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 (異形)

클래스 소개  : (4) 신규 클래스 - 탱커

육종 (育種)

    와~ 어느덧 클래스 소개의 마지막 시간이 됐네. 마지막 '신규 클래스'에 대한 소개를 시작할게. 사실 '딱 이거다!'라고 규정하기 힘든 것을 총칭하는 것이기도 해. 바로 이 점이 '하이브리드 클래스'와 다른 점이야.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성질이 다른 두 직업을 섞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힐러와 딜러, 혹은 탱커와 딜러 육성 코스를 동시에 수행해서 상황에 맞게 자신의 클래스를 바꿔서 적용하는 것을 말해. 그래서 하이브리드는 다재다능을 뽐낼 순 있지만, 양쪽 직업 어디서도 그 정수를 찍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육종의 관점에서 보면 접합이나 교배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겨난 클래스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소개하려는 신규클래스는 그런 전통적인 육종의 방법이 아닌 돌연변이를 이용한 유전자 변형을 이요한 육종이라고 할 수 있어. 그래서 클래스 소개를 하고 있는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자신이 신규 클래인지도 모르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클래스가 있을지 몰라. 콩심은 데 콩 안 나고 팥 나는 격이랄까? 신규 클래스는 전통적인 카테고리에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고, 카테고리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경우도 있어. 자 그럼, 먼저 전통적인 카테고리에서 새롭게 생겨난 클래스를 한번 살펴볼까?

회피형

    자~ 먼저 탱커! 앞에서 설명했듯이, 전통적인 탱커는 적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파티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주임무인, 파티의 '맷집'역할이었어. 그렇다 보니 무수한 적의 공격에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신의 근력을 길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개발로 해결이 안 되면 비싸고 좋은 장비로, 속된 말로 '장비빨'로 버텨내야 하는 클래스였어. 그래서 타고난 강골이 아니거나 혹은 금수저여서 좋은 장비를 갖추지 못하면 대성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지. 음... 톡 까놓고 말해서 가장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클래스이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그런 클래스였어.

    일류 탱커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게 많아야 했어. 혹은 운이 좋아서 끝까지 살아남고 버텨 수행을 오래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돈이 많아서 장비빨을 세울 수 있어야 했지. 어떻게 보면 합법적인 '음서제' 같은 클래스라고 할 수 있었지. 그런데 어디까지나 전통적으로 그랬다는 말이고... 아~! 물론 지금도 전통적인 의미의 탱커들이 득세하고 출세하는 것이 사실이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일부 노동조합에서 현재 자신의 일자리를 자식에게 세습한다는 조항을 넣는 곳도 있었다고 하더라고. 참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

    그런데 요즘 조금 다른 의미의 탱커들이 생기고 있다는 말씀! 이른바 회피형 탱커의 등장이야. 탱커가 적의 어그로를 끌고, 붙잡아 둬야 파티의 생존율이 올라간다는 이치는 이제 알겠지? 그렇게 어그로를 끌면 당연히 공격은 탱커에게 집중될 거고, 그런 공격에도 견디고 살아남는 게 탱커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돌연변이적인 개념이 하나 생겼어. 공격을 견디지 않고, '그냥 피해버린다.' 즉, 공격을 집중시키면서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실로 혁신적인 개념의 변화야. 이론상으로는 힐러 대신에 딜러를 보강해서 대미지 딜링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되지... 와! 정말 감탄해마지 않을 수 없는 혁신... 아니 혁명이야!

    회피형 탱커들의 궁극기는 바로 '익명(anonymous)'이야. 이거 하나로 어마어마한 어그로를 끌어오지. 그래서 가끔 적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고소, 고발 스킬을 시전 하기도 해. 여기서 정체가 탄로 나면 회피형 탱커들은 이때부터 나락의 길로 빠져들게 돼. 이른바 '금융치료'라고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게 되지. 즉, 회피형 탱커들은 만에 하나 적의 공격이 스치기라도 하면... 그냥 골로 가는 수가 있어. 그야말로 운빨이지. 그래도 그나마 흙수저들이 탱커 클래스로 비벼볼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게 어디야?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그렇지? 음... 회피형 탱커들을 지칭하는 클래스명은 이렇게 명명됐어.

키보드 워리어