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밤중에 얻어먹는 죽순 맛이 최고예요. 왜인지 모르지만 요즘 그가 자꾸 밤에 등장하고 있거든요. 히힛. 비결이요? 자, 알려줄게요. 우선 안구를 촉촉이 적셔야 해요. 그게 갑자기 가능하냐고요? 간절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요. 후훗. 그리고 평소보다 약간 눈을 크고 동그랗게 떠요. 그다음이 중요해요. 복도 근처에 나가 앉은 자세로 그가 지나다니는 타이밍에 맞추어 45도 각도로 지긋이 바라봐 주어야 해요. 절대 의도적으로 소리를 내거나 그를 불러선 안 돼요. 속마음을 들킬 수 있거든요.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아침까지 여기서 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기다려요. 그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눈이 마주쳐야 하죠. 그래야 가장 효과가 좋거든요. 처음에 눈이 마주치더라도 바로 속내를 들키지 말아요. 방심하지 마요, 알았죠? 후훗. 자, 그가 오네요. 지금이에요! '아니야, 아니야, 일 봐요. 나 죽순 같은 거 먹고 싶어서 여기 앉아 있는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나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요. 일 봐요.' 봤죠? 이런 마인드를 유지해야 해요. 미는 듯 당기는 듯 이걸 몇 번 반복하면 돼요. 한 번에 될 거라 생각 말아요. 일단 연기력이 되고 장기전으로 가면 장사 없어요. 넘어오게 돼 있다고요. 어때요, 쉽죠? 히힛. 근데 그가 오늘은 조금 바빠 보이네요. 미간에 주름도 보이고, 다소 긴장돼 보이기도 하고요. 뭐, 기분 탓일 거예요. 별일 아닐 거예요."
그냥 죽순 먹고... 얼른 자...
"끄에엥~" (멈칫!) 응? 들었어요? 이거 무슨 소리죠? 이 새벽에 엄마 방에서 들리는 이 소리의 정체는 뭐죠? 마치 태초의 신비함을 품고 있는 듯한, 작은 생명체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이 우렁찬 울음소리 뭐죠? 분홍 분홍하고, 꼬물꼬물 한 느낌이 드는데. 뭐냐고요! 못 들었어요? 나만 들은 거예요?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엄마 방을 드나드는 그가 분주하잖아요. 분명히 뭐가 있군요. 들어보지 않은 듯, 들어 본 것 같은 이 소리. 내가 알고 있는 이 느낌은 또 뭐고요? "끄에엥~꾸엥~끄엥~" (또 멈칫!) 헐;; 대. 대. 대박! 깜짝이야, 죽순 먹다가 놀래서 나 지금 혀 깨물 뻔했어요. 한 번 더?? 뭐예요? 뭐냐고요!! 설마... 알았다, 나 생각나 버렸어요. 이 소리 뭔지 기억이 나요. 어떡하죠? 우왓! 비상이네요. 내가 지금 한가롭게 죽순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아요. 나에게 위기감을 주는 이 녀석... 아니, 이 녀석들의 정체는 도대체 뭐냐고요!!! 느그들 뉘기야~!!! 나 판다월드의 뚠.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