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

by 늘푸른

처음에 무언가를 배울 때 나는 습득 속도가 느린 편이다. 헤매면서 배우기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은 답답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다. 처음 하는 일이라 두려움 반 설렘 반의 기분이었다. 돈을 주고받는 일이라 정산 때 혹시나 과부족이 생길까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처음 일을 배우고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 돈을 셀 때 천천히 했던 것 같다. 담당 선배는 빨리 마감을 하고 퇴근을 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느리게 정산을 해서 답답했다고 했다. 그런데 내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니, 처음에는 누구보다 느릿했지만 꼼꼼했던 거였다고 선배는 얘기해 주었다.

느리지만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내가 달리 보였다고 했다. 익숙해지니 속도도 빨라지더라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빨리 좀 하라고 재촉했을 법도 한데 선배는 어린아이를 기다려 주듯이 나를 제대로 봐주고 기다려 주었다. 느리게 걷는 아이도 있다는 듯이 포기하지 않도록 기다려준 선배에게 감사하다.

배울 때 느리기도 하지만, 겁도 많다. 대담해야 속도가 빨라지는데 겁을 먹다보니 더 더뎌지는 것 같다.

운전면허는 많은 사람들이 스무살이 되면 차를 사지 않더라도 취득을 한다. 나는 겁이 많아서 차일피일 미루면서 20대 후반에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남들보다 느리게 걷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운전면허 취득 후 자동차를 구입하고, 지금까지 운전을 하고 있다.

조금은 늦게 출발선에 섰지만, 그래도 완주 한 셈 아닌가.

예전에 문화교실에서 종이접기 자격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퇴근 후 저녁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20명가량 되었는데, 교직에 있는 선생님, 전업주부 등 여러 직업을 가진 분들이었다. 연령대, 직업들이 다양했다.

배움의 습득이 느린 나는 수업시간 마다 맨 앞자리에 앉아 강사님과 제일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색종이를 붙들고 씨름을 했다. 다행히 내 옆에 앉은 분이 친절히 알려주시면서 도와주셨다. 덕분에 수업 진도를 늦지 않게 잘 따라갈 수 있었다. 나보다 연세가 많으셨던 분이셨는데, 본인도 처음에 어려웠지만 여러 번 수업을 재수강 하면서 연습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지고 작품도 수업시간 안에 완성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버벅거리고 잘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종강 때가 가까워 졌을 때에는 진도도 잘 따라갈 수 있게 되었고, 작품 완성도 시간 안에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주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포기 하지 않고 수료증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늦더라도 괜찮다. 다른 사람 보다 좀 느리면 어떤가. 하고자 하는 걸 완성만 하면 되는 것을.


같은 길을 걷고 있더라도 빨리 걷는 사람이 있고,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다. 빨리 빨리 걸으라 재촉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멈춰가며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 내 주변 신경쓰지 않고 내 앞길만 보며 가는 사람이 있고, 주위를 돌아보며 늦어지는 사람을 이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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