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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Jun 14. 2024

한밤의 산책

24.06.05.수 조용한 밤에

집근처 휴양림에 와서 쉬다가 저녁에 아버지랑 산책을 잠깐 다녀왔다. 30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이지만 온종일 실내에 있다 바깥 공기를 쐬니까 속이 후련해졌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라 후드집업을 챙겨 입고 나갔다.


휴양림에 들어오기 전에 치킨이랑 저녁에 먹을 족발을 싸들고 와서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치킨을 열심히 뜯어 먹다보니 4시였다. 그리고 퇴근한 아빠가 돌아오니 6시가 넘어있어서 저녁을 다같이 맛있게 먹었다.


며칠 전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치러 갔다 결국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날은 너무 긴장이 안돼서 나도 이상했는데, 결국 첫번재 조작 시험에서도 감점 당하고 깜박이를 넣지 않아서 감점 당하고, 잘하던 주차도 너무 폭을 넓게 들어가 탈선을 두번이나 했다. 화요일이었고, 울고 싶었다. 심지어 보고 있던 엄마가 갑갑했는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무척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서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늘 휴양림에 오기 전에는 시간이 비어 운동을 조금 했다. 1시간쯤 운동을 했더니 이제 슬슬 짐을 싸서 가야할 시간이 다가와서 씻고 옷을 개서 가방에 넣었다. 글 쓸 노트북도 챙기고.



다음 기능 수업이 다음주 목요일이고, 시험은 금요일이다.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떨림이 아주 오랜만이라 낯선 공기를 크게 들이쉬었다 뱉는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시험이 졸업 연주였는데, 맨 첫날의 맨 첫순서여서 떨릴 만도 했는데 나는 그냥저냥 앉아있다가 합주를 하고 급하게 저고리를 갈아입고 달려나가니 무대 앞이었다. 어느새 무대 앞에 앉은 나는 다만 열심히 불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연주에는 떨지 않았다. 원래도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운전면허 시험도 그랬다. 긴장이 전혀 안돼서 옆사람 구경하고 바깥도 구경하고 전조등이 뭔지 까먹어서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그러다가 다녀왔다. 그리고 말아먹었다. 시험비가 6만원으로 따로 있다는 사실에 더 울적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어째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 우울해하면서 오늘 여행이 위로가 되어주겠지, 했는데 여기에 오니까 마음이 편해서 맛있는 걸 먹고 푹 잤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쓴다. 시간에는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있다. 떨리는 시간, 나같은 경우에는 가장 흔한 묵묵한 시간,아니면 즐거웠던 시간, 그리고 슬펐던 시간, 벅차올랐던 시간, 그저그랬던 시간, 그리고 너무도 사랑해서 어쩔 줄 몰랐던 시간, 그런 아주 어린 시간도 있다. 그게 전부 모여서 우리는 그런 시간들을 삶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런 고민들도, 당황한 사이 떨어져버린 시험도 이해가 간다. 있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괴롭고 떼어내놓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내 삶에 왜 저런 시간이 있는지 이해는 할 수 있다. 아, 그렇구나 저것도 내 시간이구나. 그런 식으로 사람은 인생을 점점 받아들여간다.



저녁을 먹고 어둑한 밖을 잠깐 걷는 도중에 야영장이 보였다. 어두컴컴한 풀 밭에 랜턴 빛이 빛나고 있었다. 떠드는 사람들, 이야기하며 웃는 사람들, 마냥 밝은 아이들. 시간, 그들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추억과 무거운 마음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지.



바깥 바람이 시원했다. 풀 냄새가 나는 적당히 찬 바람이 숨을 자꾸만 크게 들이마시게 되었다. 요즘 걱정이 많았는데,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가 조금 걷다 계단을 올라왔는데 나는 벌써 헉헉대고 있었다. 폐활량이 작아 걱정이다. 그렇게 몸을 조금 움직이니 마음 속의 걱정들이 조금은 무뎌지는 것도 같다. 걱정이 무뎌진다고 해서 일이 풀리지는 않는다. 다만 더 아프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마음이 편한 게 좋겠지. 그리고 떨어야할 때는 바짝 긴장하는 게 좋을 것이고.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그런 저녁이 내게는 나이를 먹어갈 수록 소중해져간다. 다같이 모여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하는 일도, 좁은 방에 모여 이불을 깔고 누워자는 일도 내게는 일기처럼 한순간들이 꾹꾹 눌러져 남는다. 그것도 꽤 큰 추억으로.



날이 가을 같았다 여름같았다 한다. 하루는 산들바람이 불고 그러나 그 다음 날은 또 햇빛이 쨍하게 내리쬔다. 그렇게 여러가지 날씨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시간도 그렇다.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안고 보이지 않는 끝까지 걸어나가면 된다. 그렇게 걷다보면 바람도 불고 꽃도 피고 햇살도 밝은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모든 순간에 온전히 나로 있자. 집중해서. 그 순간이 내게 소중해질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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