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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출근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불어도
회사에 늘 일등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아프지 않냐 힘들지 않냐는 말에는
늘 "괜찮다"
맛있는 거 더 먹으라는 말에는
늘 "마이 무따"
할머니 말에는 늘
"예 알았쓰예"
밤마다 할머니 방문을 열고
"어무이 안녕히 주무이소"
할머니 돌아가시던 날
고모들이 꺼이꺼이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아빠는 며칠 내내 눈만 시뻘게져서
한 번을 우리 앞에서 목놓아 울지를 않았다.
화장터에서 "어무이 불 들어갑니다" 외치는
아빠의 떨리던 목소리가 울음보다 슬펐다.
아빠는 그렇게 늘 참고 또 참았다.
언제나 그랬다.
혼자서 모든 근심을 다 지고 밖으로 나누지를 않는다.
그러니 늘상 흰자위가 시뻘건 것이다.
효자에 착한 남편에 성실한 가장에 마음 넓은 아빠에
세상 바른 것은 혼자 다 하려고 드니
그렇게 흰자위가 늘 시뻘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