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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Apr 03. 2023

선악의 정의

너무 빨리 세상에 노출되는 아이들

 착함과 나쁨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몇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선(善)과 악(惡)의 정의를 본인의 사회적, 경험적 관념을 바탕으로 세운다. 그로 인해 저마다의 선악의 기준이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극악무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을 어떤 이는 '그게 왜?'라면서 당연스럽게 여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은 법을 만들었고 그 법을 바탕으로 재판을 한다. 덕분에 우리는 법의 보호 아래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가끔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다.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 조화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있다.

 영화 <더 퍼지>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잘 나타내 주었다. 영화에서는 특정 시간 동안 모든 공권력과 법의 통제가 사라지는데 이때 마을은 완전한 무법지대가 된다. 사람들은 평소 본인이 갖고 있던 사회적 불만과 동물적 본능을 표출하는데 강도, 살인 등 꽤나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운 좋게도 법치국가에 생활하고 있는 우리는 모든 사회적 인프라를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균등하게 누릴 수 있고 서로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는 억지력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끼리 다툼이 일어나더라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선(善)'의 의미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며, 자신이 조금 손해를 입더라도 남을 돕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악(惡)'의 의미는 타인의 마음을 가벼이 여기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권리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거 선악의 의미도 같았을까? 나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선악은 인간이 자신들의 경험적 잣대로 만든 도덕적 관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그 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반영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험에는 개인의 주관이 반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인류의 도덕적 기준은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변화해 왔으며 지금껏 선으로 여겨졌던 것이 어느 순간 악이 되어버리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인간이 만든 선악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으로 판단될 수 없으며 착함과 나쁨을 따지는 것은 인문학적 관점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연과학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하다.


 자연과학적 관점으로 인간은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에 가깝다. 성무선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단지 식욕과 색욕만 가지고 태어났고 인간 외의 동물도 동일하다는 고자의 주장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오직 유전자에 기록된 생존 본능과 육체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아기는 음식이 뭔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입에 들어오는 것을 먹는다. 처음엔 본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유리한 삶의 자세를 취할 뿐이다.


 문명이 고도화되고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점점 더 어린 연령층까지도 일찍 세상을 접하게 되고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미성숙한 인격체에게 세상을 빠르게 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율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절도, 폭력, 강간 등 아직 어린아이들이 할 일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것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저 아이들을 저렇게 만든 건 저 아이가 선천적으로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이들을 저렇게 만든 건 위험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준 어른들의 잘못도 있지 않을까. 아직 본능에 충실한 어린 생명에게 위험한 칼자루를 쥐어준 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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