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빗물을 생각하며
여름 장맛비가 내리면 유독 너 생각이 난다.
그해 여름,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쏟아졌지.
햇볕 없는 날이 계속되어도 너만은 참 밝았고,
나는 그런 너를 보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았다.
옥상에 나란히 앉아, 젖은 벽에 등을 기대고
세상이 전부 젖어드는 걸 바라보며 나눈 이야기들이 있었다.
넌 그냥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했고,
나 또한 그렇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비명보다 조용했던 내 마음은, 그때도 네 옆에 있었다.
말하면 무너질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한 감정.
한걸음만 더 다가가면, 너와 나 사이엔 비가 아닌 벽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평생 그 거리에서 멈춰 있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웃었고,
아무 일도 없던 여름을 지나, 그 해의 장마가 끝났다.
그때부터 너는 점점 멀어졌고,
나는 여름이 올 때마다 자꾸만 그 옥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비가 오면, 우리였던 적도 없는 장면들이 마음에 흘러든다.
너는 몰랐던 여름의 감정.
혼자만 기억하는 장마의 대화.
우산을 함께 쓸 수 없었던 거리.
지금도 비가 오면, 옥상에 너와 나를 다시 앉혀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날,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장마는 조금은 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