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그녀
이도시에서 가장 비싸다는 집관리회사에 맡겼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그나마 오래된 집이라서 제대로 서 있기만 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다 내려놓았었지만,
이건 아니지 싶다.
그들이 우리들에게 제대로만 알려주었어도, 이렇게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랴.
남편이 급한 대로 잘라놓고 간 대나무가 산더미 었고, 그것을 작게 잘라서 2주마다 수거해 가는 쓰레기통을 채우는 일이 반복되었고, 하루에도 센티미터씩 자라는 대나무들을 자르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대나무들과 씨름을 했다.
그녀가 벌려놓은 대나무들로 인하여, 자신의 마당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 집 마당을 점령한 후, 그녀의 이웃인 론의 마당을 망가뜨리고 있고, 또다시 우리 집 마당을 지나서 우리 옆집인 티나네 마당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론과 티나는 자신들이 이미 이야기를 했는데,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그녀처럼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입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그녀의 무책임한 행동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구나.
결국 보다 못한 81세 된 론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녀의 난장판인 마당에서 매일매일 자라는 대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적어도 우리 집으로 넘어오는 대나무들의 씨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81세의 노인과 60이 다 되어가는 나는 여름 내내 대나무들과 싸웠다.
욕이 저절로 나왔다.
C~C~C~C~C~ C~C~C~C~
욕을 하지 않으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화병에 걸려 죽을 것 같았다.
물론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살 때에도 가끔씩 이런 인간들이 있었다.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남은 죽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없는 인간부류들...
이런 인간들의 군상은 국적을 불문하고 있었고, 지금도 있다.
흙수저 출신의 나는 사람은 원래는 그렇지 않은 선한 존재인데, 그들이 자라온 환경으로 인하여 그들이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마당에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가 우리 집 마당까지 넘어와 있었던 것들을 자르던 날,
나의 인간에 대한 인류애는 박살이 나버렸다.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있는 나뭇가지를 자른 후, 높은 곳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자리그 위하여 부들부들 거리며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자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뒷문을 열어젖히고 마당에 나와 마치 미친년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뭇가지들을 자를 거야!!!"라며,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론과 티나도 놀라서 마당으로 나올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머리가 멍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리고 가슴은 벌렁거리고, 눈은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기습공격을 당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후, 그녀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나의 노크소리에 그녀는 "도대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느냐"며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하아ㅠㅠ. 미쳤구나. 인간이 아니구나"
그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수저 출신으로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sudden attack은 처음이었다.
그런 일이 발생한 후,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방전되었다.
결국 대상포진이 재발했다.
그런 일이 발생한 후,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결국, 보다 못한 그녀의 옆집인 81세 된 장애를 가지신 론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당에 들어가서 대나무를 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문제의 근원지의 대나무들을 어느 정도 잘라내야만, 우리 집으로 넘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몇 달 동안의 그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난장판인 정원이 깨끗해지기 시작했고, 나의 마당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나의 지인은 더 이상 참지 말고, 시청에 가서 민원을 넣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왜냐하면, 이기적인 그녀는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집을 관리하고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것이라고...
그녀의 이기적인 행동은 너의 집뿐만이 아니라 론과 티나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으므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나는 지인께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기 때문에 이문제까지 해결하려고 하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일단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그렇게 나는 참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은 이러다가 몸에서 사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이기적인 인간들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망하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의 타인을 향한 이해와 노력이 그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만만해 보이고, 막 해도 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은 아닐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녀는 20년 전에도 이기적이었다. 그때는 더 이기적이었다.
내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아니! 안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