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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Mar 08. 2024

혹시 모험 좋아하세요?

프롤로그

모험을 찾아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42931481


    재작년에 신문 칼럼에서 읽은 내용인데, 제주도의 한 독립책방 구석 서가에 이런 제목이 붙은 코너가 생겼다고 한다. '책방에 억지로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 책'. 작가는 이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를 떠올리며 <'파는 것' 아닌 '믿는 것'을 말하는 시대>라는 칼럼을 썼다.


 '음...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라...'


이사할 때도 잘 보관했다가 다시 냉장고에 착!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자리 잡아 머물러 버린 그 칼럼을 스크랩해서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두고 생각했다. 


 '『...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코너에 있으면 좋을만한 주제가 뭘까? 『믿는 것』을 말하는 게 뭘까?'


스스로를 평가하기에, 글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다른 분야 혹은 범주의 것을 요리조리 끼워 맞춰 빗대어 예를 드는데 소질이 좀 있다... 고 생각한다.


 '어! 그러면 좋아하는... 즉, 믿는 걸 예로 들면 되겠네... 느낌 그대로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좀 둘러서 공통의 관심사로 생각을 표현하고 의견을 나눈다면 그게 바로 작가 아니겠어?'


모험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 몰라도 일단 남자면 게임을 안 좋아하기 힘들다. 장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남자가 게임을 즐긴다, 아니 사랑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또래 남자애들 무리에서 운동을 잘하면 리더가 되거나, 적어도 핵심 멤버로 취급돼 왔는데, 이제는 추가로 게임이라는 녀석이 한 자리 떡 차지하게 됐다. 인기 프로게이머는 BTS급 인기를 누린다. 아시안 게임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대체 게임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남자들은 열광하는 걸까? 왜 폐인을 자처하며 게임에 미치는 걸까? 그리고 왜 도대체 어떤 '국뽕'에 취해 실체가 없는 디지털 세상을 응원하는 걸까? 여자들의 이상형에 단골로 등장하는 희망사항이 '게임 안 하는...'인 것을 보면 남자들의 게임사랑은 이미 인생을 초월했다. 남자들이 이토록 좋아하는 게임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그 답은 '모험심'과 '공명심'을 자극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모험 :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모험심 :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하려는 마음. [출처 : 네이버국어사전 "모험, 모험심"]


공명 (功名) : 공을 세워서 자기의 이름을 널리 드러냄. 또는 그 이름.
공명심 : 공을 세워 자기의 이름을 널리 드러내려는 마음. [출처 : 네이버국어사전 '공명, 공명심"]


    그렇다 남자들의 종족 특성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모험심과 공명심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개척해서, 정복하는 '모험심'과 모험을 통해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겨 후세에 이름을 떨치는 영웅이 되는 '공명심'은 남자들에게 목숨까지 내놓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게임이고, 그중 가장 잘 충족하는 장르가 RPG이다. 


모험의 역사


    RPG는 Role Playing Game의 약자다. 번역하면 '역할 수행 놀이'. 마치 연극, 영화처럼 게임에서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놀이다. 연극과 영화가 무대 혹은 스크린에서 배우들에 의해 수행되는 극을 '보면서' 감정이입되는 재미라면, RPG는 비슷하지만 직접 배우가 되어 극을 '수행하면서' 감정이입되는 재미이다. 서사를 따라, 퍼즐을 풀고, 보물을 찾고, 전략을 짜서 전투도 하면서 전리품으로 역할을 성장시키는 재미도 한 몫한다.


    초창기 RPG는 TRPG (Table-talk RPG)라고 해서 컴퓨터나 콘솔 게임기가 등장하기 전, 아날로그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마스터가 준비한 스토리에 참가자들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참여해서 주사위를 굴려가며 보드게임처럼 즐겼던 놀이다. 그야말로 머릿속 꿈과 상상으로만 가득 채워진 놀이였다. 참가자들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연극, 영화가 생기기 전 음유시인과 이야기꾼의 시대다.


    그러다가 컴퓨터와 콘솔 게임기의 등장으로 RPG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브라운관과 컨트롤러를 통해 혼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TRPG는 아무래도 사람이 모여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것을 팩, 플로피디스크, 혹은 CD등에 담아서 혼자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다만 저장매체의 용량 한계 때문에 담을 수 있는 효과, 시스템, 스토리가 한정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한 편의 영웅 서사시를 모티브로 짠 각본에 화려한 볼거리를 추가로 가득 채워 만든 게임이었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여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며, 다들 한 번씩 들어봤을 MMORPG가 등장한다. MMORPG는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PG의 약자로 번역하면 '대규모 다중플레이어 온라인 RPG'이다. 기존에 테이블에 모여서 혹은 혼자서 즐기던 RPG를 온라인에 연결만 돼있으면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이제 모험을 떠나볼까?


    다만 이전까지의 RPG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Born to be' 영웅(네임드)이었다면, MMORPG에서는 '아무개'가 되었다. 이전 RPG들이 영웅 서사시를 완성하는 구조였다면, MMORPG는 영웅이 되고 싶은 사람은 출세를 목표로, 거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돈을 목표로, 장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명예를 목표로... 더 다양한 목표를 게임에 반영했다. 그렇게 다양성이 시스템에 심어지며 MMORPG판은 인생의 축소판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좀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한 세상이 될 수도 있고, 유토피아적인 희망찬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자 이제 진짜 모험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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