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치과 가는 날

영국의 치과위생사로부터 스케일링을 받았다.

by 해피걸

오늘은 스케일링하러 치과를 가야 한다.

몸 전체가 안 좋으니까, 당연히 치아도 안 좋다.

특히 잇몸이 안 좋다.

그래서 벌써 10년 전에, 이는 멀쩡한데, 잇몸염증 때문에 치아들을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만 했다. 그것도 여러 개를 ㅠㅠ

치과예약증.jpg

내가 가는 치과는 이미 3개월 전에 1번 다녀왔었다.

GP를 등록하는 것처럼 치과도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NHS지원을 받을 수 있는 치과는 13년 전과 비교하여 거의 없다. 즉 기존에 등록된 환자 외에는 새롭게 받지 않는다. 결국 프라이빗 치과를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영국에서는 치과는 무료가 아니다. 단지 국가가 어느 정도 지원해 준다.

예를 들면, 일반으로 진료비를 내면 약 60파운드라면, NHS지원을 받는 치과에서 진료받으면, 약 40파운드만 내면 된다. 환자로서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Better than nothing 아니겠는가.


영국의 국가 재정이 자꾸만 안 좋아지고, 치과의사들이 전부 호주로 이민을 가버려서(내가 알던 지인은 치과의사였는데, 10년 전에 호주로 가서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돈도 왕창 벌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음) 실제로 영국의 치과치료는 한국과 비교하면, 50년 뒤로 후퇴해 있는 상태로 보인다.

더욱이 치과의사들 사이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다 보니, 젊은 의사들은 더 이상 돈이 별로 안 되는 NHS환자는 받지 않는 추세이다. 13년 전과 비교하면 영국의 치과의 환자들 사이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내가 처음으로 프라이빗치과에 등록하고, 등록한 후, 3개월 만에 치과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적어도 프라이빗이고 돈이 조금 있으신 분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에(지인이 돈이 조금 있다 보니, 그분이 아는 곳이 이곳이었음.)어느 정도는 시설을 갖추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보통의 치과였다.


잠시, 처음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치과의사는 나에게 그동안 어떤 치료를 했는가 물으신 후, 치아를 하나하나 두드리며, 살펴보셨다.

그리고 치아 중에 잇몸염증이 심한 것 2개를 부분 액스레이를 찍었다.

나는 처음 왔으니까, 파노라마 사진을 찍지 않느냐고 물었고, 치과의사는 방사선이 몸에 안 좋으므로, 안 찍는다고 하셨다.

무슨 소리인지?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시설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있는데, 굳이 안 찍는다는 건지???

내가 돈을 지불하겠다고 했는데도 찍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치과를 처음 갔던 날은 딸도 함께 갔었는데, 딸의 치아를 검사한 후, 딸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분 액스레이도 안 찍는다고 하셨다.

선생님, 돈을 내겠다고요. 찍어달라고요를 요청드렸는데, 부분 액스레이를 찍어 달라고요.

신경치료한 후, 이를 씌웠으니까요.


딸은 초등학교 때 자전거 사고로 인하여 앞니 1개를 신경치료까지 해야 했고, 이에 금이 가서 어쩔 수 없이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올해 이를 씌워서 왔다고 말했는데도, 그럼 그런 상황을 알아야 하니까, 한국의 치과에서 찍은 액스레이 사진을 6개월 있다가 검진할 때,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하아ㅠㅠ

왜 부분액스레이조차 찍지 않느냐고 되묻자, 미성년자라서 특히 방사선 노출을 피하 신다고 하셨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내가 평생 이가 좋지 않다 보니, 나는 딸의 치아를 관리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제주도에 처음으로 생긴 아이들 전용치과에서 3살 때부터 시작된 치아 관리를 3개월마다 다니면서 관리했겠만, 한 번의 사고로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

그것도 앞니가ㅠㅠ.

제주도 치과 선생님께서는 망연자실한 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 중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부딪쳐서 아예 이가 부러져서 온 친구들도 있다고 하시면서 나를 위로하셨는데,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딸이 다니는 공립고등학교 근처에 치과가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건물까지 올리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곳에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나야 어차피 다 늙어서 어쩔 수 없는데, 딸의 경우는 다르지 않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보니, 일일이 의사가 치아를 보면서 두드려보고, 잇몸도 검사하면서, 치아상태를 옆에 있는 직원에게 불러주면, 직원은 그것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마치 법원에서 법원기록사가 하는 업무 같다고나 할까?


제기랄, 또다시 40년 전의 한국의 치과의료시설 수준으로 회귀했다.

치과의사는 나에게 3개월마다 deep teeth cleaning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잇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ㅠㅠ.

제주도에서 이미 6개월 전에 잇몸염증치료까지 받고 왔었는데, 더 나빠졌다.

사람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면, 멀쩡한 이도 빠진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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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문지방 닳도록 넘어다니다 보니, 웬만한 병원은 적응이 되었는데, 치과는 절대로 적응이 안 된다.

치과 가기 전 일주일 전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치과 가는 날,

웬일로 하늘이 파랗다.

그것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하루종일 비추었다.

11월 들어, 일조량이 하루 평균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었고, 매일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치과는 집에서 콜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가는 방법밖에 없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최대한 햇빛을 받기 위하여 걸어서 30분 내외에 있는 치과를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는 근사한 집들이 있는 부자동네를 지나가게 된다.

집 앞에는 드넓은 방목장이 있고, 그곳에는 개인 소장용 말들이 몇 마리 있다.

그곳에 있는 집들은 기본이 방이 5개 정도로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집에 거주하려면, 영국에서 대대로 부자로 살아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단, 코로나 특수로 인하여 신흥부자들이 등극했는데, 바로 최상급의 실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자들이다. 이중에 나의 베트남 지인의 남편분이 계신데(베트남금수저출신), 아마도 그분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이미 13년 전에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후, 런던에 있는 좋은 회사에 입사하셨다.

그 당시만 해도 연봉이 1억에 가까웠다.

입사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도시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집을 구매하셨다.


영국에서 상위 1% 상류층이라면, 말을 탈 줄 알고, 소유하고 계시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반드시 큰 부자가 아니라도 말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자원봉사자로 있었던 단체에서 일을 하셨던 분 중에 30대 중반의 여성은 남편과 이혼하고 초등학교3학년정도되는 딸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혼으로 인하여 어린 딸이 남편을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주기 위하여 딸이 그토록 좋아하는 말을 기르기로 결정하셨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말은 구입하는 비용보다, 말을 관리하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하셨다.

그녀의 월급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고 계셨다.

자신의 이혼으로 인하여, 딸이 받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에 내린 그녀의 결정에 대하여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은 저마다의 가치관과 필요에 의하여 특정한 부분에 돈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 당시 봉사단체 옆에 있던 대형골프장에 눈을 빼앗겨 골프 치는 것에 미쳐서 자원봉사자로서 받는 용돈의 많은 부분을 골프레슨에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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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입구부터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스케일링받을 생각에 기분이 영 안 좋은데, 실내가 밝고, 시설도 깨끗하다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식물원처럼 식물들이 많다 보니,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미 두 번째로 방문하다 보니, 거부감이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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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과의사가 있었던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치과위생사라는 분은 자신을 먼저 소개한 후, 치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저번처럼 치과의사가 하는 것처럼 이와 잇몸을 하나씩 점검하며, 그들만의 언어로 옆에 있었던 직원에게 불러주면, 또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을 되돌이했다.


속으로 뭐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내가 지금 하는 스케일링은 치과위생사의 업무라서 그런가??

이도 아니면, 영국에서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각각의 업무가 분리되는 것인가???

이도 아니면, 치과위생사가 프리랜서인가????


그런 생각을 한참 하고 있는데, 그녀는 스케일링을 할 것이라고 안내한 후, 일을 시작했다.

1차로 스케일링을 하였는데, 스케일링을 다 마친 후,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어낼 때, 직원으로부터 나는 파란색물이 담긴 플라스틱컵 1개와 빈 플라스틱컵 1개를 주셨다. 입안을 헹구고 빈컵에 뱉으라고 했다.

갑자기 너무 당황스럽웠다.

뭐지?

그때서야 이곳은 한국처럼 물을 뱉어내는 장치가 의자옆에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어렸을 적에 한국이 못살았던 시대에 이런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잠시 후, 치과위생사는 위에 있는 치아 2개를 잇몸염증 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나: "잠깐만요! 마취하지 않나요?"

치과위생사: "아니요" "대부분은 하지 않아요"

나: "네???"

치과위생사:"해드릴까요?"

나:"네!"


치과위생사는 아주 작은 바늘로 마취제를 아주 약하게 2개 정도 찔렀고, 그 후 잠시 기다린 후, 잇몸염증이 심한 2개의 치아의 잇몸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치과선생님이 했었던 잇몸염증치료는 바늘이 굉장히 깊게 들어가는 반면, 치과위생사는 아주 얕게 도구가 들어갔다. 마치 그냥 잇몸을 조금 청소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기분도 영 안 좋고, 도대체 이해도 안 되어서, 치과를 바꾸어야겠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그녀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잇몸을 청소하였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놀림에 나의 두근거리던 마음도 천천히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치간칫솔.jpg 추천방 받은 치간칫솔을 그냥 치과에 구비된 것을 구입했다. 물론 약국에 가면 조금 싸겠지만. 잇몸염증치료로 인한 힘듬에 그냥 구입했다.

스케일링을 마친 후, 그녀는 나에게 전동칫솔과 치간칫솔을 사용하기를 권하셨다.

아주 길게 느껴졌었던 나의 첫 번째의 영국의 스케일링을 마친 후, 60파운드의 비용과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치간칫솔 3개를 사이즈별로 구입한 후, 서둘러 치과를 나왔다.


나는 또다시 3개월 후에 이러한 치료를 받으러 이곳에 와야 한다. 치과를 다녀온 후, 약국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틀니세척이나 틀니전용치약 같은 것들이 눈에 자꾸 띄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머지않아, 틀니를 해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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