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초록빛 눈동자 속에 내가 없었음을 사랑하며
더운 여름이었다.
기억 속 그 해의 여름은 유난히 숨이 차도록 더웠고, 그 무더위 사이사이로 너는 자주 악몽을 꾸었다.
한낮의 열기에도 미처 식지 않은 이불속에서
너는 자주 땀에 젖은 채 눈을 떴고,
어떤 날은 무언가에게 쫓겼다고 말했고
어떤 날은 이름도 모를 슬픔이 꿈에서 울고 있었다고,
졸린 눈으로 나지막이 말하곤 했다.
그러고는 늘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지.
"그래도 내 꿈이니까 괜찮아.
악몽이어도, 내 꿈이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그 꿈 안에 나도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당신이 꾸는 그 수많은 악몽 중 하나쯤엔 내가 숨어 있었기를.
도망치다 문득 마주친 얼굴이 내 얼굴이었기를.
소란스러운 마음을 숨기며 조용히 바랐다.
하지만 너의 눈동자엔 늘 여름이 가득했다.
맑고 짙은 초록빛.
푸르러서 슬프고,
투명해서 닿을 수 없던 그 여름의 초록.
그 안에 내가 담기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서러웠고,
그럼에도 끝내 너와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넌 너만의 여름을 살아갔다.
나는 어쩌면,
그 여름에 걸쳐져 있던 바람이었고 그늘이었고, 한낮과 해 질 녘 사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햇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까.
그토록 찬란하고 선명한 너의 계절에 내가 영원히 머무를 수 없었다는 건.
너는 늘 꿈을 꾸었고
나는 깨어 있는 채로 널 바라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때의 너를 사랑해.
너의 눈동자 속엔 내가 없었지만, 내 눈엔 네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참 오래, 참 깊이 살아냈으니까.
때로는 생각해.
기억이란 건 어쩌면,
사라진 것을 사랑하기 위해 남겨진 감정 아닐까.
내가 꺼내보는 그 여름은, 너의 한마디 말과
너의 여름볕보다 밝고도 따사로운 웃음, 그리고 사랑스럽게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그 초록빛 눈동자 하나로 충분했으니까.
지금도 가끔, 아주 가끔 더운 아침에 눈을 뜨면
네가 내 꿈에 다녀간 것 같아 이유 없이 가슴이 시리고, 그 시림 안에서 나는 또 한 번 너를 기억해.
사라진 것을, 머무르지 못한 것을,
끝내 닿지 못했던 그 눈동자 속의 여름을.
그래도 나는 기억하니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아마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