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
"... 여보세요..."
"야이 새끼야. 안 죽고 살아서 일어났냐?" 도형이었다.
승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 어... 그래... 도형아..."
"야. 난 너 뒤진 줄 알았지, 크크. 근처에 일 때문에 왔다가 너랑 해장이나 좀 하려고. 집에 있지?"
"어... 그럼, 아직 집이지..."
"그럼 좀 있다 간다? 너네 집 근처에 해장국 죽이게 하는 집 있잖아. 거기서 포장해 갈게. 나도 새벽에 사건현장 조사하느라 아침을 못 먹어서... 참, 너 선지 안 먹던가?"
"어? 어... 나는 그거 빼줘."
"그래 알았다. 좀만 있어. 금방 갈게."
"어?... 어... 그래."
통화를 끝난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손 끝이 떨리고 있었다. 황급히 벽돌을 원래 담겨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에 넣으려다 벽돌에 묻어있던 피가 손등에 튀었다. 얼른 침대 밑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손등에 묻은 피는 닦았지만, 방바닥에 틘 피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물티슈를 여러 장 뽑아 바닥을 문질렀다. 깔끔하게 닦이지는 않았지만, 유심히 봐야 보일 정도로 닦였다. 하지만 승호는 그 마저도 불안했다. 더 이상 닦이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 문질렀다.
"삑... 삑... 삑... 삑... 띠리릭"
도어록 소리가 들리자 승호는 급히 손에 쥐고 있는 물티슈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오. 멀쩡하네?" 도형은 신발을 벗으면서 웃었다.
"왔냐." 승호는 마주 보지 않고 어색하게 말했다.
"속은 괜찮냐? 너 어제 엄청 마시더만..."
"어... 어... 안 좋지. 좋을 리가 있겠냐."
"하긴, 근데 최근 들어 너 그렇게까지 많이 마시는 건 처음 봤어."
도형이 포장해 온 해장국을 식탁에 내려놓자 승호는 식탁을 확인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라도 비닐봉지에서 피가 샜으면 어쩌지... 그의 눈길은 식탁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있었다.
"근데... 이 근처에 무슨 일로?"
"아. 이 근처에서 사람이 하나 죽었어."
"혹시 뉴스..."
"응. 아마 뉴스에 나왔을 거야. 아침부터 기자들이 엄청 몰려왔었거든... 하여튼, 이 새끼들 냄새는 귀신같이 맡아요... 알아줘야 한다니까."
승호는 아까 뉴스에서 본 장면이 떠 올랐다. 몰려있던 사람들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왜... 왜 죽었는지는 나왔어?" 승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뭐... 아까 국과수 애들이 나와서 시신을 가져갔으니 곧 정확한 사인이 나오겠지 뭐. 근데 그냥 눈으로 봐도 대강 알겠더만..."
"..."
"누가 벽돌로 여러 번 내려찍은 것 같아. 머리를..." 하며 도형은 자기 머리 한쪽을 손가락으로 쿡쿡 두드렸다.
"벼... 벼... 벽돌?"
"어. 바로 옆이 공사장이라. 거 왜 있잖아."
도형은 국물을 들이켜고 만족해했다.
"벽돌 무더기... 그런데 거기서 벽돌이 딱 한 개 자리만 비었더라고. 그걸로 찍은 거지, 사망자 머리에 벽돌 모서리 자국 비슷하게 몇 군데가 찍혀 있어. 여러 번 찍었던 것 같아. 그래서 뭐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한 것 같아. 어휴. 그 주위가 난장판이야. 그리고 공사자재가 많이 쌓여 있고 흙도 많아서... 이건 뭐 발자국도 막 엉켜있고..."
승호는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다시 침대 밑으로 행했다. 아까 숨길 때 좀 더 깊이 밀어 넣을걸 그랬을까?
"야. 빨리 먹자. 나도 어제 많이 마셨는지 속 쓰리다." 도형이 말했다.
"..."
"야! 뭔 생각해? 빨리 먹자니까."
"어... 어... 그래 먹자."
피 묻은 벽돌, 얼굴과 손에 묻은 피. 승호는 생각에 빠졌다. 그게 그 사람의 피였나? 근데 왜 그게 나한테 묻어 있는 거지... 승호는 해장국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아까 바닥에 피는 다 지워졌겠지...
갑자기 도형이 식탁 위로 몸을 기울이며 승호를 쳐다봤다.
"승호야... 어젯밤, 기억나냐? 혹시 너... 설마 그런 거 아냐?" 도형이 말했다.
"뭐? 뭐? 무슨 말이야? 내... 내가 뭘?" 승호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수저를 떨어뜨릴 뻔하며 당황했다.
"하하. 뭘 그렇게 놀래? 농담이야. 농담."
"야... 무... 무슨 농담을..."
"그건 그렇고 어제는 별일 없이 잘 들어왔냐? 하긴 귀소본능이라고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도 집에는 다들 잘 들어가니까..."
"어... 어... 잘 들... 들어왔지... 뭐... 얼마나 마셨다고..."
"야... 너 어제 술 엄청 마셨어... 내가 너 끌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그... 그래? 미... 미안..."
도형은 승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나를 의심하는 건가... 승호는 도형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참, 승호야... 저... 언제 내 차 좀 봐줘. 요즘 상태가 좀 이상해. 너 고등학교 때부터 너네 아버지 카센터에서 일도 같이 했었잖아... 뭐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아직 좀 볼 줄 알지? 내 차 좀 잘 살펴봐줘. 다른 카센터 가려니 죄다 눈탱이 치려는 것 같아서 못 가겠어. 내가 너 아니면 믿을 사람이 없어서 그래."
"어... 그래... 다음 주에 봐줄게... 시간 될 때 한번 자져와 봐."
"너 꼭 약속했다."
"어... 그래..."
도형은 남은 국물을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마셨다. 그때 도형의 주머니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도형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에이씨..."
도형은 휴대전화에 뭐라 말을 하더니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 바빠서 이만 간다. 다음 주에 보자."
"어... 조심하고..."
현관문이 거의 닫히려다 다시 열렸다. 그리고 도형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참, 승호야. 혹시 어젯밤 근처에서 뭐 이상한 소리 들은 거 없지? 하긴 너 뻗어 있었을 시간대였던 것 같은데. cctv를 돌려보고 있긴 한데, 좀 신경 쓰여... 뭐가 좀 안 나와서..."
잠시 후에 문은 다시 닫혔다.
그는 도형이 돌아가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그랬을 리 없잖아…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승호는 억지로라도 어젯밤 일을 기억하려 애를 썼다.
눈 밑이 떨리기 시작했다.
평생 처음 써 본 글입니다. 많이 어설프고 형식에도 맞지 않은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및 사건은 완전히 허구이며, 실존 인물, 생존자 또는 사망한 인물, 사건, 기관, 단체 및 기업과의 유사성은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