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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Apr 05. 2024

나 이런 사람이야

클래스 소개  : (3) 딜러

하기 나름


    어느덧 클래스 소개도 막바지네. 탱커와 힐러가 맞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딜러가 남았어. 사실 맞지 않는다기 보다는 상위 모험가가 되기 위한 고행을 버텨내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 어설픈 각오로 섣불리 덤볐다가 '이생망' 저주에 걸려 평생을 헐떡일 수도 있고, 웬만한 지원으로는 택도 없기 때문에 금수저나 부캐(Sub-Character)를 키우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접근조차 힘든 것도 사실이야!


    그래도 '원더랜드' 2000년대 버전까지만 해도 각 종 고시나 장학제도로 집안의 다른 형제들이 NPC로 전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똑똑한 자식이나 장남에게 모든 지원을 몰빵 하는 '개천에서 용 나기' 퀘스트로 계급상승을 노리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 이미 지나와봐서 잘 알겠지만 요즘은 모험가가 되는 기본 조건인 졸업장을 따는 것부터가 무한경쟁의 구렁텅이로 빠졌기 때문에 시작부터 빚을 지고 시작하는 이들도 많아.


    빨리 갚겠다고 무리하게 의뢰를 수행하다가 터지는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야. 아휴~ 걱정이다. 정말! 오늘까지 소개하는 클래스가 전통적인 인식에 따른 클래스 분류라면, 다음에 마지막으로 소개할 신큐 클래스는 모험가들에 의해 발굴된 짬뽕... 흐흐 유식한 말로 하이브리드 클래스, 아니면 힐러의 '드루이드' 같은 새로운 확장팩과 업데이트에 따른 완전 100% 신규 발굴 클래스야.


    만약 오늘 소개하는 딜러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스스로 본인에게 맞는 클래스를 커스터마이징 해야지 뭐. 보통은 스탯이나 스킬이 클래스에 맞게 자동으로 설정되고, 레벨 업할 때마다 어느 정도 보정치와 가중치가 주어지지만, 커스터마이징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흠이야.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지. 금수저도 넘어서는 다이아몬드 수저라면 추천하는 행보야.


    그래서인지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커스터마이징은 아웃사이더로 취급되기도 하고, 선구자로 추앙되기도 해. 앞 선 모험가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갈 것이냐, 정말 새로운 나만의 길을 뚫을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이란 말씀! 하지만 걱정 말라고, 요즘처럼 아웃사이더가 '아싸'라며 더 각광받는 시대도 오니까... 시대의 흐름만 잘 타면 뭐가 됐든 다 자기 하기 나름 아니겠어? 어쩌면 '원더랜드'는 운(luck)이 가장 중요할지도 몰라.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중에 스탯 설명할 때도 설명하겠지만, 이 운빨! 행운 스탯은 무시 못할 능력치인 것 같아. 다만 너무 운에만 의존하면 다른 스탯을 올릴 수치가 모자라겠지? 이것도 전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씀! 처음 시작할 때 언급했듯이, 여기서는 모든 것이 무한 책임이니까 본인 하기에 따라 엄청난 성장도 가능하고, 반대로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는 거 잊지 말라고!


    모든 클래스가 마찬가지겠지만 딜러는 실력 못지않게 평판도 아주 중요해.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야. 워낙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다 보니까, 정말 무한경쟁에 가깝거든... 보통 한 파티가 4~6명으로 구성된다고 할 때, 탱커와 힐러를 빼면 3~4명의 딜러가 필요한데, 문제는 파티를 이끄는 탱커와 힐러가 희박하다는 거야. 무슨 말이냐 하면 모든 딜러들이 일을 하려면 파티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한데, 실상은 늘 부족하다는 거지.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 그래서 딜러들 중에는 개점휴업 상태, 즉 사실상 실직상태로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이 늘고 있다는 말씀! 환경오염이 문제가 될 정도로 '낚시' 스킬 향상에 열을 올리는 캐릭터가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요즘은 일부 탱커와 힐러들까지 낚시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더라. 게다가 원더랜드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딜러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어.


    그야말로 파티 찾는데 온 힘을 쏟아붓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돼서 정작 어렵게 들어간 파티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퀘스트 진행 도중에 중도포기하는 '퇴사'딜러, 이번엔 대충 넘어갔지만 민폐로 찍혀 다음 파티를 못 찾는 '무임승차'딜러, 무슨 의뢰냐... 그냥 채집이나 하자면서 자연에 묻혀 살자는 '자연인'딜러... 정말 다양한 낙오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야.


클래스 소개 : 딜러 <나 이런 사람이야>



    음... 딜러의 정확한 명칭은 '대미지 딜러'야. 탱커가 적의 공격을 막고, 힐러가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사이 딜러들이 적에게 대미지를 넣어서 쓰러트리는 것이 파티의 기본 메커니즘이지. '피해를 많이 주다 : do a great deal of damage'라고 하는 말에서 딜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물론 내 뇌피셜이야. 딜러라는 명칭의 어원이 무엇이다라는 공식적인 설명은 없어.


    대미지를 주는 방법이 워낙 다양하고, 그에 따라 세부 클래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 '딜러'라는 클래스보다는 각각 '원거리, 근접 딜러'. 이걸 또 세분화해서 원거리 딜러는 '마법으로 대미지를 주는 마법사 계열, 활이나 총 같은 원거리 무기로 대미지를 주는 원거리 계열', 근접 딜러는 '거대한 양손 무기를 휘둘러 대미지를 주는 전사 계열, 단검이나 독을 사용하는 도적 계열' 등등 이루 나열하기 힘들게 세분화되어 있어.


    사실 대미지를 넣을 수만 있으면 전부 딜러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효율성을 따져봤을 때, 마법사 계열, 원거리 계열, 도적 계열을 순수 딜러라고 할 수 있어. 전사 계열은 탱커라고 보는 게 더 맞아. 저 레벨 탱커가 경험을 쌓기 위해 양손무기를 들고 파티에 들어오는 경우, 혹은 반대로 저 레벨 탱커를 훈련시키기 위해 상위 모험가급 탱커가 양손무기를 들고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어쨌든 순수한 딜러 클래스는 아니라는 말씀!


    이미 눈치챘겠지만 딜러들은 높은 대미지를 효율적으로 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클래스이다 보니 근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방어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죽 계열의 보호구를 착용해. 마법사 계열은 초보일 때는 가죽으로 생존을 높이다가 상위 모험가로 경험치를 쌓을수록 생존보다는 마법 대미지를 높일 수 있는 천계열 보호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딜러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탱커의 어그로를 뺏어오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대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물론 각종 함정과 범위 공격을 잘 피해서 힐러의 치유력을 뺏어오지 않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덕목이 되겠지? 각자도생 이 덕목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경험도 많고, 거기에 정치까지 잘하는 유능한 딜러는 서로 모셔가려고 하겠지? 성공한 딜러는 나중에 탱커나 힐러의 길을 새롭게 걷는 이들도 많아.


클래스 소개 : 딜러 <惡質>


    결국 딜러는 유명해져야 해. 그전에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고 하는 게 더 맞겠군.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많은 대미지를 뽑아냈는지,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이는 건데... 이게 원래 딜러들이 살아남는 방식이었거든? 그런데 언제부턴가 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이 가진 '자원'이 아닌, 자신을 '희생'해서 성과를 뽑고 있더라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쩌면 '딜러'라는 어원은 자신을 팔아먹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걸지도 몰라. 참 불쌍하지? 스스로를 상품화한다는 게... 그래서 요즘 '개인 브랜딩'이 딜러들 사이에 대세야. 그리고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지. '에세이'라는 스킬로 말이야. 처음에는 은퇴한 모험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초보 모험가들에게 지혜를 주려고 쓰던 스킬이었는데...,


    어느샌가 고인 물 모험가들 사이에서 '세상은 원래 이런 거고, 자기들도 다 그런 고생을 해오며 여기까지 온 거다'라며 자기의 모험담을 떠벌리고 다니는 스킬로 변질됐어. 사실 '나 이런 사람이야'보다는 그 뒤에 '알아서 기어'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추천해. 부딪혀 봐야 나만 손해지 뭐~! 거기다 요즘은 조작된 경험으로 날조하는 모험가도 있는 것 같아.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


    어떤 고인 물 모험가는 '젊은이가 망친 세상 노인이 구한다'라며 이상한 논리로 고인 물들의 연대를 부추기는데, 사실 젊은이와 노인의 경계가 어딘지 정의도 못 내릴 '방귀'같은 말이야. 이미 머리가 굳어서 자기 무슨 말을 하고 있고,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그냥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막 던지는 경우도 많고... 저렇게 밖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게 불쌍하기도 하잖아.


어그로를 끈 순간 이미 딜러로서의 자격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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