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친구인 우리

아직은

by siya

우리는 늘 비슷한 거리를 두고 걷는다.

가까워도, 아주 가까운 건 아니고.

멀어도, 너무 멀지는 않은 그 정도로.

가끔 내 마음이 몇 발짝 먼저 가버릴 때도 있지만,

나는 애써 발을 멈춘다.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사소한 농담에도 웃고,

가끔 괜히 토라져도 금방 풀고.

다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가끔 모르는 것도 아는 척.

그렇게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 아래,

아주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서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마음을 너도 아는 걸까.

너도 나처럼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고,

혼자 가라앉은 밤을 지나왔을까.


말하지 않으니까 유지되는 거리.

말하지 않으니까 계속되는 관계.

조금은 애틋하고,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행복하다.


아직은 친구인 우리.

아직은 그게 좋아서,

오늘도 널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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