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업이야기 Part4
L사에서 신입사원 연수는 생각보다 강행군이었다. 교육의 많은 프로그램은 강사의 얘기를 듣는 것도 있었지만 야외 Activity 활동도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가지 율동 동작을 10명의 팀원이 모두 외워서 한 명도 틀리지 않고 성공해야 취침을 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 당시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연수가 몇백 명이 매스게임을 하듯 호흡을 맞추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는데 아마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듯하다.
몸치였던 내가 그 율동을 외우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결국 통과했다. 그다음 난관은 거의 42킬로를 걷는 행군이었다. 물론 군인처럼 군장을 매지는 않았지만 꽤나 먼 거리였고 산도 많이 타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에는 마라톤 결승선처럼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해 주고 끝나면 막걸리 한 사발을 주고 마무리하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건 갑자기 대강당에 모두 모이게 하더니 본 연수 중간 평가 중 하위 10명을 퇴소시킨다는 말을 했다. 이름을 호명하는데 너무 긴장이 되었지만 설마 내가 그중에 한 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이름이 호명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내가 그렇게 시험을 못 봤나"
이런 와중에 대강당 앞 연단에 다들 올라오게끔 했다. 너무 창피했고 이제 L사의 생활은 꼬였구나라고 생각한 도중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랬다. 그건 4월에 생일자를 맞은 교육생들을 위한 깜짝파티였던 것이었다. 마침 내 생일이 4월이라 호명이 된 것이었고, 지옥과 천당을 거쳐간 느낌 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기억 남는 이벤트였던 거 같다.
우리 교육 동기생들은 모두 대기업에 들어간 것에 만족해 있었고 아무리 무리한 프로그램을 할지어다 다들 너무 행복하게 교육을 받아들였고 나 역시 그랬다. 이렇게 신입사원의 연수가 종반으로 가던 중 S 전자의 면접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확인하자 연락이 와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본것이 좋은결과를 가져왔었던거 같다.
그토록 벽처럼 느껴왔던 우리나라 양대 대기업에 합격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건 잠시 나는 지금 L사에 입사가 된 상태인데 S사로 결정한다면 신입사원 교육 도중에 퇴소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신입사원 동기들과 열정적으로 교육을 시켜줬던 LG 교관들에게 차마 퇴사를 통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S사에 입사를 하려면 또 2달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일정이었다.
나는 더 이상 놀 수가 없었고, 일단 L사에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실무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그걸 다 확인 후에 결정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결정을 미룬 체 나는 신입사원 교육을 퇴소하고 내가 배정된 부서에 출근하게 되었다.
첫 출근을 한날 내가 배정된 팀에 가자 팀장님이 팀원들을 모두 호출했고, 나에게 축하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일개 신입사원에게 이렇게 대접을 해주는다는 것이 참 고맙고 좋은 인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나의 고민은 깊어졌다. L사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다들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를 위해 많은 환영회를 해주었고, 대리, 과장님들과 술자리도 많이 가져서 한 달도 되지 않아 많은 분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이제 결정해야 하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