로 길러낸 올바른 안목만이 험난한 세상에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