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41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빠

by 캐서린 Mar 18. 2025
아래로

아빠는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출근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불어도

회사에 늘 일등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아프지 않냐 힘들지 않냐는 말에는

늘 "괜찮다"


맛있는 거 더 먹으라는 말에는

"마이 무따"


할머니 말에는 늘

"예 알았쓰예"

밤마다 할머니 방문을 열고

"어무이 안녕히 주무이소"


할머니 돌아가시던 날

고모들이 꺼이꺼이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아빠는 며칠 내내 눈만 시뻘게져서

한 번을 우리 앞에서 목놓아 울지를 않았다.


화장터에서 "어무이 불 들어갑니다" 외치는

아빠의 떨리던 목소리가 울음보다 슬펐다.


아빠는 그렇게 늘 참고 또 참았다.

언제나 그랬다.

혼자서 모든 근심을 다 지고 밖으로 나누지를 않는다.

그러니 늘상 흰자위가 시뻘건 것이다.


효자에 착한 남편에 성실한 가장에 마음 넓은 아빠에

세상 바른 것은 혼자 다 하려고 드니

그렇게 흰자위가 늘 시뻘건 것이다.



keyword
월, 화 연재
이전 09화 생각만 하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