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볼 때 기억력과는 별개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스스로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생각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말하려는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굴려 그 단어가 뭔지 몇 초간 신경 써서 끄집어내어 말한다거나 뭘 가지러 방에 들어갔는데 방에 들어가자마자 우두커니 서서 '내가 여기 왜 왔더라?'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잊을까 봐 알람을 몇 개씩 맞춰두고, 메모도 해둔다.
이런 증상이 아주 심각하면 문제가 될 테지만 아직 문제가 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기억력이 감퇴한다면 좀 무서울 것 같다.
아주 예전에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었다.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영화였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아내가 살해당한 충격으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래서 범인을 찾기 위해 매 순간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해두고,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은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 기록해 놓는다.
갑자기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영화의 주인공처럼 계속 기록을 해두어야 할까?
순간순간이 내 기억에 없는 공간이고 내 기억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불안하고 공포스럽지 않을까 싶다.
대학 시절 수업 발표 때문에 '기억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논문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정말이지 지금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기억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니 눈, 귀, 코, 피부 등 감각기관이 정보를 받아들이면, 그 신호가 뇌로 들어와서 해마에 도착한다고 한다. 해마에서 잠시 머무는 정보는 단기 기억으로 남고, 반복하거나 의미를 부여하면, 해마가 대뇌피질(특히 전두엽과 측두엽)과 연결해서 장기 기억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뇌세포(뉴런) 사이에 연결이 강화되는데, 자주 쓰는 신경 회로일수록 연결이 강해져서 더 쉽게 다시 활성화된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해마가 기억을 다시 기억을 꺼낼 수 있는 단서를 주는데, 그때 있었던 사실 그대로 꺼내어지면 다행이지만 기억이 조금 왜곡되기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계속 머리를 써야 기억력이 감퇴하는 걸 막을 수 있는 걸까? 그런데 난 어쩐지 계속 생각하고 머리를 쓰는데 과부하가 돼서 기억력이 감퇴하는 느낌이다.
나는 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생각을 조금 비우면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기억들이 문제없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