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by 캐서린

웬만한 프리사이즈 바지나 S사이즈 바지들은 항상 허리가 남아서 헐렁거렸었다.

그래서 너무 남는 건 늘 허리를 줄여 입어야 해서 옷값에 수선비가 추가로 더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허리를 줄일 필요 없는 고무 밴드 바지를 사서 입는 게 편했다.

가끔 허리 줄이는 데 돈도 들고 그냥 내버려 두었던 바지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허리가 커서 입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던 반바지가 많이 남지도 않고 아주 적당히 편안하게 잘 맞았다.

그리고 허리가 크다고 줄였었던 바지들이 조금만 뭘 먹으면 조여서 힘들어졌다.

나이가 드니 뱃살이 느는 걸까?

그냥 먹는 게 다 배로 가는 걸까?

딱히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몸무게가 막 늘어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허리 사이즈만 늘어난 걸까?

이런 게 나잇살이라는 건가?


스무 살 때 술살로 하체가 평소보다 튼실해져 입던 바지가 잘 안 들어가서 엄마 바지를 입고 다녔던 때가 잠깐 있었다.

임신 때는 당연한 것이고, 출산 후 얼마되지 않아서는 출산 전에 입던 바지들이 다 허벅지와 골반에 걸려 들어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 후에는 고단한 육아로 살이 다시 빠져서 웬만큼은 다 입을 수 있게 됐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왜 허리가 조이는 건지...

나이가 들면 비상시에 쓸 에너지를 일단 배에 다 저장해 두는 것이 우리 몸의 시스템인가...


어릴 적에 유독 배만 불룩 나온 엄마를 보고 '왜 엄마는 그렇게 뚱뚱하지도 않은데 배만 저렇게 나왔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제 엄마가 이해된다.


가지고 있는 바지들을 몇 년 안에 다 버리지 않으려면 내일부터 뱃살 빼기 운동이라도 시작해야겠다.

건강검진도 곧 해야 하는데 조금 걱정된다.


늘어가는 나이만큼

늘어가는 뱃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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