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이즈음 새벽, 또는 해질 무렵이면 한 번씩 나는 소리가 있다. 풀 깎는 기계 소리다.
날마다 쏟아지는 소나기와 쨍쨍 내리쬐는 날씨에 신난 건 풀들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쑥- 자라 있고 뽑고 돌아서면 또 한 뼘 자라 있는 듯하다.
뽑을라치면 뿌리에 흙을 한 사발 달고 나오는 풀.쏟아지는 소나기에 멈칫, 너무 뜨겁고 후덥지근하여 멈칫, 이래저래 멈칫멈칫하다 보니 앞뜰 꽃밭 뒷 뜰 풀밭 옆 뜰 주차장과 꽃밭은 뭐가 풀이고 뭐가 꽃인지 모르도록 키재기 하며 내 키만큼 자라 있고, 씨를 여무리기 바쁜 가운데 둘레를 우거진 수풀로 만들고 있다.
비록 손바닥(?)만 한 꽃밭이지만 틈틈이 관리를 하지 않으면 작은 숲이 되고 말기에, 꽃포기 사이의 풀은 하나씩 뽑아야 하고, 꽃도 피지 않는 잡초는 두 번도 볼 것 없이 야멸차게 뽑아내고 밑 둥을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옆 뜰 풀섶은 고라니(들인가?)가 좋아하는지 노닐다
남기고 간 콩알만 한 흔적(똥)이 너무 많다.
하아, 풀을 깎아야 할 텐데...!
한 이틀 물기를 말려주기에 해가 뉘엿 넘어갈 때 엄두를 내 예초기 엔진 키를 당겨 짊어지고 뒷 뜰로 간다.
해가 진 뒤라 덥지도 않을뿐더러 어둑하니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좋다.
풀로 보이는 것에 예초기 날을 대니 쇠어버린 풀대궁 잘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친김에 들머리길 옆 환삼덩굴도 쳐내고 싶어 들이댔다가 억센 덩굴이 와이어 날을 휘감는다.
동네를 요란하게 하던 부르릉 거림을 휘리릭 감아버리더니 돌아가던 와이어날까지 뚝 멈추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