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오늘도 몰래 사랑을 쓴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문장이 되어 널 사랑한다.

by siya

나는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순간, 이 마음이 어딘가로 흘러가버릴까 봐.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네가 알아버릴까 봐.

그래서 나는 조용히 쓰기만 한다.


글이란 건 참 이상하다.

입으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마음도

종이 위에 올리는 순간

그저 ‘문장’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더 용감해질 수 있고,

그래서 마음 편히 더 많이 너를 사랑할 수 있다.


오늘도 아무 일 아닌 척,

내 하루를 적는 글 안에 너를 넣는다.

무심한 하늘을 적으며 네가 좋아하는 날씨를 떠올리고,

카페 창가를 묘사하며 네가 앉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묘하게 섞어 넣는다.



너는 모를 거야.

이 문장이 너를 닮았다는 걸.

이 글의 맨 끝에 있는 쉼표 하나가

사실은 네 이름이었다는 걸.


어쩌면 나는,

이렇게 쓰는 걸로밖에 사랑을 못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말을 아끼고, 마음을 숨기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불을 켜고

밤마다 네 이름 같은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


나는 한 번도 너에게 고백하지 않았지만

이 글은 이미 수십 번, 수백 번이나 너를 사랑했어.

숨도 못 쉴 만큼 말이야.


그러니,

이 마음은 들키지 않아도 괜찮아.

들켜버리면 끝나는 사랑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이건,

그냥 나만 아는 사랑이야.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영원한.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들키지 않게 너를 조심스레 적는다.

단어 뒤에 숨긴 얼굴로, 문장 끝에 붙은 숨결로,

사랑이라는 말 대신, 그보다 훨씬 조용한 말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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