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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Mar 15. 2024

모험의 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튜토리얼

What A Wonder Land!!!


    "자 이제 진짜 모험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째깍째깍. 허!!! 늦었다!!!! 늦었어... 아이고, 큰일 났네. 늦었다고!! 빨리 서둘러! 아휴~ 바쁘다 바빠!! 째깍째깍. 빨리 따라와! 어서!!!! 자 잔말 말고 어서 뛰어...!!!!!!!!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큰일이군. 빠르게 설명할 테니 따라오면서 잘 들어. 내가 마구 서두른다고 덩달아 신중함을 잃지는 말고...


    나는 길잡이 '철없는박영감'이야. 기본적으로 여러분의 목표는 '원더랜드'로 명명된 이 세계에서 모험가가 되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하며, 의뢰를 수행하고, 레벨을 올려 상위 모험가가 되는 거야. 사실 목표는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이 세계는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자랑하거든! 세계정복을 꿈꿀 수도 있고, 이 세계로 소환된 다른 차원의 마왕을 격퇴할 수도 있어.


    각종 의뢰(퀘스트)를 수행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왕이 되어 한 나라를 '지배'할 수도 있지. 영웅의 손에 쥐어질 전설의 무기를 만드는 장인이 될 수도 있고, 연금술을 터득해 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돈을 모아 부자가 되거나 거상이 될 수도 있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희귀한 재료를 수집하는 탐험가가 될 수도 있어. 혹은 뒷세계에서 활동하는 범죄자가 되어 'gang'을 조직하거나, 어둠의 일원이 될 수도 있고 말이지... 흐흐흐.


    어때? 흥미롭지? 여러분은 무한 자유를 갖는 동시에 무한 책임을 지지. 그리고 대부분의 모험은 혼자 하겠지만, 가끔 다른 모험가들과 임시로 파티를 꾸리거나, 마음이 맞는다면 정기적으로 공격대를 꾸려 '프로젝트'라는 퀘스트를 수행하기도 해. 혹은 아예 '기업'이라는 길드를 꾸려 거대한 조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고 말이야.


    퀘스트는 수집, 퇴치, 정찰, 호위, 제조 등 다양한데, 의뢰를 받기도 하고, 영업을 해서 스스로 발굴해내기도 해. 간혹 랜덤으로 발생하는 월드 이벤트를 통해 희귀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어마어마한 부를 축척할 수도 있고... 아! 물론 돈으로 희귀 아이템을 사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은 해. 경매장이 있거든!"


'모험가' in Wonderland


    "아~ 다행히 서두른 보람이 있군. 늦지 않게 첫 번째 단계에 도착했어. 짜잔 '너 자신을 알라' 바로 캐릭터 생성이야. 앞으로 여러분이 어떤 모험가가 될지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니까 가능한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이제 여러분은 모험가가 될 수 있는 자격증, 즉 졸업장을 획득했어. 뭐 나중에 일정레벨이 되면 '이직'이라는 전직제도도 있고, 고레벨이 되면 'Two-Job'이라는 서브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도 주어지기는 해.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 어디까지나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른 후의 일이니까 첫 캐릭터 생성은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어. 첫 발을 내딛는 순간 360도로 열려있던 여러분의 가능성은 방향성을 가지며 훨씬 좁아지게 될 거야. 그리고 레벨이 오를수록 점점 더 좁아지지. 만약 이 단계를 대충 했다가는 '아우 나랑 영 안 맞는 것 같아'라면서 튜토리얼만 수십 번 반복하거나, 참 모험의 맛은 보지도 못한 채 스탯을 초기화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하니까... 그것만은 피해보자고...?


    정말 간혹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큰 대미지를 입고 완전히 관두는(접는) 플레이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이 단계만큼은 조급증을 버리고 신중함을 장착하길 바라. 예전에는 졸업과 동시에 영웅(네임드)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흔해져서 그저 그런 자격증으로 전락했어, 그러니 졸업장이 있다고 너무 어깨에 힘주는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길 바라.


    그럼 늦지 않게 잘 따라온 보상으로 이걸 주지. 가방과 옷, 기본 무기야. 이건 내가 선물로 주는 거야. 공짜라고...! 참, 이 세계에 공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공짜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도 할 수 없어! 앉은자리에서 코 베어가는 사기가 판을 치기도 하거든...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지만, 겁 대가리를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기를 바라. 그럼 어디 한 번 잘해보라고!"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 Yes /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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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을 마친 모험가 여러분 환영합니다. 원더랜드는 20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수많은 디바이스에서 플레이되어 온 유서 깊은 게임입니다. 요즘은 주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한동안 성능과 기술적 한계로 과거를 답습하는 형태였습니다만, 8~90년대 도트 그래픽의 재해석으로 은퇴했던 많은 모험가들이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젊었을 때 했던 게임이 모바일 버전으로 재출시되며 덕후 갬성을 다시 자극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수집형 RPG가 대세였습니다. 모험의 역사를 찾아보면, 컴퓨터나 콘솔 게임기의 하드웨어 발전 과정에서 인기 있었던 일본식 RPG가 여기에 속합니다. 혼자 즐겼던 RPG... 앞서 말씀드렸듯이 'Born to be' 영웅(네임드)으로 설정된 플레이어 캐릭터 중에 하나를 고르거나, 주인공 외의 다른 조연 영웅 캐릭터를 동료로 영입해 파티를 짜고, 협동 플레이를 하며 수많은 영웅 서사시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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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모두 똑같은 이야기라는 단점이 있었죠.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나날이 발전하며 그다음으로 찾아온 대세는 PC MMORPG를 모바일로 이식한... 자동사냥과 아이템 뽑기로 대변되는 '어쩌고 저쩌고 M Series'입니다. 매우 낮은, 거의 0%에 가까운 드롭률과 '현질'이라는 캐쉬템의 남발로 그야말로 사기꾼들과 양산형 폭망게임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던,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모험의 세계의 암흑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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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흑기를 꿋꿋이 버텨내고, 다시 한번 모험의 세계로 발을 들이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원더랜드는 무궁무진한 자유도와 함께,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멀티 엔딩을 특징으로 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모험에 행운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이제 캐릭터 생성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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