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우리는 늘 비슷한 거리를 두고 걷는다.
가까워도, 아주 가까운 건 아니고.
멀어도, 너무 멀지는 않은 그 정도로.
가끔 내 마음이 몇 발짝 먼저 가버릴 때도 있지만,
나는 애써 발을 멈춘다.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사소한 농담에도 웃고,
가끔 괜히 토라져도 금방 풀고.
다 알고 있어도 모르는 척,
가끔 모르는 것도 아는 척.
그렇게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 아래,
아주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서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마음을 너도 아는 걸까.
너도 나처럼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고,
혼자 가라앉은 밤을 지나왔을까.
말하지 않으니까 유지되는 거리.
말하지 않으니까 계속되는 관계.
조금은 애틋하고,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행복하다.
아직은 친구인 우리.
아직은 그게 좋아서,
오늘도 널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