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읽기와 치유의 순간
마음은 참 중요하다.
일단 모든 행동의 근원은 이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나만의 행동이 결정된다.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가고 그런 후에 결정이 되면 그때서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오늘 우리집 두 아이의 마음이 다른 이유로 상했다.
첫째는 오늘 반 장기자랑으로 방과후 수업으로 하는 바이올린을 들고 갔다. 같이 집으로 오는 친구들은 다른 방과후 수업을 들어서 혼자 하교하는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바이올린을 들고 올라올 테니, 교문앞까지는 아니지만 아파트 앞까지는 마중을 나가고 싶었다. 마침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버릴 게 있어서 유치원 방학하고 집에 있는 둘째에게 쓰레기도 버리고, 엄마 형아 바이올린도 받아올건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형아 혼자 오지 왜 데리러 가느냐', '재활용 쓰레기만 버리고 올라오자' 입이 이만큼 나와서는 그리 말한다. 나는 '쓰레기 버리고 바로 보이는 횡단보도 앞에서 바이올린만 받아서 같이 들어오면 된다', '만약 안 가고 싶으면 집에 있어라, 엄마 여기 바로 밑이니까 쓰레기까지 버리고 10분 안으로 오겠다'했다.
그렇지만, 도통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어쨌든 쓰레기 버리러 나가야 하니 엄마 간다~ '했더니 자기도 간다면서 억지로 나왔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보니 저~어기 자기 몸만한 바이올린을 들고 올라오는 아이가 보인다. 얼른 뛰어가서 첫째 아이 손의 바이올린을 잡아 들었다.
"오늘 장기자랑은 잘했어?"
"바이올린 줄이 풀려서 쓸수가 없었어."
"어? 정말? 그래서 어떻게 했어?"
"@@이꺼 빌려서 했는데, 내 바이올린이 아니라서 자세도 그렇고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어."
"아, 그렇구나. 속상했겠네."
첫째도 많이 속상했겠다 싶은데, 더 따라오지 않고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던 둘째의 입이 아까보다 더 많이 나와있다. 그리고는 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둘째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주나 싶다. 마음이 상한 사람이 둘로 늘었다.
"첫째야~ 집에 먼저 들어가~ 둘째가 마음이 좀 속상했나보다. 엄마 둘째 기다렸다가 같이 갈게. 조금있다가 태권도도 가야하니까 집에 먼저 들어가 있어"
"응"
터덜터덜, 느릿느릿 따라오는 둘째. 둘째의 걸음에 맞추어 걷는데, 현관문 앞에서 둘째가 또 선다. 그리고는 안들어가는 둘째. "너 들어오고 싶을때 들어와." 하고 집으로 먼저 들어갔다.
첫째는 첫째대로 속상한지 바이올린 상태를 설명해준다.
줄이 한껏 늘어져 있다. 나중에 바이올린 선생님께 설명을 들어보니 바이올린은 예민한 악기라서 잘 풀린단다. 그래서 줄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 아마 조율이 필요했는데, 조율을 아직 스스로 할 수 없으니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다음 번 방과후 시간에 선생님께 조율을 받기로 했다. 첫째 나름대로 당황했겠지만, 또 나름대로 세상에 내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둘째도 그렇게 스스로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태권도 학원에서 달란트 시장을 하는데, 안간다는 둘째. 마음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지만, 시간은 정해져있으니 달란트로 사고 싶은 거 안사도 안 섭섭하겠냐고 물어보았다. 뭐 못사도 괜찮단다. 달란트야 두었다가 한꺼번에 다음 달란트 시장에서 써도 되니 안가도 되지 싶어 두었다.
아마도 둘째는 체력도 그렇고, 힘든게 싫은 거 같다. 집에 혼자 있기는 싫지만, 또 엄마 따라서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싫은 것이다. 아니 '그게 왜 속상할 일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둘째에게는 속상한 일이었다는 게 중요하니까.
"엄마가 너 가기 싫은데 가자고 해서 미안해. 그런데 형아가 무거운 바이올린을 가지고 올라오는데 엄마가 집에 있는데 들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반대로 둘째 네가 그렇게 무거운 걸 들고 온다고 했어도 엄마는 형아에게 집에 있거나, 같이 가자고 하고 똑같이 나왔을 거야."
아이의 마음은 조금씩 풀려가고, 그렇게 오늘도 두 아이가 자라간다.
그렇게 엄마도 자라간다.
우리들의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그렇게 조금씩 성숙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