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편과 나의 대화는 이상하게도 자주 이런 식으로 끝난다.
침대에 누워 "여보, 피곤하다면서 안 자고 뭐해?"라고 물으면 남편은 진지한 얼굴로 "중요한 걸 놓쳤어!"라고 대답한다. 순간, 뭔가 대단한 걸 놓친 건가 싶어 긴장했지만, 그 뒤에는 항상 똑같은 말이 따라온다.
"당근 봐야 해!"
당근... 바로 그 당근! 중고 거래의 성지 당근마켓 말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했지만, 요즘 남편은 침대에 눕자마자 핸드폰을 손에 들고 당근마켓 탐험에 푹 빠져있다. 피곤하다고 하던 사람은 어디 가고, 밤마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당근을 들락날락거리기 바쁘다.
“뭐 그렇게 중요한 게 있는데?”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진짜 필요한 게 나올 수 있단 말이야!"
사실 가끔은 이해도 간다. 값비싼 물건들이 반값에 올라오는 걸 보면 나도 눈이 번쩍 뜨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매일 한다는 거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피곤하다는 말과 함께 잠시 소파에 눕는 남편이지만, 밤만 되면 어김없이 "중요한 물건"을 찾아 당근 구경에 돌입한다.
한 번은 밤 11시쯤, 남편이 흥분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여보! 큰일 났어! 드디어 나왔어!"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진 줄 알았다. 달려가 보니... 웬 중고 낚시대가 화면에 떠 있었다. 낚시는 해본 적도 없는 남편이 낚시대를 사려고 흥분하고 있었다니.
"당신 낚시 안 하잖아?"라고 물었더니, 남편은 "근데 너무 싸잖아! 이건 놓치면 안 돼!"라고 강변했다. 이쯤 되니 내가 누굴 말려야 하는 건지, 중고 물건을 사는 재미에 푹 빠진 남편을 그냥 지켜봐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매일 밤, 남편의 '중요한 것'들은 계속해서 당근마켓에서 발견되고, 우리는 매일 밤 같은 대화를 반복한다. 이제는 "뭐해?"라는 질문 대신, 그냥 "오늘은 뭐 발견했어?"라고 묻는다. 남편의 당근마켓 탐험은 끝이 없다.
혹시 여러분도 집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밤마다 당근마켓을 기웃거리며 "중요한 물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깨어있는 모습을 보지 않으셨나요?
한 번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중요한 건, 나랑 같이 자는 거 아니었어?"
ㅣ출처 iStock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