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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패학자"라는 멋진 타이틀을 가진 분이 쓴 글을 읽었다. 히타무라 료타로라는 사람이 실패에도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가 있다고 했다. 그걸 보고 ‘아, 나야말로 실패학 석사과정은 졸업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근 청소년상담사 2급 필기시험에서 떨어졌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떨어졌다!
시험지를 덮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아, 이번엔 글렀구나"였다.
그다음엔 뭘 했냐고?
바로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 냉동 피자를 꺼냈다. 나에게 위로가 필요했으니까!
피자를 먹으면서 료타로의 말을 떠올렸다.
실패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도전하고 배움이 있으면 '좋은 실패', 반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나쁜 실패'라고 했다.
그럼 내 실패는 뭐였을까?
솔직히 시험 떨어졌으니까 뭔가 ‘나쁜 실패’처럼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나름 배운 게 많았다. 청소년 상담학이 이렇게 복잡한 거였는지도 알았고,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다시 공부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배움이 있었으니까,
이건 료타로 기준으로 '좋은 실패' 맞지 않나?
스스로에게 합격 도장을 찍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료타로가 말하길, 실패가 두려워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가장 나쁜 실패라고 했다. 여기에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려면 일단 넘어져야 배운다. 아이가 처음 자전거 배울 때를 떠올려 보라. 넘어질 때마다 울면서 "엄마, 나 못 타겠어!" 했지만, 결국엔 몇 번 넘어지고 나서 씽씽 잘 타지 않았나?
그럼 나도 우리 아이처럼 넘어질 때마다 울기만 할 게 아니라, 계속 도전해야 하는 거다. 이번 시험에 떨어진 건 괜찮다. 다시 도전할 거니까! 내가 자전거 못 타는 것처럼 살 순 없잖나? 떨어졌다고 포기하는 게 진짜 '나쁜 실패'라는 료타로의 말이 뼈를 때렸다.
솔직히 시험에 실패했다고 뭐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매일 밥 해야 하고, 아이 학원 챙겨야 하고, 산처럼 쌓여있는 설거지도 빨래도 나를 기다린다.
인생은 실패한다고 멈추지 않는다.
실패 덕분에 내가 배우는 게 있다면, 그게 진짜 값진 경험 아닐까?
다음번엔 더 잘하면 된다.
그래,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 냉동 피자가 있으니까!
ㅣ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