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검진센터에서 복부초음파 받는 과정/일주일 동안 검진결과 기다리기
마침내, 복부초음파를 무려 8개월 만에 받으러 가는 날이 도래했다.
몇 번의 피검사를 했고, 수치가 좋지 않아서 결국 동네 GP의사의 도움으로(영국의 대학병원검사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상황). 의사의 판단하에 반드시 복부초음파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의지 덕분에 마침내 받게 되었다.
검진센터를 가기 위하여 나는 어젯밤 앱으로 콜택시를 예약했다.
그곳은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모슬포골텍시를 전화로 예약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불가능하다.
Technophobia인 나는 영국역이민 후, 강제적으로 기술을 익히고 있다.
가장 싫어하고 못하는 것을 개발시킨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지만, 연습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진리처럼 기술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chatgpt와 유튜브영상이 있었다.
또한 무조건 딸에게 해달라고 할 때마다 딸은 안 해주었다.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ㅠ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어젯밤부터 금식을 해서인지 배도 고프지만, 그보다 커피가 더 마시고 싶어 질 때, 택시가 도착했다.
오늘은 승합차가 왔다.
간단하게 가야 하는 장소를 확인한 후, 운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이기도 하고, 검진센터에 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운전수가 오히려 편안하다.
물론 대부분의 택시운전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단지 목적지만 확인한다.
물론 가끔씩 외향적이고 친절한 기사님들도 만나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좋은 리뷰를 남겨드린다.
영국생활을 하면서 이민노인으로서 따듯한 말 한마디는 기분을 UP 시키곤 한다.
대학병원을 지난 후,
택시는 작은 숲 속길로 들어섰다.
마치 도심을 벗어나서 있음 직한 각종 야외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는 뭐 그런 센터를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웬일로 파란 하는 아래 햇살이 참 따듯하다.
갑자기 제주도 곶자왈이 떠올랐다.
제기랄!
이놈의 제주도의 자연이 그리운 병은 도대체 언제 치유될까ㅠㅠ.
가끔씩 남편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찍어서 보내준다.
마침내 도착한 검진 센 테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작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사람들과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들은 아침 8시부터 예약이 되어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왼쪽에 있는 Compleo라는 길고 큰 컨테이너가 있었다.
마치 건물공사 중에 임시가건물 같은 뭐 그런 것이었다.
궁금했지만, 일단은 패스하고. 입구로 들어갔다.
검진센터 안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현대식으로 리모델링된 멋진 리셉션 데스크에서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는 유니폼을 입으신 분들이 계셨고, 은은한 음악이 검진센터 안을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설이군!
잠시 긴장되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아이코, 이 와중에 실내건물의 분위기와 시설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니^^아무튼간에 못 말린다.
복도를 돌아 대기실이라는 공간에 앉았다.
이미 그곳에서 60대 초반의 부부와 젊은 여성이 긴장된 상태로 앉아 계셨다.
TV화면에서는 검진센터를 광고하는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한국 같으면, TV가 나오는데, 이곳은 마치 안내보드 같은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앗, 깜박했다. 영국은 모든 공공요금과 대중교통까지 전부 인간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전부 민영화가 되어서 무료 TV와 무료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다.
한국의 공짜 같은 공공요금과 대중교통에 익수 해져서 또다시 잊었다.
요즘 권력과 돈에 환장한 정치인들과 인간군상들로 인하여 의료 및 공공이 사용하는 것들을 줄기차게 민영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민들은 깨어있어야 하고, 나는 기도해야 한다.
또다시 옆길로 샜다.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복받쳐서 자주 옆길로 샌다.
주로 대한민국과 관련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놈의 한국인 DNA, 뼛속까지 한국이다.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미세한 부분들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한국과 영국은 차이는 크다.
이럴 때마다 나 한국 돌아갈래가 저절로 나온다.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간다.
이놈의 돈돈돈......
파란색 간호복을 입은 여성이 나와서 60 대부부중 여성분을 먼저 데리고 들어가셨다. 아무래도 나의 순서는 여성분 다음에 젊은 여성 20대 그리고 내 차례일 듯싶었다.
10분 정도 지난 후, 여성분이 환하게 웃고 나와서 남편분에게 뭐라고 뭐라고 낮게 이야기하셨다.
아마도 결과가 좋은가보다.
곧이어 20대 여성의 이름이 불려지고, 그녀가 들어갔다.
60대 부부는 서로 웃으며 대기실을 떠나셨고, 나만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또다시 염려가 올라왔다. 그래서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들을 읽었다.
이곳은 영국 NHS와 협약을 2016년도부터 체결한 후, 지금까지 환자들을 검진하는 검진센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TMI1: 검진센터에서 돌아온 후, Relocatable MRI Unit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건물 내에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도 저렴하며, 또한 설치를 할 수 없는 지역으로 이동해서 그곳에 필요한 환자들을 검진하는 최첨단의 기술을 갖춘 Unit이었다.
회사로고를 참조하여 이 제품은 독일 제품이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다.
TMI2: 딸아이의 유방암검사와 토모코의 유방암검사등 긴급하게 요구되고 전문의에 의하여 검진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이곳으로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학병원에서 검진되고 있고, 그 외의 정도의 심각성에 따라서 이곳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나의 예측이다.
폭증하는 환자들을 NHS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고, 이를 사기업과 협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잠시 두려운 마음을 회피하기 위하여 글을 읽고 있을 때, 아직 20대 여성은 나오지 않았고, 파란색간호복을 입은 여성이 나를 불렀다.(후에 알게 된 사실은 그녀는 검진센터의 후문으로 나간 것이었음. 이곳은 앞문으로 나가도 되고, 뒷문으로 나가도 되는 곳이었음. 단 대기실에서는 뒷문이 보이지 않았음^^).
그녀를 따라서 초음파 기계가 있는 방안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하얀색간호복을 입은 30대 후반의 흑인여성이 앉아 있었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지? 왜? 간호사가 있지?? 의사가 아니네??? 제기랄!
평생 종합병원에서 전문의에게 초음파를 받던 특권의식이 발동했다.
이놈의 특권의식이 나에게도 있었구나!
도대체 감사는 어디 가고 불평을 하다니!
지금 초음파를 받는 것도, 나의 GP가 그나마 밀어붙여서, 8개월 만에 받으면서... 언제 성숙한 인간이 될는지...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간호사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후, 물었다.
왜 여기에 오게 되었으며, GP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총 8개월 기다렸고, 두 번의 피검사를 했으며, 그 결과가 좋지 못해서 이렇게 오게 되었다고 보고(?)했다.
그 후, 그녀는 복부초음파를 시작했다.
나는 왼쪽복부와 등 쪽이 특히 아프다고 했는데, 왜 그녀는 오른쪽복부와 등을 더 신경 써서 검진하는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녀는 검진했고, 그녀가 잠깐잠깐 멈추고,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특히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신경이 더 쓰였다.
간호사는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시간을 들여서 검진한 후, 왼쪽은 오른쪽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시간도 검사면적도 적게 검진을 했다.
말을 해야 하나? 이미 말했는데?? 검진할 때는 말 시키면 안 되는데???
하아ㅠㅠ.
그렇게 검진이 끝났다.
그녀는 GP에게 보고할 것이며, 약 일주일 후, GP연락을 할 것이다. 만일 GP에게서 연락이 없으면, 네가 직접 GP에 가서 검사결과를 들으라고 했다.
결국, 나는 질문했다.
혹시 네가 시간을 꽤 들여서 검진했는데, 혹시 큰 것을 발견했느냐고.
속으로 이런 것을 그녀에게 물어보았자, 알 것도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또한 한 번으로는 심지어 안다고 해도 그녀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말해줄 수도 없을 텐데...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물어보았다.
또다시 일주일의 기다림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기다림의 수렁에 빠져있는 뭐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본 후,
"제가 보기에는 큰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제가 뭐라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검진한 것을 GP에게 보낸 후, GP가 분석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그래 당장 최악은 아니라고 한다.
기다릴지언정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설령, 나중에 뒤퉁수를 맞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해준 간호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나왔다.
검진센터 안에는 초음파를 보는 방이 3개 정도 있었고, 엑스레이를 찍는 방이 1개 있었다.
의료검진센터를 나올 때는 들어갈 때의 초조함은 사라지고,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래! 당장 죽는 것 같은 것은 발견되지 않았단 소리므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검진센터의 뒷문으로 나왔다.
밖은 파란 하늘과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영국은 피검사와 초음파를 검사한 후에는 최소 일주일을 기다려야만 결과를 들을 수 있다.
단, 예외사항이 있다.
당장 죽을병이면, 하루 이틀사이에 즉시 연락이 온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소리가 있다.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거쳐서 자동차를 만드는 뭐 그런 자동화시스템처럼, 영국에서는 의사의 진료부터 시작하여 검사를 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단, 검사를 하는 곳과 결과를 듣게 되는 것과의 장소차이와 시간차이가 있는 특징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의 연속이고 무한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대신 장점은 병원에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단 기다리다가 죽는다.
그래서 이곳의 부자들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가거나(이문제로 HNS가 골머리가 썩다. 왜냐하면, 어느 나라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검사와 검진 그리고 치료를 한 후, 예후가 좋지 못해서 그 뒤처리를 영국 NHS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알고 있음) 아니면, 사립병원 부파(Bupa)를 이용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영국의 최상류 층이다.
이곳은 아주 작은 수술도 한국에 비하여 100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미국보다는 낫다.
기다리고 있는데, 3일째 GP에서 전화가 왔다.
안 좋은 소식인가?
먼저 전화가 왔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신호다.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로 본인임을 확인받은 후, 검진결과를 들었다.
GP의 간호사였다.
웬일이지? 보통은 리셉션인데?
간호사에 의하면, 현재까지는 크게 염려할 것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대신 피검사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그러니까, 3주 있다가 피검사받으러 날짜를 예약하라고 했다.
휴우~ 다행이다.
그래 당장 죽을병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다시 삶의 시간을 연장받았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3개월마다 피검사 대상자로 들어갔으므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즉시 조치를 받을 수도 있는 관리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8개월 동안 복부초음파를 기다렸고, 검진을 했고, 결과를 들었다.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항상, 위만 쳐다보지 말고, 아래를 쳐다보면서 감사하라고 하셨던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신앙이 약해져서인지, 주님보다는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 즘 옅어지려나...
느슨해진 나의 신앙을 다시 곧추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