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모습 그대로 괜찮아
사람들은 내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면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아직은 앳된 얼굴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엄마라니,
놀라고 신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다.
스물셋에 시작한 결혼 생활은
결혼 2주년이 막 지났을 무렵 끝이 났고
나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딸아이는
결혼식 준비로 올라왔던 서울에 그대로 남겨졌다.
우리의 사랑은 오롯이 나의 책임이 되었다.
친정으로 돌아와 나는 한없이 무너졌다.
이십 년을 보낸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뿐인데
많은 게 변했고, 무엇보다 내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젊은 엄마'와 '싱글맘' 고작 두 단어로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아직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었고,
그는 내가 만난 첫 남자였으며
이제 겨우 첫 이별을 겪었을 뿐이었다.
"내가 애 딸린 이혼녀라니"
가끔 현실을 자조하고 싶을 때 드라마 주인공 독백처럼 내뱉던 말이다.
예전 나의 방은 신혼집에서 온 짐들로 가득했다.
책으로 빼곡했던 책장과 책상은 어느새
온갖 물건들로 뒤덮여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아이의 물건과 내 짐이 한가득 쌓여
거대한 창고로 변해버린 방에 들어서면
늘 아무것도 손대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나왔다.
정리하지 못한 짐처럼 마음을 방치한 채로 한 해가 지나갔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면 비로소 혼자가 된다.
생각이 많아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이혼 후 다시 시작한 심리 상담에서 상담사님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 많아지는 거라고 하셨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꼬리를 무는 감정들 사이로 항상 답이 없는 물음만 남았다.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나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혼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