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죽여주세요!
-경력자 살인자를 찾습니다-

2. 경력직 살인자를 찾습니다.

by 이야기소녀

2. 경력직 살인자를 찾습니다.


한 차례 울고 나니 통증도 덜하고 마음도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현실이 깨끗하게 보이면서 다시 삭막하고 차분한 본래의 내 상태로 돌아왔다.

우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정기적으로 있는 일이긴 하다. 사람이다 보니 밀려드는 상황과 사람에 의해 낭떠러지로 몰리는 기분이 들면 눈물이 저절로 나오곤 한다.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고, 이런 걸 다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아득해진다. 이런 삶에서 실성하지 않는 게 다행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실성이 나으려나?

초능력이 있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사각지대에 있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자기 재능대로 일해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지만, 휴식이 없는 세상에서는 상상은 역시나 무용지물이다. 하면 뭐 해 어차피 깜깜한데.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나 있어? 듣고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이나 있느냐고.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내가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거다. 몸뚱이를 벗어나는 일. 이 일만이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나를 구해줄 수 있다.


그래~ 자! 이제 진정하고,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자. 오늘이 화요일, 집주인아줌마는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오신다고 하셨으니, 꼭 그전까지는 내 목숨이 끝나야 한다.


“안 해본 자살방법은… 음…. 내가 싫어하는 것들뿐이잖아? 아악~ 안 돼. 생각! 생각!”


나는 인터넷을 켰다. 농약은 기도를 다 녹이고 장기를 망가뜨려서 아주 고통스럽게 죽는다고 하니 완전 제외. 밧줄은 아직 아니야.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마지막에 하면 돼. 아직 일주일이나 시간이 있어. 트라우마 생긴 방법들은 안 되고.


“왜 이렇게 안 되는 게 많아! 방법이 없는 걸까! 제발! 제발!”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말 밧줄 밖에 없는 걸까? 나는 답답한 마음에 TV를 켰다. 혼자서는 생각에 한계가 있다.


“속보입니다. 미제사건이었던 과거 연쇄살인과 같은 비슷한 양상을 띤 살인사건들이 최근 다시 일어나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현재 국립수사과학연구소에서는 수습한 시신들을 부검하는 중입니다… 시신 발견 장소는 전국 산에서 각각 발견되고 있습니다. 시신에는 칼로 육각형 모양을 그려 넣은….”


“저 연쇄살인범은 날 죽여주지, 왜 엉뚱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래. 진짜 효율성 떨어진다. 차라리 죽고 싶은 사람 손들라고 해서 죽고 싶은 사람들을 죽이면 되잖아. 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죽여! 헐~ 그러고 보니 엇! 으윽~”


나는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왜 나는 무언가 깨달으면 벌떡 일어날까? 몸뚱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픈데 대체 왜 일어나는 거야. 몸과 마음은 따로국밥인가.


“룰루~ 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너무 기쁘다. 소망이 생겼다. 살인자라면 안심이다. 게다가 연쇄살인자라면 경력직이지 않은가! 그럼 편의점 강도처럼 실수할리도 없고, 살인이 목적이기 때문에 단번에 죽여주겠지? 그런데 고문을 즐기는 살인자면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단번에 죽이는 살인자를 찾으면 되잖아?


“크~ 역시 나는 주인공! 이 천재! 경력직 살인자를 찾습니다! 하하하~ 윽~”


나의 정보통은 오로지 인터넷과 죽음이 소원인 동지들 뿐이므로 바로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에 떡하니 ‘저는 살인자입니다’라고 나올리는 없으니, 내가 찾을 수밖에 없다.

찾다 보니 뉴스나 프로파일 심리퀴즈쇼, 과학수사대 같은 프로그램 등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역시 요즘은 초스피드, 초정보의 시대지.

일단 적을 알고, 아니지. 도와줄 분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어. 일단 정보를 모아야 해. 범죄자들 중에서도 최극단에 있는 연쇄살인범들의 특징을 알아야 사람들 속에 있어도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공부해 보자고. 딱 삼일이다. 몸뚱이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하니까 딱 삼일.

신나는 가운에 계속 복부가 찌릿찌릿했다. 안 되겠다. 우선 좀 자고 행동개시를 해야겠어!


“살인자님! 기다려주세요. 다음 타깃은 저입니다!”


‘살인자 중 사이코패스의 처음은 청소년기 때 발현됩니다. 개나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그 욕구를 해소하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가 모두 성인이 되어서 살인을 저지르는 건 아닙니다. 가정에서 올바른 훈육을 받거나 스스로 제어하는 힘을 가진 사이코패스들은 사회규범에 맞추어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인욕구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서 오직 살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죠.’


프로파일 심리퀴즈쇼에서 프로파일러 권이용 교수가 외국사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었다.


“음….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들어보긴 했어. 그럼 살인자들은 어릴 때부터 노래천재, 얼굴천재, 공부천재 같이 살인천재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걸까? 악마가 처음부터 살인의 씨를 집어넣는 걸까? 선천적과 후천적으로 나뉜다고요. 네네~ 교수님.”


대학 때도 태권도하느라 공부와 담쌓고 지낸 내가 노트를 펴놓고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필기하면 되는데, 왜 나는 노트에 적고 있을까. 공부한 티가 나야 좀 안심이 되긴 한다.


‘살인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99퍼센트가 성별이 남자라는 점이고요. 그다음은 같은 종족인 사람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해 내려는 살인기계라는 점이죠. 아마 전쟁이 잦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연쇄살인범이나 살인자들은 나라가 인정하는 킬러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연쇄살인범들의 또 하나의 특징에서 기인합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그것은 여자들과 노약자들만 노린다는 사실이죠.’


범죄과학연구소에서 표차원 교수가 연쇄살인범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영상을 켰다.


“그러고 보니 살인자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알기론 한 명 빼고 다 남자였어. 피해자들은 거의 다 여자였고. 소오름. 같은 남자는 제압하지 못하니까 그런가 보다. 그럼 나라가 인정하는 킬러가 되기는 글렀네.”


여자도 살인자가 있겠지만, 성별이 ‘남자’인 사람들에게만 살인이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힘의 차이에서도 그렇고, 어릴 적부터 남자와 여자에게 요구되는 반응이 달라서 그렇기도 합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두고 부모의 반응을 살펴보면, 남자아이에게는 씩씩함과 담대함이 요구되는 반면에, 여자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죠. 또 공동체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힘겨루기가 만연한 반면,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등등 접하는 환경도 다릅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항상 경쟁과 서열 속에 갇혀서 긴장 속에서 성장하다가 이걸 해소하는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아~ 교수님! 제때의 대답 감사합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학교에서 물어본 적은 없지만, 물어봐도 이렇게 바로 대답해 주는 선생님들은 없던데, 타이밍이 참 오묘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완전 푹 빠져서 공부했다. 공부라기보다는 재미있었다.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하나하나 살갗에 다 와닿는 것 같았다.


‘콩콩콩.’


작은 문소리가 들렸다.


“집주인아줌마신가? 다음 주에 오신다고 했는데. 하아~ 일단 없는 척해야겠다. 있어도 다음 주에 있어야지.”


“인공청년! 집에 없나 보네. 문에 걸어두고 가~”


목소리가 집주인아줌마가 아니었다.


“누구지?”


문에서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나서야 문을 열어보니 문고리에 삼각김밥 열 개와 라면 다섯 개, 그리고 작은 쪽지와 하얀 봉투가 들어있었다.


‘인공 청년! 신분증에 있는 주소를 함부로 봐서 미안해. 우리 딸 살려줬는데 갚을 길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갚고 싶어. 그리고 적은 액수지만 용돈으로라도 써.’


“엇!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 라면도 있네! 아… 아줌마. 감사합니다.”


마침 먹을 것도 없었는데 잘 됐다. 이걸로 삼일은 버틸 수 있다.

삼일의 첫날이니 포식해야지. 라면 하나와 삼각 김밥 두 개!

하지만 난관이 있었으니 물과 가스.


“휴우~”


가스를 틀어보니 다행히 안 끊겼다.

아점을 먹으면서도 영상을 계속 찾아봤다. 참 별의별 사건들이 많았다. 충동적인 살인은 대부분 ‘돈’ 때문에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는 경력직이 절대 될 수 없다. 내가 노리는 살인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범들이다. 살인을 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돋고 돈이 상관없이 즐거워하는,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난 괴물인 사람들.

내가 이걸 삼일 만에 공부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살인범을 알아보기란 힘들다는 사실은 충분히 안다.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살인범을 알아보는 법’을 검색해 볼까? 나올까? 잠깐 이것 좀 치우고!”


있었다. 대체 인터넷에 없는 건 뭘까? 다 먹고 쓰레기를 치운 뒤에, 열어보니 내용은 대략 이랬다.


‘연쇄살인범은 사람들 속에 잘 섞여 있기 위해서 사람인 척하는 사람. 일반 사람으로 가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반 사람보다 더 일반 사람처럼 번듯한 직장, 아름다운 아내, 토끼 같은 자식들, 뛰어난 인품 등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일 수 있다.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진짜 사람 좋은 사람일 수 있고, 사람 좋은 사람으로 가장한 악마일 수 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는 거야?”


‘사이코패스는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방임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외모에서부터 목소리, 언어방법, 뛰어난 현실감각.’


그래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서 찾아내거나 현실에 적응을 너무 잘해서 뛰어난 사람들 중에서 찾거나 둘 중 하나다. 좌우로 치우친 사람.


“눈빛이 사악하다거나 코가 하늘로 솟아 있다거나 이런 특징은 없고, 그냥 사람 자체를 봐야 하는구나. 어렵다. 아함~”


마른 흙길에 시멘트로 쌓은 담장이 보인다. 주황색으로 칠해진 담장. 오래돼서 금이 가 있었지만 주황의 색은 눈에 띄게 아주 신선해 보였다.

한쪽 대문에 주소가 쓰인 명패가 붙어있다. 육육동 남읍 수목리? 익숙하지 않은 주소다. 서울에는 읍과 리가 없어서 그런가.


“안녕하세요! 물건 가지러 와서 잠깐 들른 거라 금방 또 가봐야 돼요. 하하하. 건강은 어떠셨어요? 아이코! 감사합니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수리도 되고요. 하하하.”


목소리가 다정하고 유쾌한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중년남자처럼 보인다. 배도 불룩 나와 있고 인상도 포근해 보인다. 누군가와 인사하는 것 같은데, 어떤 할아버지가 사과들이 담긴 봉지를 건네주고 웃으신다. 누구지?

햇볕이 남자의 집 안 마당을 비춘다. 아내가 있는 모양인지 여자샌들이 보여.


“네네~ 할아버지, 다음에 봬요! 하하하~”


할아버지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푸근한 중년남자의 눈빛이 돌연 까맣게 변한다. 인상도 차갑게 바뀐다. 방금 전과 같은 사람 맞아? 순간 굳어서 그 자리에 섰다.


“아씨~ 들킬 뻔했잖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 아저씨 뭐지? 나는 아저씨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내가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우와~ 대청마루가 있는 현대식 시골집이다. 강화유리와 나무틀이 합쳐져 느낌이 고급스럽다. 목재에 주황색을 칠했는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인테리어에 색처럼 보였다. 한쪽에 톱과 도끼, 여러 도구들과 목재가 있는 걸로 보아 왠지 이 아저씨가 직접 만든 집인가 싶기도 했다.

아까의 아저씨에게서 느껴진 오싹함이 잠시 이 집의 멋스러움에 감춰지는 듯했다. 나는 집 안을 구경하다가 앞서 간 아저씨를 찾는다.

아저씨는 커튼이 쳐진 거실 문을 양쪽으로 열다가 무엇을 봤는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급히 마당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나는 호기심에 아저씨가 들어갔던 거실로 간다. 한쪽 커튼을 걷고 안을 들여다보니 바닥은 유리에 벽은 대리석, 천장은 나무로 지어졌다. 처음 보는 집의 모양이다. 입이 떡 벌어져 먼 곳에서부터 찬찬히 구경하고 있는데, 거실 한쪽에 도깨비 모양이 그려진 낮은 탁자가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옆에는 레이스가 달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내인가? 아내라고 하기엔 나이차이가 너무 나는 여자가 있었다.

자세히 보자. 쓰러져 있잖아? 저기, 저기 아가씨!


“흡흡흡.”


입이 하얀색 손수건으로 막혀있다. 내가 풀어줄게요. 왜 자꾸 안 잡히지?


‘쿵!’


‘악!’


갑자기 여자의 머리에서 분수처럼 피가 나와 온 얼굴을 덮고 여기저기 튀었다.


“내가 소리치지 말랬지! 아까 그 할아비만 아니었으면 빨리 처리하고 갔을 텐데, 망치 가지러 가다가. 아씨.”


“으악!”


온몸이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도 엄청 빨리 뛰고 있었다.


“뭐야~ 나 꿈꾼 거야? 언제 잠들었지? 꿈이 왜 이렇게 생생해.”


살인자에게 죽고 싶다면서 이렇게 무서워하다니. 정신 차려! 주인공! 적응하라고! 아무튼 꿈이라서 다행이다. 나는 자동으로 넘어가는 영상을 꺼버렸다.


그런데 너무 생생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모습. 사람은 시각에 약하다고 하던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갑자기 감정회로가 수축하는 것 같았다. 무서워졌다.


“안 돼! 안 돼! 주인공! 이러면 안 돼. 나가자!”


나는 기분전환 겸 시험 삼아 이론을 적용해 보려고 외출했다.

집에서 30분을 걷다 보면 대학로가 나온다. 대학로라고 해서 대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고 나이대별로 많이 있다.


“벌써 해가 져 간다. 시간이 참 빨라. 음… 저기가 딱 좋겠어.”


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횡단보도에서 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아점 먹고 악몽 꾼 지 별로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저녁이라니.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의 전체 수명시간을 알 수 있다면, 완전 개미 사이즈만큼 줄여놓고 싶다. ‘그때’를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 알아도 내가 신이 아니라 별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 대체 문제가 뭐지? 모순이잖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거야? 난 또 생각하다가 생각의 홍수에 빠져서 딜레마를 만났다.


“아~ 몰라~ 몰라~ 진짜 이런 생각 그만 좀 해!”


지금 이론을 적용시키려 나왔는데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있으면 안 될 일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다가 신호등 건너편에 서 있는, 어떤 남자에게 시선이 꽂혔다. 검정 야구 모자를 쓰고, 검정 후드를 입고, 검정 바지에, 검정 가방을 메고 있었다. 대학생은 아니었다. 얼굴이나 체형이 아저씨 같았다. 멍한 표정도 아니고 무표정도 아니고 뾰족뾰족 고슴도치 같이 금방이라도 가시를 발사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음…. 내 눈엔 엄청 튀어. 느낌이 싸해~ 쫓기는 느낌도 들고. 혹시?”


나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무작정 횡단보도에 발을 옮겼다. 음식거리로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서 있는 아저씨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느낌이 딱 살인자야. 흉악해. 그런데 이 사람이 진짜 살인자일까? 꿈에서처럼 망치로 때리는 그런 살인자? 무섭지만 한방에 보내준다면 나에게는 고마운 건데. 어쨌든 이 아저씨가 살인자였으면 좋겠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심장이 뛰었다. 설렘에.


“저… 아저씨.”


“뭐야!”


아저씨의 째려보는 눈빛이 맹수처럼 아주 매서웠다.


“바로 이거야! 아저씨 살인자 맞죠?”


나는 너무 좋아서 활짝 웃었다.


“이거 이거 미친놈 아냐?”


아저씨는 삿대질을 하면서 가라고 손으로 나를 미는데,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나의 소망, 나의 희망 아저씨.


“아저씨!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는데요, 제발 저 좀 죽여주시면 안 될까요? 복 받으실 거예요. 아저씨!”


“아씨~ 캬약~ 퉤! 꺼져! 운이 안 좋으려니까! 아씨! 야! 짭새였어?”


내가 아저씨의 팔을 잡으려고 하자, 아저씨는 갑자기 음식골목 안으로 뛰기 시작했다. 짭새? 뒤에 경찰에 오나? 아씨~ 경찰 싫어! 그 싸가지 아냐?


“아저씨! 같이 가요!!!”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체대 출신, 아직 안 죽었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지금 내 생명줄을 놓치면 안 된다. 살인자를 만나기란 얼마나 힘든데.


“따라오지 마!”


“아저씨!!!”


나는 폴짝 뛰어서 아저씨의 어깨를 잡을 수 있었다.


“윽!”


“아저씨! 왜 도망가세요? 저 경찰 아니에요. 제발 저 좀…. 앵? 누구세요?”


독수리 상징을 팔에 찬 제복을 입은 사람 두어 명이 와서 아저씨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경찰이었다.


“범인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성함이?”


“네? 아 네~ 주… 주인공입니다.”


나는 그 순간 얼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주인공 씨로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 자는 국외에서 소문난 조폭인데, 국내로 들어왔다고 해서 저희가 잡으려고 한 달 동안 잠복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체포할지 몰랐지만요. 협조 정말 감사합니다. 같이 서로 가셔서 포상이라도 받으시죠.”


“아…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는 애써 미소를 보이며 ‘경찰을 싫어하고 피하고 싶다’라는 내색을 최대한 숨기면서 아주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어휴~ 따라오는 건 아니겠지? 이런! 그 아저씨가 살인자가 아니었어. 얼굴만 보고 판단했다니! 전형적인 초보자의 실수야. 주인공! 남은 이틀간 제대로 공부하자고. 지식을 꽉꽉 채워서 다시 찾는 거야! 주인공!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