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nnecting dot Feb 16. 2023

L사의 퇴사를 생각하다

나의 취업이야기 Part 5.


L사 직원들의 2등 콤플렉스는 생각보다 심했고
다들 어느 정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S사의 입사 여부를 확정 지어야 할 시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주변 친구 및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반응은 다 비슷했다. 



"어차피 빡세게 일하는 건 다 똑같은데 돈을 더 많이 주는 데로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나라 1등 기업이 어떤 곳인지 한번 경험해 봐야 하는 거 아냐?"
"회사는 어차피 네 인생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미안해할게 뭐가 있어? 너만 생각해"


예상대로 대부분의 지인들은 돈 때문이라도 S사를 당연히 가야 한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L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돈 때문은 아니엇다. 가장 큰 이유는 L사 직원들의 S사에 대한 열등감과 2등 콤플렉스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S사는 PS, PI라는 엄청난 보너스를 주는 회사이다. 최대 연봉의 50%를 주니 몇 년 만 다녀도 연봉 1억은 받는 셈이다. 하지만 L사는 그런 것이 없다. 사실 L사 직원들이 S사에 못 들어갈 스펙은 전혀 아니지 않은가? 운이 없어서 혹은 간발의 차이로 S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그들이 자존심 상하고 마음 아파하는 건 자기도 S사에 들어가서 큰돈(?)을 만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여기서 있으면 그들과 똑같은 열등감을 가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1등 기업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경험해 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결국 L사의 퇴사를 결정하고 이제 내 팀에 팀장에게 통보하는 날짜를 잡았다.  어떻게 말해야 그들이 덜 기분 나쁘게 퇴사를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차마 그들의 경쟁사인 S에 가야 해서 퇴사한다는 말은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거짓말은 내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원에 합격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진학을 하기로 했다였다. 그렇게 말하면 나의 상사와 동료들이 마지못해서라도 맘 편히 보내줄 거라고 생각했다. 뭐 내가 나간다면 그냥 나가는 거지만, 그들에게 미안함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비리그 진학이라는 변명을 하고 퇴사 통보를 했다. 주변에서 내가 그동안 적응을 잘했는데 나간다고 수군거렸지만 이내 이유를 듣고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신입교육 한 달을 제외하고 겨우 한 달 남짓 L사를 다녔지만 그 한 달 동안 내가 왔음을 축하하는 많은 자리들이 있었고 그들과 친해졌다. 특히 신입교육부터 동고동락했던 동기들과 헤어짐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어차피 통보는 되었고 나의 퇴사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약 3주 후에는 또 S사의 신입사원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S사의 신입사원 교육이 거의 2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그 프로그램이 엄청나다는 것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3주간을 보내었고, 드디어 S사의 신입교육 날이 다가왔다  



(계속)




이전 17화 L사의 신입사원 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