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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 프로방스 Apr 20. 2023

얼굴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요?

얼굴은 그 사람의 이력서다.

얼굴은 그 사람이 그린 마음의 지도다.


얼굴을 통해 내면의 성품과 인격이 드러난다.

사람의 존재는 얼굴로 평가받는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일반원칙은 얼굴에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무게를 얼굴에서 재볼 수 있는 것이다.    


               솔 로 몬 의 잠 언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
            잠언 18장 12절


솔로몬이 전한 구약성경의 잠언은 3천 년의 시간을 아우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제적 가르침에 있어서는 아득한 세월의 벽을 통과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고전이 주는 힘은 이런 게 아닐까.

그는 이 경구에서 마음과 얼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요한 건 본래의 뜻을 가려내는 일이다.


'선봉'과 '앞잡이'란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얼굴을 뜻한다.

따라서 본문의 말씀은 이렇게 번역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얼굴이며

               겸손은 존귀의 얼굴이다. 


교만과 겸손, 멸망과 존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핵심 키워드 하나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가 따라오듯 교만은 미움 증오 냉정함 분노 불평 따위를, 겸손은 온화함 긍휼 사랑 행복 기쁨 등을 연상시킨다. 이 모든 것들이 얼굴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두 종 류 의 얼 굴  


잠언에 따르면 사람에겐 두 종류의 얼굴이 있다.

멸망의 얼굴과 존귀의 얼굴이다.


얼굴은 한 사람의 내면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마음의 교만은 멸망하는 얼굴을 만들고 겸손한 사람은 존귀한 얼굴을 만든다.


얼굴은 마음의 창작물이다.

먹는 것이 건강을 결정하듯 인격과 마음의 작용은 얼굴로 나타나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로마 신화에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신이 나온다.

앞과 뒤의 두 개의 얼굴에 행복과 불행이 새겨져 있다. 신화는 말한다. 행복한 얼굴과 불행한 얼굴은 자신이 만드는 거라고. 이 교훈은 솔로몬의 잠언과 어렵지 않게 잇대어지고 있다.


마음은 얼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우리말의 얼굴은 얼꼴에서 비롯된 단어다. 얼이란 정신과 마음을 뜻하고 꼴은 닮은꼴이나 모양을 가리키는 것이니 얼굴이란 마음이 만드는 형태인 것이다.


얼굴에는 한 사람이 가진 내면의 얼과 넋이 깃들어 있다.

어떤 사람은 즙이 기득찬 과일처럼 기쁨과 행복이 충만한 웃을 띠며 산다. 알고 보면 그에게 좋은 일이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그에 비해 다른 한 사람은 어떤가.

수천 년 인류 역사의 모든 슬픔을 홀로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괴로운 얼굴을 하며 살고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은 걸까. 그냥 돈 때문인가.


               첫 인 상 은  왜 중 요 할 까


사람은 첫인상에서 거의 모든 게 결정된다.

한 인물을 대면하는 순간 그가 주는 첫인상 즉 이미지가 전달된다. 그에게서 풍기는 전체적 분위기는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슈퍼 컴퓨터 보다 훨씬 더 정밀한 기계다.

뇌는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억장치 안으로 밀어 넣어 그동안의 경험과 자료를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몇 천 혹은 몇 만 분의 일초에 불과하다.


상대편에게서 느낀 인상이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입력장치에 자리 잡는 순간 뇌는 그걸 정설로 받아들인다.


 뇌는 수정을 가한 개정판에 대해 잘 모른다.

첫인상이 그만큼 중요한 거다. 그 사람이 좋다 나쁘다 왠지 재수 없고 싸가지 없다 라는 평가는 죄다 이런 과정의 산물인 것이다.


사람의 인상은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정보의 출처가 된다.

그것을 통해 개인정보는 물론 그의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등을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은 한 사람의 무한정보를 담은 빅테이터에 다름 아니다. 굳이 점쟁이가 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굴에 다 써 있으니까.


오래전에 히트 친 드라마 대장금에 다음의 명대사가 나온다.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했을 뿐인데

          어찌하여 홍시맛이 나느냐고 물어보십니까.


얼굴 표정에는 말로 표현하기엔 거시기하나 숨길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 않나. 그게 뭔지 말이다.


            해 부 학 으 로 본 얼 굴


사람의 얼굴은 뼈 근육 지방 피부로 구성된 사 층 짜리 건물과 같다.


얼굴의 전체구조는 세 가지의 근육형태로 구분된다. 이마에서 눈까지의 상안면 근육과 눈에서 윗입술까지 이어지는 중안면 근육, 아랫입술에서 턱에 이르는 하안면 근육이 그것이다.


위쪽 상안면 근육은 부정적 감정을 나타낼 때 쓰인다.

양미간을 찌푸리면서 항상 화내고 신경질 내는 사람을 떠올려 보라.


중안면 근육은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한 웃음을 지을 때 사용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 없다. 화내면서 동시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다.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환한 빛을 뿜어내는 긍정적 감정이 한 사람의 얼굴에서 한 솥밥을 먹고살 수는 없다. 인간의 얼굴은 야누스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논리는 솔로몬의 경구를 오늘날의 해부학적 시각으로 증명한 사례라 여겨진다. 하여 솔로몬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이 읽어도 무방해 보인다.


          인상 쓰면서 상안면 근육에 힘주 살지 말라.

                        그것은 망하는 길이다

              그 대신 중안면 근육을 발전시켜라

              그러면 네 인생이 존귀함에 이르

                         형통하게 될 것이다.


               얼 굴 이 만 드 는 인 생 드 라 마


사람의 얼굴은 대략 43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표정이 무려 십만 개가 넘는단다. 얼굴 표정이 만드는 드라마는 실로 무한에 가까운 것이다. 기적은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인간의 얼굴은 우주의 보물이다.

사람의 표정은 평상시 얼굴의 근육이 만드는 패턴임을 알 수 있다.


마음은 얼굴근육을 쉴 새 없이 사용하여 인생이라는 큰 그림의 지도를 그리면서 하루하루 디테일한 형태를 잡아간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아무리 위대한 들 오늘 내가 얼굴에 그린 작품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내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교만과 멸망의 검은색은 지워내고 겸손에서 존귀에 이르는 밝은 색상을 입힐 것이다. 표정근육을 재료로 하여 만든 나만의 고유상품이 그것이다.


잠언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제시한 충고를 따르고 싶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야

             우니까 슬픈 거지

             행복해서 웃는 것도 아닐세

             웃으니까 행복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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