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방법.
10주간의 심리상담을 마치고, 아이는 악명 높은 18개월이 되었다. 자기주장을 하며 떼쓰기를 시작했고, 나는 조절력에 대한 훈육을 해야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성인인 나 역시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었다. 무엇보다 내가 받아온 훈육의 매뉴얼엔 '비난'이 압도적이었기에...
또다시 아이에게 자주 버럭했다. 아이는 말을 시작해 약간의 소통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나는 이를 이유로 큰 아이처럼 여기는 실수를 했다. 자꾸만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를 들이댔다. 아이도 점점 나처럼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다 온몸에 힘을 잔뜩 주어 버티거나, 나를 밀어냈다. 벌써부터 체력이 달렸다. 특히 그럴 때 아이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일은, 가장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지독한 PMS까지 더해지면 휴화산은 틀림없이 터졌다.
말할 수 있잖아!
제발 징징거리지 말라고!!
그토록 서럽게 들렸던 말이, 내 입에서 또 나왔다. 부모님은 훈육을 위한 단호한 어투가 아닌, 자신들의 감정을 섞어 야단을 쳤다. 심지어 아버지는 이 말에 이어 늘 나를 비난했다. 때문에 이는 지금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나역시 겨우 3살인 아이에게 그들처럼 내 감정을 앞세웠다. 내 그릇의 크기가 한심했다. 하지만 또다시 상담 전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자책대신 대책이 필요했다.
엄마를 위한 힐링 글쓰기 연구논문 참여자 모집.
때마침 지역 카페를 통해, 연구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았다. 이는 '자기 자비 글쓰기가 양육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미치는 효과를 보는 것이었다. 자기 자비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한계와 약점을 인정, 수용하며 돌보는 마음'이다. 이를 위한 개입법 중 하나인 글쓰기를 하며, 스트레스 척도를 검사했다. 이때 특별했던 점은 스트레스를 일으킨 사건에 대해 그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전에 읽은 책을 통해 사건의 라벨링(해석)에 대한 부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석을 없애본 적은 없었다. 긍정적인 생각이 어려울 땐 되려 아무 해석도 하지 않는 것이 쉬웠을 텐데 말이다.
적용을 해보려, 식사시간에 화가 났던 사건을 다시 떠올렸다. 아이가 매생이 국에 손을 넣고, 심하게 찰방대기를 반복해 크게 화를 냈다.(요리꽝인 내가 전날 밤잠을 아끼고, 육수까지 내어 끓인...ㅠㅠ) 물론 그 행동은 그날만의 일이 아니었다. 며칠간 계속되었기에, 가르치기를 반복하다 화를 낸 것이다.
사실 화가 난 건 단순히 매생이의 특성상(?) 청소거리가 많아서만은 아니었다. 이외에 연쇄적으로 내린 해석 때문이었다. '벌써부터 편식을 하다니. 잠도 덜 자고 만들었는데... 못하는 칼질이지만 소고기를 다지고, 철분이 많다는 매생이도 넣었는데...', '노력이 무시당한 것 같네. 이러니 사 먹이는 게 낫지.' 등의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며, 점차적으로 더 화가 났었다. 그러데이션 급발진이었다. 이 일을 해석과 판단을 없애보았다.
나의 판단, 해석을 배제하니 감정이 바뀌었다.
22개월 아기가 밥을 먹는 도중 국에 손을 넣었다. 이게 끝이었다. 그저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가 잘못 가르친 것도, 아이가 유별나서도 아니었다. 몇 주간 연구에 참여하며, 화가 났던 일들에 판단을 없애는 연습을 했다. 물론 그랬다고 순간 올라온 화가 막바로 참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사실에 근접하는 단계'를 거치는 연습을 한 셈이다. 이전엔 해 본 적 없던 이 과정은, 놀랍게도 분노의 강도를 낮췄다. 더불어 아이의 발달이 더해지며, 시간이 지나니 해결되는 것도 있었다.
자책도 상대에 대한 비난도 줄어들었다.
이후 나는 이 사고 과정을 여전히 훈련 중이다. 사실 이미 내게 고착화된 것을 바꾸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사건보다 내 사고가 한발 늦을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간극은 점점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비단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내 스스로를 위한 것이므로.
낀대의 일곱 번째 Solution.
일상 속 자기 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
1.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석이나 판단을 없애보기.
: 화가 나는 이유는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해석 때문이다. 긍정적인 라벨링이 어렵다면, 아예 없애 보는 편이 쉽다. 개인의 시각에 가려진 진짜 상황을 볼 수 있다.
2.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를 연습하기
1) 먼저, 평소 생활 속 습관에서 찾아보기
ex. 좋아하는 향의 바디로션 바르기. 하루 중 잠시라도 내가 좋아하는 활동하기 (아이 말고 나도 돌아보기)
2) 나아가 성취 목표를 떠올리고, 해당 작업 시 긍정적인 어조로 대해 보기
ex. 나는 현명한 어른이 될 것이다. 그러니 계획한 일들이 틀어지면, 짜증이나 남 탓보다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다.
3. 감사일기 or 나에게 '긍정' 편지 쓰기
: 나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자기 자비 편지 쓰기
-> 타인의 인정을 바랐던 내가 스스로를 인정해 보는 과정. (다른 사람, 심지어는 어린아이에게마저 내 노고를 인정받고 싶던 욕구는, 사실 스스로를 인정을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 참고 서적 :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
* 일러스트 :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