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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씨 Mar 06. 2023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집, 『풀꽃』 책 리뷰

최근에 따뜻하고 고운 말들이 너무 그리운 적이 있었다. 명확하고 의사가 분명한 언어들 사이에서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언어가 나에겐 필요했다. 그래서 잡은 책이 시집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때 묻지 않아 보였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들게 되었다.


보통 책을 출퇴근길에 읽는데 이 책은 꼭 새벽에 조명 켜고 혼자 곱씹으며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아이가 쓴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가 쓴 것 같았다. 순수함이 가득했는데 곳곳에 노련함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미소도 가끔 시무룩도 가끔 그렇게 표정을 지으며 읽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하면 사실 풀꽃이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일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유명한 시도 한 자 한 자 천천히 보다 보면 작가님의 세상을 천천히, 오래 바라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는데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천천히 자세히 오래 이 세 단어 다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께선 이 어려운 걸 열심히 연습해오셨겠지,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감상평을 남길 수 있으셨겠지, 그래서 우리에게도 여운이 남는 거겠지.


시는 자칫하면 그냥 눈으로 읽고 다음 장으로 휙 넘기기가 쉬운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시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긴 어렵다.


나도 그렇지만 누구든 글을 적을 때 적절한 단어를 이리저리 생각하며 적기 마련이다. 내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내가 전하고 싶은 의미를 꼭 닮은 단어를 선정한다.


읽을 때 작가님이 담고 싶었던 뜻이 뭘까 생각하며 읽으면 그 짧은 단어들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시를 읽는 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집을 휙휙 넘기고 있었다면 잠시 멈추고 시를 들여다보길 바란다.


-


나는 읽는 내내 맴돌았던 시가 있었다. 바로 ‘명멸’이라는 시다. 이 시를 보고 ‘나 이렇게 살다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꿈꾸게 만드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고, 슬픔이 아니라 아쉬움을 남기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의 결말이라서. 그래서 나는 여기 나오는 별처럼 살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 아침을 깨우는 해도 말고, 어두운 밤을 비추는 달도 말고, 그냥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 중 하나로! 해와 달이 사라지면 심각해지니까 별이 딱 적당하다.






오랜만에 내가 바라던 삶이 뭐였더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좋은 시 알게 돼서 좋았고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말들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내 빛 열심히 내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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