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5일
나의 사명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삶은,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수많은 물음이 내 앞에 쏟아져 왔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멈춰 서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이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지 않는가? 그리고 가만히 있다면 과연 어디서 그 해답을 찾겠는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멈춰 선다면 그 어디도 가지 못한 채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계속 여정을 이어간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앙리 뒤낭은 전쟁터에서 그의 사명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존 칼빈은 제네바에서 뜻밖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놀라운 변화의 주역이 되었다.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인생의 여정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길을 헤매고 저 멀리 돌아가며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법이 있다면 신에게 길을 묻는 것이다. 사명이라는 것이 신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스위스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학기 미디어 과정을 이수하던 나의 프로젝트 성과와 열정 그리고 태도를 눈여겨보던 마이클과 리사가 함께 일하자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 온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아마추어 수준의 미디어 지식과 열정뿐이었다. 그럼에도 시작하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나는 여자와 아이들 변호 센터WCAC: Women & Children’s Advocacy Centre의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비정부기구인 WCAC는 전 세계 700여 개의 여자와 아이들과 관련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연결하고 실무자 교육 프로그램과 자료 공유를 통해 그들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60퍼센트가 2년도 안 되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준비가 부족했던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문지식의 부재와 자원의 부족이 크다. 우리가 지원하는 파트너 중에도 우연히 여행한 나라에서 가난과 기아, 교육의 부재 등을 목격하고는 무작정 도우려고 뛰어든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중에는 준비된 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젊음의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뛰어든 강심장들도 많이 있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뛰어드는 이들에게 어찌 잘못했다고 하겠는가?
출장으로 떠나있던 WCAC의 책임자, 자나에게 편지가 왔다.
“팀, 함께 일하게 되어 너무나 기뻐요. 직접 환영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일과 관련이 있건 없건, 어떤 질문 또는 조언이 있다면 뭐든 나눠주길 바래요. 우리는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어요. 물론 우리가 언제나 완벽하지는 않지만요. 우리 모두는 당신이 여기서 일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생산적이며 성취감을 얻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는 데 있어서 더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알려줘요. 우리는 당신의 기여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축복된 시간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