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쓰나미에서 살아나는 방법.
나는 낀대. 끼인 세대다.
시쳇말로 꼰대라 부르는 기성세대와 MZ로 불리는 요즘세대 사이에 끼어있는 하이브리드 꼰대. 나이로는 MZ세대에 속하지만 끝자락에 위치해 어딜 가나 애매한 포지션. 이것만도 억울한데 더욱 답답한 현실이 있다. 내 부모는 IMF의 직격탄을 맞은 시대를 살아냈다. 즉, 단란함 보다는 생계를 이어가기에 바빴다. 그 탓일까? 아버지는 늘 화가 나있었으며,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으셨다. 지나고 보니, 우리 남매를 먹여주고 재워준 것만으로 부모 역할의 큰 부분을 해내신 셈이었다.
하지만 낀대인 나는 어떠한가? 4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등장한 기술 중심의 발달 vs 교육 및 양육 수준의 향상으로 인간 중심 심리학의 발달. 이러한 상반된 분야가 동시에 중요해진 전대미문한 시대를 살고 있다. SNS로 쉽고 빠르게 공유(심지어는 비교)되는 투머치 정보들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자기 계발은 필수다. 이에 더해 여전히 금쪽이 같은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특히 자녀)의 감정도 들여다봐야 한다. 오은영 선생님도 아니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딩크족을 늘리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럼에도 나 같은 낀대가 결혼을 했다고 하면, 꼰대들은 그간 관심 없던 출산율을 걱정하며 오지랖을 쓰나미로 밀고 온다.
유형 1. 결정형 : 이들에겐 결혼 후 출산해야 할 시기가 확정되어 있다.
Ex1)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어? 그런데 아기는 없어?? 얼른 가져야겠네."
유형 2. 권위 대여형 : 주로 부모를 들먹이며, 기대에 부응하란다.
Ex2) "시부모님은 아기 얘기 안 하셔?, 친정에서는??"
유형 3. 역술인형 : 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Ex3)"결혼한 지 그 정도 됐으면 아기 엄청 기다리고 계실걸?"
슬프게도 위의 경우를 하나만 가진 경우는 드문 편이다. 대개는 이 1~3의 유형을 잘 믹스해 위의 예시 멘트를 한방에 쏟아낸다. 나는 수년간 그들의 찰진 래핑으로 힙합 서바이벌 현장을 가상 체험하며, 2세를 준비했다. 하지만 계속 된 원인불명의 난임. 더하여 나 이외의 존재를 책임질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도 딩크로 마음을 굳혀가던 어느 날, 시답잖은 농담 뒤에 툭 던진 남편의 한마디가 나를 다시 흔들었다.
우리 50대가 되어서 지금처럼 둘만 있어도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멍했다. 일상의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많아진 나이를 맞는다면, 우리 부부는 분명 지금보다 삭막해질 것 같았다. 함께하는 취미생활도 없었으니까... 나를 배제하고 곰곰이 되돌아보니, 사실 남편은 2세를 기다려온 듯했다. 눈치가 없었다. 정확히는 눈치를 보지 않았었다.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니, 하루하루가 아까웠다. 서둘러 시험관 시술을 성공하기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갔고, 감사하게도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부모라며, 도대체 나에게 왜 그랬지?..
그런데 그때부터 내게 이상한 감정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 원망스러웠고, 어머니는 새삼스레 미워졌다. 혼란스러웠다. 단지 호르몬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이해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원망이 무섭도록 커져갔다. 아이가 클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낀대의 첫 번째 Solution.
오지랖 공격에는 “그러게요.”를 시전 하라.
(덤으로는 “그런가요?”가 있다. 쉼 없는 오지라퍼들에겐 두 가지를 믹스해 대처해 보시길....)
Ex1) "결혼한 지 얼마나 됐어? 그런데 아기는 없어?? 얼른 가져야겠네."
"그러게요." (그런가요?)
Ex2) "시부모님은 아기 얘기 안 하셔?, 친정에서는??"
"그러게요?"
Ex3) "결혼한 지 그 정도 됐으면 아기 엄청 기다리고 계실걸?"
"그러게요~" (그런가요?)
* 사진 출처 : 스포츠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