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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토파일럿 Jan 14. 2023

전세사기를 피하는 나만의 꿀팁

[멘토파일럿의 코로나 생존기 3탄]

대리운전은 거의 저녁 7시나 돼야 콜이 들어오지만 일일기사는 아침부터 일을 할 수가 있다. 


멋모르고 잡은 대구행 일일기사는 모 통신사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잘 모르는 손님을 속여 폰을 팔거나 과다한 요금을 받는 영업사원을 적발▪지도하러 다니는 듯 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간 것도 모자라 대구에서만 매장을 서너 군데 들려서 그야말로 하루 종일 눈뜨고 운전만 했다. 


이렇게 출장기사를 하면 빡센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지만 골프장 일일기사는 훨씬 수월하다. 

손님을 골프장에 모셔다 드리고 5시간 정도 밥 먹고 기사휴게실이나 차량에서 운동마칠 때 까지 대기했다가 출발지로 돌아가면 종료. 

물론 귀가 전 식사를 하게 될 경우도 있다. 

출장이나 골프장이나 받는 돈은 별반 차이 없어서 대부분 골프장을 선호하지만 주로 주말에만 일이 나온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자 2주짜리 중견기업 수행기사 의뢰가 들어왔다.

담당기사가 코로나로 격리조치 된 것이다. 

인사팀과 잠깐 면담 후 대표님 인사드리고 바로 시작했다. 

업무랄 게 별로 없었다. 

대표님 출▪퇴근 전 차량 먼지를 털어내고 여의도에서 자택까지 모셔다 드리면 끝. 

내가 대타인데다가 인사팀 직원이나 다른 기사에게 듣던 대로 인품이 좋으셔서 잔심부름 같은 것도 일절 없었다.      


출근해서는 별도로 마련된 작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알려준 나보다 다섯 살은 젊은 기사와 같이 대기했는데 책상위에 법무사 시험 교재가 펼쳐져 있었다. 

마침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와 운전 알바를 병행하고 있었던 지라 중개사에 대해 물었더니 그건 벌써 얼마 전 취득 했단다.     


“그럼 경매도 할 줄 아세요?” 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뭐든 물어보란다. 


“낙찰은 몇 건 정도 받아 보셨어요?”
“.....” 답이 없었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경매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강의 뒤풀이에서 스승님이 중개사 자격 있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웬걸, 절반정도가 손을 들기에 ‘아니 무슨 부동산 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아?’ 하고 생각했었다. 

중개사 자격증을 따고도 개업하지 않는 사람이 3/4이 넘는다는 사실은 중개사 공부를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다가선다. 고개를 살짝 비튼다. 눈을 감는다. 입술을 부딪친다. 혀로……. (중략)’


경험 없는 지식은 글로 배운 키스만큼이나 부질없다.



비행을 위해 출근해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고나면 브리핑 실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마주한다. 

해당 기종 조종사가 많을수록 생판 모르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하게 되는데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비행시간이다. 

거쳐 온 경력과 기종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종시간은 그 조종사의 기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똑같은 조작을 해도 비행시간에 상응하는 기대치에 따라 “그 정도면 괜찮아!” 혹은 “0기장! 지금 뭐하나?” 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이 바닥에서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꽤나 잘한다는 소리다. 작은 실수하나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칭찬에 아주 인색한 집단이다. )



아파트와는 달리 빌라는 면적, 구조, 자재, 내부 옵션, 엘리베이터 등 각양각색으로 다르게 만들어져 적정시세를 파악하기 힘들다. 

감정을 하지 않느냐? 맞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그들 역시 돈 주는 사람편이다. 

맡은 사건이 원고▪피고 측인가에 따라 변호사가 상반된 논리를 펼치듯이 감정평가사도 은행 또는 건축주처럼 평가를 의뢰한 편에 유리하게 감정을 한다. 


경매 초기 감정가의 1/3 가격으로 지방토지를 낙찰 받은 적이 있다. 

5년 전 낙찰가 그대로 평당 8만원에 내놨지만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 

옆땅 주인은 6만원이면 생각해 보겠단다. 도둑놈이 따로 없다.


매도 말고 다른 출구전략이 있었지만 감정평가 때문에 막혔다. 

법원 감정을 했던 바로 그 감정평가사에게 전화를 해서 평가를 의뢰했다. 

뭐든 다 해줄 듯 친절하게 상담을 받아주던 목소리는 내가 지번을 불러주고 난 후

 “아---, 저기요, 잠깐만요......” 


라고 하더니 되도 않는 핑계를 지껄이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같은 물건인데도 경매, 담보, 보상 등 성격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직도 그 땅을 생각하면 히키코모리 자식을 데리고 사는 부모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간다.     



빌라왕의 전세사기 건이 포탈 메인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성희롱이나 산업안전처럼 ‘전세사기 유형’등을 필수 교육으로 지정해서 연 1회 정도는 이수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공격과 수비 모두 중요한데 유독 자기계발과 돈 버는데 만 치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열심히 올린 토익점수로 승진해봐야 결국은 대부분 사오십 대에 퇴직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 억단위 전세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꾸준한 수익을 물어다주는 종자돈이 된다. 

날리면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 된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송두리째 다시 꼬라박아야 한다.     


사기를 피하기 위한 정보는 넘쳐난다.

수비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관심이 없는 것이다. 


최소한 등기부를 보고 선순위 대출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순위 임차인의 전세금이나 최우선변제금 까지 알면 금상첨화다.

아파트왕 전세사기 들어본 적 있는가? 아파트는 시세가 네이버부동산이나 호갱노노 등 부동산 포털에 확연히 들어나기 때문에 가치를 넘는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시스템 에어컨과 풀 옵션, 깔끔한 인테리어에 혹해 덜컥 신축빌라에 들어가지 말고 돈이 모자라면 구축 아파트나 세대수가 많은 오피스텔을 고려해라. 

그래도 빌라를 원한다면 주변 부동산 5군데 이상 발품을 팔아 평균 낸 시세를 적용해 보라.


공인중개사 구인&구직란을 보면 대부분은 최저시급 또는 계약을 따낸 만큼 받는 인센티브로 초보 중개사를 구인하지만 일부업체는 월500만원을 보장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에 취업해서 소위 밥값을 하기위한 업무가 합법적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경험 많고 믿을만한 중개사와 부동산 거래를 원한다면 말끔한 수트와 말빨, 화려한 인테리어나 지긋한 중개사의 연배를 볼 것이 아니라 부동산 한 켠 잘 보이는 곳에 게시된 중개사 자격증 발급일과 사무소 등록일을 먼저보고 판단한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한 곳에서 오래 터 잡아 먹고살만한 그 분들이 낌새가 구린 사기물건들을 굳이 취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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