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와 ChatGPT 등 생성형 AI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업무 환경은 혁명적으로 변했다. 예전 같으면 꼬박 반나절을 매달려야 했던 계획서 초안이나 보고서 작성이 이제는 단 몇 분 만에 끝난다. 적당한 입력값만 주면 AI는 기다렸다는 듯 만족스러운 출력값을 내놓는다. 바야흐로 진정한 업무 효율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묘한 일이다. 일처리 속도는 분명 비약적으로 빨라졌는데, 정작 나의 피곤함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현상을 수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피곤함 = 일의 양(분자) / 일처리 속도(분모)'라는 가상의 공식을 세워본다. 산술적으로는 분모인 속도가 커질수록 결과 값인 피곤함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일처리 속도가 빨라진 만큼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의 양 또한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결국 분자와 분모가 함께 커지며 피곤함이라는 결과 값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일을 더 이상 늘리지 않거나 아예 줄여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리적인 노동 시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길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웠다. 대체 왜 그럴까?
그 해답은 심리학의 '자아고갈 이론(Ego Depletion Theory)'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의지력과 정신적 에너지는 자동차의 연료처럼 그 양이 정해져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고, 집중하고, 유혹을 참아낼 때마다 이 에너지는 조금씩 소모된다. 중요한 것은 피곤함의 원인이 비단 '육체적 노동'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는 쉴 새 없이 소모된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토하며, 수정 사항을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고도의 인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즉, AI 덕분에 손가락은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선택하고 판단해야 하는 뇌는 잠시도 쉬지 못한 채 '정신적 소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에 우리가 피곤함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업무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전략적으로 아끼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AI가 주는 편리함에 취해 더 많은 일을 처리하려 들거나, 쉼 없이 새로운 정보의 파도에 뇌를 노출시킨다면 자아는 금세 고갈되고 만다.
진정한 업무 효율화는 단순히 결과를 빨리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나의 정신적 에너지를 얼마나 잘 보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빨라진 속도만큼 확보된 여유 시간을 다시 노동으로 채우지 않고, 온전히 뇌를 쉬게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피로 해소법은 기술의 활용이 아닌, 역설적이게도 '기술로부터 잠시 멀어지는 정신적 휴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