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각자도생

by 행복반 홍교사

첫째와 둘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첫째는 배려심이 많은 아이다.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 이야기에 성심껏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걸 기꺼이 도와주고 별로 생색을 내지 않는다.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몰입해서 한다.


둘째는 사람많은 곳이나 소리 자극이 큰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놀이공원에서 몇번 멀미나 체한 것처럼 입술이 하애지고 힘들어해서 병원에 가거나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희한하게 뭐를 할 때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엄마, 아빠든, 형아든, 친구들이든 옆에서 함께 상호작용을 하면서 놀이하는걸 좋아한다. 아마도 의미없는 시간, 청각, 공간 자극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둘다 자기 표현을 잘하지만, 방식은 참 다르다.


첫째는 신중하게, 유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우리 첫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예를 들면'이다.

어떤 말을 하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이라고 부연설명을 한다.


둘째는 아주 간결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조금더 둘째의 생각을 알기 편하지만, 아직 사고가 발달중인지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말하는 건 서툴다. 우리 둘째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그런게) 있어~'다.

뭔지 모르지만 그런 게 있다.


아무래도 첫째가 억울한 일이 많겠다 싶어 조금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왠지 말하기 보다, 듣는 걸 더 많이 하는 아이였던 나는 그 마음이 어떤지 내 기준에서 알 것만 같아서이다. 우리 첫째는 분명 나와 다르고, 나보다 더 잘 살아낼 아이인데 내가 오지랖이고, 노파심을 부린다.


한편으로는 표현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둘째의 마음을 가볍게 지나치나 싶기도 하다. 그래봤자 7살, 갓 8살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말이다.


조금더 물어봐주고 조금더 부드럽게 대해야겠다 생각한다. 둘째의 기억에 엄마는(첫째의 기억에는 엄마는 화를 잘 내지 않지만) 화를 제법 내는 엄마란다. 그러고 보면 둘째에게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너희를 소홀히 여기지 않을게. 그 어떤 별보다 반짝이는 너희 눈을 보고 너희의 말을 들을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게. 이 세상에 어떤 순간에도 너희 편인 사람이 엄마, 아빠가 되어줄게.

어느 순간에든 친절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에든 귀를 기울일게.

첫째, 둘째야~
사랑하고 축복해




keyword
이전 10화마음이 상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