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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림의 왕 수니 Jun 19. 2024

너 쪼끄만 애 이름이 뭐니~?

1개월 - 우리의 이름이 결국 순위권에서 맴도는 이유

  2022. 07. 어느 날


  가족 구성원이 둘에서 셋이 된 후, 놀랍게도 하나 이상으로 더해진 ‘선택 미션’으로 우리는 더욱 바빠졌다.

태명 짓기, 태아보험 항목 설계, 조리원 선택, 검진 및 출산병원 선택, 출산 준비품 비교, 인테리어 등…

이외에도 무수했지만, 그중 우리가 '가장 오래 고민한 선택'은 바로 ‘아이 이름'이었다.


  남편과 나는 수많은 동명은 물론이고, 남과 함께 돌림자를 쓰는 듯한 아주 평범한 이름을 가졌기에,

아이의 이름만큼은 독특하게 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이 염려되었고, 또 아이의 생시로 사주를 본 후 이름을 짓기도 한다는 조언을 들은 터라 그저 차일피일 미루었다.



  아이 출생 +2일,

본격적으로 이름을 짓기 위해 맘카페에 작명 후기를 검색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큰 맥락을 잡아보면 아래와 같았다.


1. 작명소에 가서 짓는다.

2. 조부모가 짓는다.

3. 부모가 직접 짓는다. (순우리말, 작명앱, 네임차트 참고 등)

모두가 아니라면 1과 2의 깜찍한 콜라보!!! 바로 '조부모가 작명소에 가서 짓는다'였다.


이 중 3번을 선택한 우리는 몇 가지 이름을 추렸지만, 사실상 유사한 이름 사이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채 며칠을 보냈다.

출처 : 스타뉴스

  아이 출생 +14일,

코로나 감염 예방을 이유로 혼자 입소한 조리원 생활은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분주했다. 반복되는 식사와 수유로 24시간이 모자랐고, 이에 익숙해질 때쯤 어느덧 아이는 출생 2주 차를 맞이했다.


"여보! 우리 이제는 쫀쪼니 이름 확정해야 해. 작명앱에 성명학 설명 나온 거 참고해서 다시 골라봤는데 또 네임차트 상위권에 있는 이름들이야ㅠㅠ 그냥 작명소에 맡겨볼까? "

"그래..? 아냐~ 내가 당신 조리원 퇴소 전까지 다시 지어볼게! "

"알았어. 30일 이내에 지어야 하는 거 알지? 초과하면 기간별로 과태료 부과된대~"

“그럼~! 걱정하지 마!”



  아이 출생 +19일,

시쳇말로 좀 쫄리기 시작했다.


"여보 나 내일 퇴소임. 쫀쪼니 이름 어디까지 옴?^^?? 이제 진짜 출생신고 해야 함..ㅠㅠ"

"아.. 그게 말이야.. 내가 발음오행이랑 수리오행을 보고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쫀쪼니 사주에 금이 없고 수호신이 목이랑 수라서 한자는... 어쩌고 저쩌고... 아.. 너무 어렵네.."

“……무ㅗㅓ???? 그래서 결론이 뭐여?-_-??”


아빠가 예쁜 이름 지어 줄 테니 걱정 말라며 호언장담하던 그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아이출생 +27일,

남편은 저러다가 아주 성명학을 배우러 갈 기세였다. 나는 답답함에 그를 동사무소로 강제로 떠밀었고,

그렇게 우리는 과태료 부과 3일 전 위기주도로 출생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렇게 긴 고민 끝에 정한 이름은 결국 '맨 처음 정했던‘ 이름이라는 것이다. ^^;;;




  그렇게 근 한 달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온ㅡ 인간 도돌이표가 된 우리가 정한 그 이름은,

올해에도 ‘아기 이름 순위 상위권‘에서 빛나고 있다...^^...


출처 : baby-name.kr


*2024년에 전하는 여담.

  얼마 전에도 딸과 이름이 같은 아이를 만났다. 남자아이였지만, 구분 없이 참 잘 어울렸다. 우리의 한 달이 결코 아깝지 않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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