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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Mar 22. 2024

나를 따르라

클래스 소개 : (1) 탱커

어서 와! 어서 와! 이리... 이리 오면 돼!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캐릭터 생성을 마쳤구먼! 어디 보자... 음... 아주 잘~ 생, 커억! 에헴! 아이고... 아주 예~쁘, 뜨악! 어험... 험험험... 콜록! 콜록! 아이고~ 이거 나이가 드니까 눈이 점점 침침해지네... 아, 안경을 어디 뒀더라... 찾을 수가 없네. 어험험!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음... 뭐! 어쩔 수 없지. 잘 안 보여도 그냥 해야지 뭐! 자 그럼 뭐부터 해볼까? 어험! 어험험! 흠흠흠. 그... 저...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토닥토닥) 아휴~ 당장은 좀 힘들지만, 모험을 하다 보면 튜닝을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물론 비용은 들어! 하지만 열심히 모험을 하다 보면 그 정도 비용은 금방 모을 수 있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튜닝이 안되면 메이크업으로 꾸며도 되고, 그것도 안되면 아이템으로 가리지 뭐... 그런 것도 가능하니까... 지금은 일단 열심히 모험을 떠날 생각만 하자고! 알았지? 아! 거울 좀 그만 보고...


    어? 엥? 누구시냐고? 아 왜 이래 진짜~ 장난이지? 나잖아, 나! 길잡이 '철없는박영감'. 내 얼굴이 잘 잊히는 상이 아닌데... 이상하네? 방금 전 반응에 대한 복수라면... 아주 성공적이야, 그래! 상처 좀 받았어? 응? 어이구!? 으이구?! 자~ 어쨌든! 캐릭터 생성을 마쳤으니, 이제 직업을 선택해야겠군! 이곳 원더랜드에서는, 있어 보이게 '클래스'라고 하지.


    음... 우선 가장 기본적인 클래스로는 3가지가 있어! 탱커, 힐러, 딜러가 그것이지... 탱커! 그야말로 맷집 클래스이고, 힐러! 말 그대로 치유의 클래스이지. 마지막으로 딜러! 음... 앞의 두 클래스가 되기도 힘들고, 성장하기도 어려워, 매우 희귀한 귀족 클래스라면, 딜러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 흔하디 흔한 클래스이지. 쉽게 될 수 있고, 성장도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서 대부분 딜러로 모험을 시작해. 그래서 경쟁도 엄청나게 심하지.  


    이 3가지 클래스 외에도 앞으로 모험가 여러분들에 의해 새롭게 개척될 클래스도 있을 것이고, 업데이트와 확장팩을 통해 신규 클래스가 추가되기도 해.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라고! 그럼 오늘은 기본 클래스 중 탱커에 대해서 설명해 줄게. 잘 들어!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길을 갈지, 어떤 모험가가 될지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알았지?


클래스 소개 : 탱커 <나를 따르라>



    이미 말했듯이 '탱커'는 맷집을 담당하는 클래스야. 적과 마주했을 때, 공격을 막아내고, 파티원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임무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대부분 중갑과 방패를 착용하고, 거의 모든 한 손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기 숙련도를 높여. 사실 성안의 귀부인들에게는 사진과 같은 미소년의 어리고 호리호리한 탱커가 인기를 끌지만, 실제로 탱커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근력이 높아져서 그런지 결국 근육돼지가 돼버리더라고...


    탱커 클래스가 파티에서 맷집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티의 선두에 서는 선봉장이 됐고, 파티의 '리더'의 역할을 하지. 하지만 진짜 숙련된 탱커라면 막아내고, 보호하고, 맷집역할을 하기보다 적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애초에 파티원이 공격대상이 되지 않게 해서 파티의 생존율을 높이지. 이 적의 시선, 집중도를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로 표현하곤 하는데... 모험가들 사이에서 콩글리쉬로 '어그로'라고 하는 것 같더군.


    '어그로 끈다'는 말 많이 들어봤지? 'aggravation (악화, 도발)'이라는 단어에서 'aggro'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사실 탱커의 가장 기본 스킬이 바로 이 '도발'이거든, 혹자는 '헤이트 (hate)'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프로보크(provoke)', '앵거(anger)'라고 하는 모험가들도 있어. 결국 화나게 하는 거지~ 그래서 일류 탱커들은 '욕쟁이'가 많아... 가끔 뉴스에서 보지? 직장 내 갑질 이라면서 팀장들이 팀원들 도발? 아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클래스 소개 : 탱커 <울타리>


    일류 탱커들은 적의 목표를 자신에게 집중시켜 파티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지. 뭐 이것도 탱커의 성향에 따라 좀 차이가 나기는 하는데... 강력한 리더십으로 파티원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나를 따르라> 형도 있고, 파티원들을 탱커의 보호가 닿는 범위 안에 자유분방하게 풀어놓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울타리> 형 탱커도 있어.


    뭐가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동안 세계화와 다양성 존중의 바람이 불어 <울타리> 형 탱커가 인기였는데, '우경화' 바람을 타고 다시 <나를 따르라> 형 탱커가 고개를 들고 있기는 해. 일부 길드에서는 <나를 따르라> 형 탱커가 마지막 발악으로 다른 길드와 전쟁을 일으킨 곳도 있다고 하더군... 이번 전쟁으로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것 같아.


클래스 소개 : 탱커 <惡質>



    이제 슬슬 눈치챘겠지만, 탱커는 되기도 힘들고, 성장하기도 힘든 클래스이지만, 한 번 되고 나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클래스이기도 해. 대부분 영웅왕들이 탱커 출신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래서 왕이 되었건, 작은 파티를 이끄는 파티리더가 되었건... 어디 가나 악질이 출현하기 마련인데, 앞에서 농담이라고 넘기긴 했지만, 사실 악질 중의 악질로 甲질이 손꼽히고 있어...


    적을 향해야 할 도발 스킬이 파티원을 향해 버린 최악의 파티지... 선봉장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파티를 이끌고, 뒤쳐지는 멤버 없게 끌어주던 탱커는 이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어. 요즘은 '리더'보다는 '보스'의 시대가 왔다고 한탄하는 모험가도 많아. 그래서 그런지 요즘 원더랜드에 고인 물들만 남고, 신규모험가가 없어져서 걱정이기도 해. 그나마 남아있는 모험가들도 탈퇴할까 봐 온갖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긴 한데...


그들의 열정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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